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냉정 - 난폭한 세상에 맞서는 우리의 자세
박주경 지음 / 파람북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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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 권의 책을 놓고 두 개의 리뷰를 쓰는 이유는, 나의 성향으로 인해 마치 이 책도 같은 성향의 것이라고 이유 없는 미움을 받을까이다. 이 것은 나 개인의 생각이니 이 책은 부디 선입견 없이 읽어주시길 바란다.)

단죄란 보복과는 다른 차원이다. 물어야 할 채임을 확실하게 묻는 일이다. 다시는 그런 정의롭지 못한 일을 도모하지 못하도록 본보기를 세우는 일이기도 하다. 보복이라는 주장은, 책임져야 할 자들이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가장 흔하게 인용하는 레퍼토리다. 그 궤변에 휩쓸려 단죄를 소홀히 하면, 결국 능욕이 돌아온다. (P. 114)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요즈음에 잊지 말아야 할 문장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지금 우리 국민들이 그들을 향해 하고 있는 것은 보복이 아니라 단죄. 그들이 저지르고도 하지 않았다고 우기는 것을, 우리의 소중한 생명, 우리의 소중한 재산을 아무렇지 않게 도둑질하고서도 다른 방향으로 보복하고 있는 것을 단죄함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 하나가 되어야 하고, 더 끈질기게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래야만 그들의 죄를 물을 수 있다. 그래야만 내 아이에게 치욕의 역사를 물려주지 않을 수 있다. 잘못된 협정으로 피해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던 아버지나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자기 멋대로 용서한다고 하는 딸을 욕하는 것도 물론 맞겠지만, 그 욕보다 앞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해결이 아닐까. 그 해결을 위해서는 일종의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언젠가 한번은 짚어야 할 일이었다. 그래서 지금의 이 양상이 잠시 끓다 끝나지 않도록, 모두가 한 목소리가 되어야 한다. 그때와 지금은 합의자가 다르다. 그렇기에 그때와 결론도 다르기를 바래본다. 결과 역시 우리가 다르게 만들어야 함도 분명하다.






-       생각해보면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가해자에게 무언가를 통보한다는 것은 납득이 가는 일인데, 피해자에게 일방적으로 통보가 내려진다는 것은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합의도 아니고, 권유도 아니고 통보라니. (P.116)

-       용서란 피해 당사자가 하는 것이다. 3자 누구에게도 용서의 권한이 없다. (P. 117)

이 부분을 읽으며 내가 얼마나 고개를 끄덕였는지 작가님은 알까. 나는 아직도 당시의 뉴스를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앵무새처럼 청와대의 입장을 읊어대던 언론인들의 모습도 기억하고 있고.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그 때의 오해 하나가 풀렸다. 적어도 단 한 명의 언론인이라도 그 날의 기가 막힘을 함께 말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는 트위터에 피해자는 용서 안 했는데, 가해자는 속죄를 선언하는 것, 영화 밀양이 생각납니다. 반성에 시효가 있을까요? 상처엔 시효가 없습니다. 수요집회는 그래서 계속 되었습니다.” 라고 적었다고 한다. 그래, 많은 정치인이나 언론인들이 입을 닫은 상황에서 그의 트위터 몇 줄이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 명의 목소리라도, 피해자들에게는 큰 위로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아주 짧은 순간이라도, 그들이 맞는 비를 같이 맞아주는 사람이 있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       그 차가운 물에서 나오진 말아라. 어디든 살아 있어라.” (…) 누군가는 그 아동이 이미 희생되고 없을 거라고, 시신이라도 빨리 찾아서 사건을 마무리하자고 생각하는 사이, 누군가는 절대 시신이 나오지 말라고, 끝까지 나타나지 않아도 좋으니 어디서든 그저 살아만 있으라고 기도한다. 바로 그 마음, 오직 살아있기만을 소망하는그 마음이 휴머니즘이다. (P. 205)

