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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주는 정원 - 가든 디자이너 오경아가 정원에서 살아가는 법
오경아 지음 / 샘터사 / 2019년 6월
평점 :
우리는 타인에게 상처받기도 하고, 대로는 상처를 주기도 한다. 속사정을 잘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에게 폭언과 충고를 서슴지 않고, 상대방이 받을 상처나 고통에 대한 배려는 하지 않는다. 더 많은 성과를 내기 위해 동료와 경쟁해야 하고, 가까운 친구에 비해 뒤쳐지는 건 아닌지 초조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식물은 조용하고 단순하게 산다. 경쟁적이고 도전적인 삶을 지향하지 않는다. 식물의 삶을 들여다보면 관계에서 생기는 상처와 불안, 집착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p.34)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 사실은 한가로이 꽃을 키우는 방송작가 출신의 행복하고 편안한 여자라는 편견이 있었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스스로에 대한 자격지심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책 속의 이야기는 그렇게 한가하고 여유롭지 않았다. 오래된 한옥에 살면서 느끼는 삶에 대한 이야기들, 포기한 후에 알게 되는 성찰에 대한 것들. 이게 책에 담긴 주 이야기였다.
- 비록 심은 대로 거둘 수 없다 하여도, 오늘은 심어보자. (p.36)
- 식물의 연약한 싹이 온 힘을 다해 무거운 흙을 들어 올리고, 1년에 딱 한 번 꽃을 피우기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을 하고 있는지, 꽃이 핀 뒤 나비와 벌들이 날아와 어떻게 아름다운 공생하는지, 그리고 꽃잎을 바짝 말려 한 알의 씨앗을 맺기 위해 얼마나 애 쓰는지 그 치열한 삶의 현장을 봐야 한다. (p.43~44)
- 꼭 필요한 순간, 그 타이밍에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해주는 일은 큰 감동과 행복이 되어 돌아온다. (p.56)
- 이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모든 생명체들은 스스로에게 위로와 감사를 전할 일이다. “올 한해도 잘 살아주어서 고맙다.”(p.75)
- 적어도 정원을 가꾸고 식물을 들여다보며 행복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시간의 굴곡 앞에서도 좀 더 당당하고 아름답게 살아갈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p.106)
나는 이 책의 많은 문장을 만나며 육아를 떠올렸다. 물론 어떤 이들은 한낱 감자나 튤립 따위에게 아이를 빗댄다고 욕할 수 있을지 모르나, 한참 아이를 키우는 나에게는 그 문장들이 마치 아이를 키우며 잊지 말아야 할 명언인 듯 느껴졌다. 생각해보라. “비록 아이에게 노력한대로 아이가 결과를 보여주지 않는다 해도, 오늘은 아이를 위해 노력하라.” , “ 꼭 필요한 순간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해주는 일은 큰 감동과 행복이 되어 돌아온다.” 자. 어떤가. 너무나 좋은 육아 조언이 되지 않는가? 결국 식물을 키우는 일도, 사람 하나를 키워내는 일도 보통의 정성이나 마음으로는 하지 못할 일임을 알게 된다. 그래서 어쩌면 엄마라는 자리는, 본인이 더 배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식물은 정원사가 아닌 흙이 키우는 것이며, 정원사는 그 흙을 돌볼 뿐이라는 책의 한마디처럼, 어쩌면 아이도 엄마가 키우는 것이 아니다. 아이를 둘러싼 세상이 아이를 키운다. 엄마는 그 둘러싸인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따뜻하게 돌보는 사람일 뿐이다. 하물며 나도 그러하다. 이미 30년도 넘는 세월을 살아왔으나 어느 날은 더 힘들고, 어느 날은 덜 힘들다. 어느 해는 견딜 만하고, 어느 해는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기도 하며, 어느 해는 하루하루를 겨우겨우 버텨내기도 한다. 그런 나에게 그녀가 말한다. “진정한 승리자는 남들보다 얼마나 평안하게, 영광스럽게 살았느냐가 아니라 마침내 잘 견디어 오늘을 여전히, 기어이 살고 있느냐의 문제”(p.175) 라고.
그래, 오늘도 또 하루를 참 잘 살아냈다. 이대로 살아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의 하루를 보냈는지는 시간이 또 흘러보면 알게 될 일이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오늘도 아이와 함께 살을 맞대며 따뜻하고 온기 넘치는 하루를 보냈음은 분명하다. 지금 현재, 엄마로서의 삶이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는 내게, 이보다 복된 하루는 없으리라. 그녀를 안아주고, 그녀를 위로해주는 정원처럼- 나도 내 아이에게 그런 그늘이, 그런 햇살이, 그런 정원이 되어주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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