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근현대사 - 제국 지배에서 민족국가로
오승은 지음 / 책과함께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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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에서 밤기차로 폴란드 크라쿠프로 떠날 때의 설렘과 두려움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동유럽은 미지의 세계였고, 서유럽과의 비교 속에서 존재했었다. 관심 속에서 이해가 싹트고, 이해를 해야 존중할수 있다.


정미경은 「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에서 “발칸?”  “존재가 바로 고통인 땅이지. 아이러니하지 않아? 겨울엔 비와 진흙 때문에, 여름엔 먼지 때문에 숨을 쉴 수가 없는 곳이지만 그보단 어디서 저격병의 총탄이 날아와 몸에 박힐지 모르는 처절한 내전의 땅이지. 그 발칸 반도의 어둠이 흩어지기 전, 무거운 공기가 흔들리기 전, 자정부터 새벽 사이에 줄기를 자른, 강한 향기가 고스란히 가두어져 있는 그곳의 장미가 지상에서 가장 귀하게 대접받는 거야.” 라고 발칸을 묘사했다.


동유럽은 다양한 모순을 안고 있는 지역이다. 서구열강의 식민 지배로 인한 피해자라는 인식과 자기 보다 약한 주변국을 점령하는 가해자의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체코,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등 동유럽 지역에 묠려드는 관광객들은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상처와 영광을 안고 있는 역사적 유적지를 보면서 우리에게 동유럽은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하나는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를 바라보는 거울 역할이고, 다른 하나는 동유럽을 보는 우리의 왜곡된 시각을 교정하는 것이다. 오늘날 동유럽은 통합과 분화 속에서 갈등하는 세계를 이해하는 화두이다. 

그토록 소망하던 EU에 들어갔지만 그들에겐 남은건 더 나은 삶이 아니라 더 빈곤한 삶이었고, 구체제에 대한 향수와 상실감이었다. 

 

“유럽의 지정학적 요충지인 발칸반도와 그 위쪽에 위치한 중동부 유럽의 역사는,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요충지인 한반도와 너무나도 유사하다. 한국의 역사가 강대국 사이에 끼여 살아남기 위한 투쟁의 역사였듯이, 동유럽 역사도 대제국과 강대국 사이에 끼여 생존권과 주권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쳐야 했던 생존투쟁의 역사다.” 


한일관계가 냉각기 일 때 한국에 유학중인 일본사람이 다음생에는 분쟁없는 유럽에서 살고 싶다라고 했는데, 이 말을 폴란드 친구에게 전해주니 그럴거면 서유럽을 선택하라는 냉소적인 답변을 들은 적이 있다. 


책 서문에서는 우리 교과서에서 동유럽에 대해 잘못 쓴 부분을 지적하고 올바르개 설명한다. 서유럽에 편중된 지식과 동유럽을 바라보는 우리의 오리엔탈리즘은 여행서에서 어떻게 취급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체코의 대통령이었던 하벨은 유럽은 지리, 인정, 민족, 문화, 경제 그리고 정치적으로 볼 때 아주 복잡하고 다양한 대륙이지만, 이렇게 복잡하고 다양한 요소는 유럽 전체의 운명과 상호 연계되어 있어서, 이를 단일한 실체로 볼 수 있다고 했고 또한 유럽의 어느 한 부분에서 일어난 사건은 항상 직간접적으로 유럽 대륙의 다른 부분에도 영향을 주었으며, 현재까지 유럽의 역사는 끊임없이 내부 구조와 그 부분들이 관계를 찾아아고 또 재조직되고 있는 역사라고 했다


책에서는 동유럽에 대해서 가졌던 의문과 잘못된 관념들을 시정해준다. 


동유럽의 발전 과정을 서유럽에 비추어서 보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봉건제의 용어를 둘러싼 동양과 서양의 비교를 보는듯했다. 우리에게는 어느덧 서유럽의 눈으로 타지역을 보는 습관이 형성된 것이다.

 

몇 년전 인터넷 CNN에서 폴란드를 동유럽국라고 쓴 기사가 있었는데 많은 폴란드인들이 동유럽이 아니라 중부유럽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체코, 폴란드, 헝가리 등은 지리, 문화적인 차별성을 가진 중부유럽국가라 다른 동유럽 국가들보다 우월하다는 그들만의 자부심이 있다. 왜 이들 동유럽 지역들이 나아가지 못하고 멈추었는지를 폴란드의 예에서 설명한다. 동유럽은 오스만 제국에 대한 서우럽의 방파제 역할을 했고 냉전시대에는 소련에 의한 서방 방어용 완충지대가 되었다. 인종, 종교, 식민지배국, 냉전체제 하에서 소련의 위성국 등 다양하게 얽혀 있어서 한가지 정의로 분류하기 힘든 지역이 동유럽이다.  


우리는 동유럽 지역의 경제적 낙후 때문에 무너졌다고 보는데, 동유럽의 산업화는 성공했고, 소비사회가 형성됐다고 쓰고 있다. 

“동유럽 사회가 공적 영역에서의 개혁 좌절에 땨라 집단적 체념의 분위기가 만연했다면, 경제적으로 개인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향상된 생활수준을 즐기는 굴절된 사회관계가 형성되었다. 동유럽 사람들은 자신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부조리한 정치현실에 대해서는 무관심해지는 반면, 그래도 뭔가를 할 수 있는 사적 공간에서 대리만족과 작은 평화를 찾고자 했다.”

콜라코프스키는 사회주의체제를 붕괴시킨 것은 경제 실패가 아니라 체제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나 의식의 변화라고 지적한다. 사회 운동은 경제적 문제로 일어나지만  진정한 동인은 체제에 대한 인민대중의 의식 변화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동유럽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체제 변환 이후 이륙과정 없는 경제정책의 실패를 우리는 교훈으로 삼아야 하고, 이로 인해서 빈부격차의 심화와 박탈감으로 포퓰리즘 정당들의 난립과 극우정당들이 득세하는 현실 때문이다.  저자는   “유럽 통함의 성과는 퇴색한 채 파시즘의 대결로 치닫는 전간기의 비극이 재현될 수도 있다. 유럽의 민주화를 통한 동서유럽 간 평등관계의 회복이 아직은 요원해 보인다 할지라도, 현실을 지배하는 다수의 의견과 다른, 미래를 바라보고 실현하고자 하는 소수 의견을 외면해서는 안 된 것이다. 그것이 20세기 유럽의 역사가 후대에 물준 뼈아픈 교훈이다.”  라고 결론에서 매듭짓는다. 

  

지역에 대한 이해는 특수성에서 시작하고, 어디로 가는지 알고 싶으면 어디에서 왔는지를 알야야 한다는 말처럼, 책은 동유럽 지역의 어떻게 서유럽과 다르게 출발했는지,  발전 과정을 시기별로 나누어서 설명하고 각 국가들의 차이점들도 설명하고 있어서 동유럽의 과거와 현재를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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