참으로 안타까운 말이지만, 나는 보수성이 강한 집단에서 급여를 받고 있다. 세상을 흔들었던 D사건 때, 내가 소속된 곳의 이름이 매일매일 뉴스에 보도되곤 했으니 알만하다. 지금이야 정권이 정권이다 보니 노동당 출신의 장이 의 자리를 차지했지만, 당시에 내가 소속된 집단은 꽤 늦게 노란 리본을 달았다. 이미 내 핸드백의 노란 리본은 누런 리본이 되어갈 무렵이었다. (지금도 노란 물컵을 들고 다니는 내게 빨갱이냐고 물은 직원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색깔론이 아니라 마음이고 걱정이고 또 기타 등등의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자신과 다른 것을 바라지 않는다. 대의를 따르길 바라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넘겨두길 바란다. 그러나 우리가 움직이지 않으면 좋아질 수 없다. 역으로 흐르는 물에서 가만히 있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나 뿐 아니라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니 우리의 생각이 얼마나 큰 무기가 될 수 있는지를 새삼 깨닫는다.

혐오와 폭력의 세상에서 어떤 답을 찾을 것이냐는 그의 물음에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등 긍정적 언어를 찾을 수 있도록, 나를 날카롭지만 따뜻하게 연마해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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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선생님 동시로 배우는 우리말은 재밌다 지식이 담뿍담뿍 1
김용택 지음, 홍수진 그림 / 담푸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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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타작을 하였다.

콩들이 마당으로 콩콩 튀어나와

또르르또르르 굴러간다.

콩 잡아라 콩 잡아라.

굴러가는 저 콩 잡아라.

콩 잡으러 가는데

저 콩 좀 봐라.

쥐구멍으로 쏙 들어가네.

너는 죽었다!

-       김용택 콩 너는 죽었다” 전문






내 오랜 지인들은 알겠지만나는 시를 참 좋아한다내가 오래도록 쓰기도 했고 오래도록 읽기도 했다그래서 아이를 가졌을 때에도 나는 동시집을 여럿 꺼내놓고 많이도 읽었다아이가 태어났을 때에도 100일도 되지 않은 녀석을 눕혀놓고 동시를 어찌나 읽어주었던가그래서인지 우리 아이는 말이 빨리 트였고의성어 의태어를 다양하게 사용하고 특히나 언어에 관심이 많다낯선 단어를 사용하면 그게 뭐야?” 하고 물어보고 입에 익을 때까지 연습한다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렇게 하다 보니또래아이들보다 많은 어휘를 사용하는 편이다.







그런 우리아이의 언어를 또 한 차원 높여줄 책이 한 권 태어났다바로 <김용택 선생님 동시로 배우는 우리말은 재밌다>가 그 책이다일단 제목부터 내 취향저격이다. “김용택”, “동시”, ‘우리말”. 제목에 내가 좋아하는 단어가 세가지나 들어가니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이 책을 펼치면 더욱 더 빠져든다어찌나 완벽하게 구성했던지 언어에 흥미가 많은 아이들은 더욱 재미있어 할 것 같고흥미가 없던 아이들은 이번 기회에 풍덩 사랑에 빠지게 될 것 같다김용택 시인의 섬세한 시 한편을 제시하고단어를 풀이해준다네모 칸 속에 단어를 제시하고 풀이해주어더욱 눈에 잘 든다그 아래에는 똘똘이 수첩을 통해 배경지식이나 알아두면 좋은 상식들을 짤막하게 이야기하는데그 말투가 너무 따뜻해서 중독성이 깊다진짜 매력은 다음 장 되시겠다홍수진 작가의 익살 넘치는 그림에 앞에서 배운 어휘들이 빈 칸으로 그려져 있다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재미를 느끼고그 칸을 채우는 재미는 말하면 입 아프지글씨를 쓸 수 있는 친구라면 직접 칸을 채워보는 것도 좋고글씨를 쓸 수 없는 아이라면 어휘 공부만 하는 것도 좋을 듯 하다앞 페이지에서 배워서 인지 우리 아이에게 구슬이 땡땡땡’ 굴러가고 있어” 라고 말을 했더니 “’땡땡땡은 종 할 때 나는 소리지구슬이 굴러가는 거는 또르르.” 라고 오히려 나를 가르쳐주더라!




