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아주 먼 섬
정미경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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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깎다 만 사과라고 우기다보면, 그걸 마저 깎아서 어쨌든 먹어치워야 할 듯도 하고, 꼭꼭 씹다보면 단맛이 느껴질 것 같기도 하고. 사과의 맛이 조금씩 다르듯 슬픔도 다 다르잖아. 맑은 슬픔, 헛헛한 슬픔, 차가운 슬픔, 말간 슬픔.”


웃음에도 종류가 다르듯이 슬픔도 개별적이다. 타인의 아픔과 슬픔을 내 것처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외면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들은 타인들과 그몰코처럼 얽혀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공간인 섬을 부유하는 상상을 했고, 고통을 포용할 수 있는 따뜻함을 만날 수 있었다. 섬에서 벗어나고싶은 이믈도 있고 연어처럼 돌아오는 이들도 있다. 작은 섬 속에서 상처받은 영혼들은 사람만의 희망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가슴께까지 물이 닿은 줄 몰랐다. 한 걸음 내딛는데 긴 해조류 한 가닥이 오른쪽 다리를 휘감는 것 같았다. 미끄럽기보다 섬뜩했다. 하늘이 기우뚱 기울었고 집어등 불빛이 수면에 쏟아졌다. 만 전체가 눈에 들어왔다가 사라진다. 기슭이 꽤 머네. 막 놓친 바닥을 다시 딛기보다는 둥실 떠오르는 그 느낌에 몸이 더 끌린다. 한 바퀴, 두 바퀴…… 검은 물속에서 발톱의 흰 에나멜이 선명히 보였다가 사라졌다. 암녹색 빛의 터널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불면 끝의 졸음처럼 유혹적이다. 짠물이 코로 들어왔다. 찌르르한 통증이 뒤통수까지 후비듯 날카롭게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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