또래들보다 조숙한 연우가 유치원친구들과 어울리는게 서툴러 지난 몇달간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아이가 눈치채지 못하게 지나가는 말처럼 무심히, 오늘은 어떤친구랑 무얼하고 놀았는지, 무슨책을 읽었는지, 유치원수업시간에 혼자대답하고 혼자놀지는 않았는지 물어보는것이 가장 중요한 일중의 하나가 되었다.

어느날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여전히 친구들이 나랑은 안친해요 하기도 하고, 어느날은 색칠공부를 같이 하기도 했어요 하며 웃기도 하였다.

그사이 선생님의 양해를 구하고 연우에게 예전엔 사주지 않았던 색칠공부를 여러권 사서 들려보내고 , 또래아이들 몇이 수업을 듣는 특기수업을 보내기도 하였다.

여전히 연우는 다른아이보단 잘 울고, 책속에 자주 빠져 있긴 하지만 그래도 선생님의 배려속에 제법 여러 아이를 사귄듯 싶었다.

 

그래도 자라보고 놀란가슴 솥뚜껑보고도 놀란다고,  연우를 잡고 꼬치꼬치 캐어 물었던 것일까.

연우생각엔 엄마가 뭔가 제친구에 대해 미심쩍어 하는 구석이 있다고 생각되었나보다.

 

나:  연우야, 요즘엔 **하고는 잘 지내니?

연우:  잘지낸다는게 어떤걸 의미하는건데요?

나: 전처럼 **이가 너만빼고 다른애들을 다데려가 색칠공부하자고 하거나 하지는 않냐고?

연우: 이젠 저도 가방에 새로운 색칠공부가 있잖아요. 제 색칠공부가 다른친구들에게 인기가 있어요. 그런데 **이는 와서 같이 하자고 해도 안해요. 왜 그럴까요?

나: 글쎄... 예전에 너만 안시켜준게 미안해서 그런가?

연우: 그럴지도 모르지요. 나는 괜찮은데...그리고 어제는 다른친구가 제 색칠공부를 몰래 가져가다가 제게 들켰어요.

나: 뭐? 그래서 어떻게 했어?

연우: 유치원에서 내걸 빌려가는건 얼마든지 빌려줄수 있지만 네가 몰래 내걸 가져가는건 안돼라고 했어요.

나: 잘했네... 그랬더니 그 친구는 뭐래?

연우: 아이고 들켰구나, 미안해. 다음부턴 안그럴께 그러지요뭐. 제꿈이 탐정이잖아요. 걔가 제가 탐정이 될거라는걸 몰랐나봐요. 어떻게 탐정걸 가져가려고 할수가 있겠어요...

나: 엄마가 가슴이 철렁했다....

연우: 색칠공부를 도둑맞았을까봐서요?

나: 그것보다 네가 친구들이랑 함께 놀라고 색칠공부를 보냈는데 다른 아이한테 그게 또 문제가 될수도 있겠다 싶어서...

연우: 엄마, 괜찮아요. 내가 탐정이라서 딱 찾아냈잖아요. 그리고 그친구도 이젠 안그런대요. 그러니 지난일은 잊으세요...

나: 그래. 지난일은 잊어야지...

연우: 그리고 **이랑 이젠 같이 놀기도 하거든요. 엄마는 **이가 나쁜애 같으세요?

나: 아니, 그건 아니고...

연우: 엄마 지난일은 잊으세요.

나: 뭐어?

연우: 엄마가 그랬잖아요. 그자리에서 해결못한 일은 잊으라구요.

 

애늙은이같으니라구.

아이가 대뜸 이렇게 말하니 달리 대꾸할 말이 없다.

하기야  해결못한일은 잊기도하고 또는 묻어두기도 하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리라.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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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2006-09-06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마낫 정말 연우가 유치원생인가요? 어휘구사하는 거랑 생각하는 게 보통이 아닌데요. 놀랐습니다....
그리고 철학이 깃든 말 잘 읽고 가요. "지난날은 잊으세요" 후후후

Mephistopheles 2006-09-06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다음에 커서 연우는 어머니의 이름을 걸고 사건을 해결해 보겠어...!!
할지도 모르겠군요..^^

전호인 2006-09-06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말을 너무 잘하는 것 같습니다. ^*^

로드무비 2006-09-06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으나......감탄감탄.^^

내이름은김삼순 2006-09-06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아,,연우요,,
진짜 나이가 몇살인지 언능 후딱 공개하셔요~~!
이렇게나 생각이 깊고 어엿한 아이라니,,저도 감동입니다!
저는 그 시절에 철이라곤 하나도 없었건만,,물론 지금두^^;;

반딧불,, 2006-09-06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감탄. 세상에나.
(노랑이는 뭐하는건가 오늘 족쳐봐야지..ㅋㅋㅋ)

물만두 2006-09-06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똑똑하다니...