 

책의 뒤 표지에 김용택 시인이 써놓으신 말도 인상 깊다


시와 만화가 만나 새로운 상상력을 키워주는 책지금까지 이런 책은 없었어너도 한번 읽어봐아마 한 번 보고 나면 또 보고 싶을 걸실은 말이야이 시를 쓴 나도 보고보고 또 자꾸 보았거든” 이라고 써두셨다아니 왜 이렇게 솔직하신 거야귀여움마저 느껴지게맞다이것은 순도 100퍼센트의 솔직함이다


정말 좋은 문학이지만 안타깝게 소설이나 에세이 등에 비해 사랑 받지 못하는 시가만화를 만나서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꽤 오랜 세월 시를 좋아해온 나도 이렇게 만화와 함께 읽으니 더 좋았다아마 아이들은 내가 느끼는 것보다 몇 배는 더 재미있다고 느끼게 될 거다.




우리 아이처럼 말을 배우고증폭시키는 나이부터 스스로 글씨를 읽고 쓰는 나이까지도 여러모로 활용하기 좋을 듯한 책이다진짜 강추도서담푸스 출판사에서 이 시리즈를 얼마나 내실지는 모르겠지만부디 다양한 시인들을 소개해주시기를 간절히 부탁 드린다.



따질 것도 하나 있다저 어릴 때 왜 이런 책 안 내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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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나의 랄랄라 여행일기 (빨강) - 재미 두 배 추억 세 배 여행 워크북 Go! 나의 랄랄라 여행일기
위 소사이어티 지음 / 명랑한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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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취미는 독서다나에게 있어 독서는 책을 고르는 순간읽는 순간마무리하여 리뷰를 쓰고 생각정리를 하는 것이 모든 일련의 과정을 통틀어서 독서라는 단어로 태어난다어떤 면으로는 고지식할 수 있으나사실 나의 이러한 습관은 나에게 이로운 것을 많이 남겼다생각을 정리하는 힘과 기억력 향상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도 나이를 먹고출산 후를 핑계 삼아 예전보다 훨씬 흐려진 기억력으로 살고 있다아마 많은 분들이 나이를 먹을수록 기억력이 나빠진다는 말에는 동의할 것이다그런데 나이를 지나서도 기억력이 흐려진다는 것도 맞지만 시간이 흘러서라는 표현이 더 적합한 것 같다.








소중한 것을 잃고 싶지 않은 이들에게 꼭 맞는 책 한 권을 소개하려 한다언제인가나만을 위한 책을 만들도록 도와줬던 <난 누굴까>의 후속으로 <go! 나의 랄랄라 여행기란 제목의 예쁜 책이다. (이 책은 같은 내용으로 빨강노랑파랑으로 출간되어 다양한 여행마다 다른 기분의 책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은 어디를 갈 것이며무엇을 타고무엇을 먹는지를 다 기록할 수 있다그 순간의 기분이나 분위기날씨 등까지 기록할 수 있어 아이가 직접 기록하게 한다면 관찰력과 표현력을 동시에 길러줄 수 있겠다우리 아이는 아직 글씨를 직접 쓰지 못하는 아이라 이것저것 언어로 물어보았더니 여행에 대해 생각보다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고마음에 담아두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책의 뒤편에는 여행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엽서각각의 페이지를 구성하는 스티커들도 구비되어 있어서 아이와 함께 쓰는 여행일기뿐만 아니라 허니문에 대해 기록한다면 아주 멋진 신혼일기장 하나가 탄생하게 되리라 생각한다그 순간에는 모든 것을 기억하고 남길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작은 표 하나도 그 순간을 지나면 쓰레기가 되고 만다그런 소멸적인 기억을 이 일기에 남길 수 있다면 아주 오래도록 멋진 추억으로 우리 곁에 머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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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타는 배
안덕자 지음, 최현숙 그림, 앤디 톰슨 옮김 / 시와동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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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타는 배이 책의 제목을 처음 보고서는 두 가지 추측을 했었다강이 산이 될 만큼 세월이 많이 지나는 이야기일까아니면 누군가의 활용으로 버려진 배가 산에서 새 생명을 얻을까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두 가지가 고루 들어있다고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처음에는 물고기를 많이 낚아 어깨를 으쓱대던 배가 시간이 흐를수록 낡고부서져 결국 버려지고우연한 기회에 산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살아가게 되는그렇지만 이렇게 정리하기에는 이 책이 담고 있는 이야기가 참 많다.






먼저 배에 대해 이야기하자면배는 산의 능선을 타는 것이 꿈이었다오래도록 간직한 꿈이었고때가 왔을 때에는 자신의 모든 것을 훤히 열어 내어주는 열린 마음을 가졌다또 다른 주인공 가마우지는넒은 세상을 원 없이 날았고스스로의 부리를 쉼 없이 부셔 새로운 부리가 돋아나게 노력한 이다또 아픈 몸을 다시 부추겨 결국에는 날게 되는 칠전팔기의 아이콘이기도 하다맞다이 둘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성공한 사람들의 배경이야기 같은 이들이다오래도록 같은 꿈을 꾸며 그 곳을 향해 천천히 나아가거나실패를 딛고 일어나 성공을 이루어내는 이들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편안하고 예쁜 책이 아니라 깨달음을 주는 책이다.






다음으로 일러스트어쩌면 아이들은 한지의 느낌을 처음 만났을지도 모르고어른들도 너무나 오랜만에 보는 것일 테다그럼에도 한지가 주는 편안함은 엄마도 아이도 느낀다그래서 이 그림들은 익숙하고 편해 보이고따뜻한 느낌을 마구 품어낸다이 책을 자세히 본 사람은 발견하게 되겠지만모든 동물들이 웃고 있다그 표정으로 아마 아이들에게 따뜻함을 더 주려고 했음을 상상해볼 수 있다.






아마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에게 꿈에 대해 이야기할 날도 있을 테고실패했다고 우는 아이를 달래는 날도 오겠지그런 날마다 아이도 나도 지혜롭게 그 순간을 넘길 수 있기를그래서 언제인가 <산을 타는 배>가 되는 날이 오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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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천미진 지음, 설동주 그림 / 발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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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경험을 한 적 있을 것이다. 제대로 된 간판도 없고, 메뉴판도 없는 식당에 들어가서 뭔가를 시켜먹었는데 엄청나게 만족스러운 경험. 아마 이 책을 음식에 비교한다면, 그렇게 만나 엄청난 만족을 준 한 끼였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기대 없었다는 말은 빼고. 





이미 전작에서 따뜻하고 정감 넘치는 글을 보여주었던 천미진 작가님의 책이기에 이 책은 나에게 있어서는 완전 기대되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평소의 그녀의 책과는 또 다른 느낌을 안겨주었다. (심지어 동 출판사의 전작인 <식혜>와도 다른 느낌이라 생경하기 까지 했다.) 이렇게 심플한 컬러로 어떤 이야기를 하실까. 마음을 기대가 가득히 채웠다. 





아. 이 책을 무엇이라고 말하면 좋을까. 서울 역을 출발한 기차는 함흥역을 지나고, 모스크바, 베를린, 파리, 런던에 다다른다. 이론상으로는 연결될 수 있는 길이지만, 현실은 끊어진 그 길을 그녀는 아주 섬세한 감성으로 연결한다. 무심한 듯 슥슥 그려낸 그림 속에서는 강하게 뛰는 그녀의 심장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만큼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책이다. 





우리 앞에 막힌 남과 북의 경계를 넘어서는 그 기찻길은 평화와 화합 모두를 상징하고, 민족과 이념 그 모든 것을 담는다. 간결한 글 몇 줄은 그녀가 얼마나 깊은 고뇌를 했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고심하며 이 책을 탄생시켰는지 깨닫게 한다. 아이와 이 책을 읽으며 아이는 여행하는 기분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재잘거렸고, 나는 꽤 무거운 마음이 되어 아이에게 함흥역에 갈 수 없는 이유를 이야기해줬다. 언제인가 통일이 되면- 엄마와 함께 함흥역에 가보자는 묵직한 마음이 담긴 약속도 했다. 





누군가는 현 시대를 걱정의 눈으로 바라보고, 누군가는 기대의 눈으로 바라본다. 적어도 나는 우리 아이를 위해 걱정하는 사람이기보다는 기대하는 사람으로 세상을 살고 싶다. 이 책에서처럼 적어도 내 아이만큼은 꿈과 이상이 현실의 막힌 벽을 넘어설 수 있기를, 주어진 현실 뿐 아니라 그 너머도 꿈꿀 수 있는 아이로 자라주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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