달콤한책 2006-09-06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애도 유치원 때는 탐정이 꿈이었죠...곤충에 빠져 곤충학자로 꿈이 바뀌었지만 말입니다^^

아영엄마 2006-09-06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부모의 생각과 달리 어른(?)스러운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거나 감탄할 때가 종종 있죠. 아이 말처럼 지난 걱정은 잊어버리셔요. ^^

해리포터7 2006-09-06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우의 말솜씨에 늘 감탄하는 저이지만 지난날을 잊으라니 꼭 저보고 하는 말 같습니다..새로운삶을 살라고 연우가 제 머리에서 속삭여요.ㅎㅎㅎ

건우와 연우 2006-09-06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림님/ 애가 좀 늙은이같은데가 있다니까요...책속에 빠져서 말도 책속에 나오는대로 하곤해요. 그러다가 한동안 유치원에서 반왕따였답니다.ㅠ.ㅠ
메피님/ 어머니의 이름을 걸고...ㅎㅎㅎ 연우가 그렇게 커주면 좋겠어요...^^
전호인님/ 말은 잘 합니다. 그러나 말만큼 울기도 잘한답니다...^^
숨어계신님/ 애들이 가끔 황당하죠...황당함이 또 생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님도 잊을게 있으면 잊으세요. 때론 망각이 있어 세월이 약이기도 하답니다...^^
로드무비님/ 아이, 부끄럽게스리...^^ 깜찍하고 가끔은 터프한 주하의 근황이 궁금해요...^^
삼순님/ 님은 어렸을때도 애틋한 딸이었을것 같아요. 엄마랑 자분자분 대화를 나누는...^^
반디님/ 저는 파랑이가 퍼즐하는걸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만두님/ 똑똑까지는 아니구요 가끔 이상한 소릴합니다...^^ 과도한 독서와 만화시청탓이 아닌가합니다. ㅠ.ㅠ
달콤한책님/ 탐정이 되고 싶은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구요. 연우는 아무래도 명탐정코난의 영향이 느껴져요. 그나저나 요즘은 뤼팽시리즈에 빠져 있는데 그러다가 도둑이 되고 싶다하면....ㅠ.ㅠ
아영엄마님/ 그렇겠지요...^^ 사실은 유치원에서 따돌림당하는것때문에 한동안 무지 속상했었습니다. 이젠 잊어야지요...^^
해리포터님/ 속상한일은 다 잊어버리자구요. 이젠 정말 가을이네요. 하늘이 파래요...^^

춤추는인생. 2006-09-06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똑똑이 연우..^^
연우의 시리즈가 요즘 안나와서 궁금했어요..여전하군요.^^
조숙하고 명석한 연우,..

꽃임이네 2006-09-06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연우가 몇살인지요 ,,또래와 다르게 남 다르군요 ,,
연우 얼굴이 궁금해지는걸 요 한번 공개 해주시지 ...
똑똑한 연우 보고잡퍼라 ...

건우와 연우 2006-09-06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님/ 조숙은 맞는데 명석까지야....^^ 인생님도 조숙한 어린시절을 보낸 분위기가 느껴진다구요...^^
꽃임이네님/ 조만간 앞니가 듬성듬성한 일곱살 개구장이를 공개할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기계치엄마.^^

기인 2006-09-06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 진짜 똑똑한 친구네요~ ^^* 우앙 보고싶다 :)

씩씩하니 2006-09-06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나 똑똑한 연우~
그 자리에서 해결못한 일은 잊지라는 멋진 명언을 던질 수 있는 엄마의 작품 맞지요???

치유 2006-09-07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탄만 늘어지게 하다가....결국엔....... 다시 보고싶다..입니다..

건우와 연우 2006-09-07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인님/ 보시면 아마 깜짝 놀라실껍니다...^^ 듬성듬성 빠진이에, 장난기가 가득한 눈에, 왠 개구쟁이 하실거예요...^^
씩씩하니님/ 유치원에서 너무 자주 울고 와서 제가 나무랄때 써먹은 말이었나봐요. 엄마가 한 말은 반드시 써먹어본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건 아닌지...^^;
배꽃님/ 조만간 님의 힘을 빌어 공개를 시도해보겠습니다. 이빠진 일곱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