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아닌
황정은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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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무시를 당한다면 당하는 나도 나쁘다. 왜냐하면 내가 존귀하니까. 나도 실은 존귀하니까. 그런데 나는 과연 존귀한 걸까요? 내가 나를 존귀하다고 여기고 있는 걸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스스로 귀하다는 식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요 나는? 그것은 어떻게 하게 되는 생각일까, 하고 생각하느라고 잠을 이룰 숙 없었습니다. 정말이지 그것은 어떻게 느끼는 것입니까? 사람이 날 때부터 존귀하다면 그것을 스스로 알아체게 되는 때는 언제일까요? 어떻게 그렇게 되는 것일까요? 학습되는 것입니까? 스스로 귀하다는 것은…… 자존, 존귀, 귀하다는 것은, 존, 그것은 존, 존나 귀하다는 의미입니까. 내가 존귀합니까. 나는 그냥 있었는데요 언제나 여기저기에 있었는데요, 이렇게 그냥 있어도 존귀할 수 있습니까.

존귀하다는 것, 그것은…… 아무래도 상태는 아니지 않아? 정태(靜態)가 아니고 동태(動態)가 아닙니까? 가만히 있어도 존나 귀하다면 그것은 인단 인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냥 있는 것 자체로 존귀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우선 인간에 속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요. 왜냐하면 인간은 똥을 싸는 데에도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생물이니까 병원비와 생활비도 벌어야 하고 그렇지 않습니까. 당신은 어떻습니까. 괜찮습니까. 자존하고 있습니까 제대로…… 존귀합니까. 존나 귀합니까…… 누구에게 그것을 배웠습니까. 


서로 이해하는 것은 모든 일의 시작이다. 동정없는 세상, 공감하는 세상을 만들자고 외치지만 결국은 약자들끼리 아웅다웅하는 것이 현실이다. 가슴속에 화를 품고 있다가 누군가 건드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가 나보다 약한 자들에게 방아쇠는 담겨진다. 소설이 사회과학 책 보다 뛰어난 점은 이론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감정을 움직여서 나를 돌아보게 하고 사회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눈물이 날 수도 있고 행동으로 동참할 수도 있다. 황정은의 소설은 달콤하지는 않지만 몇 번이나 문장을 곱씹으면서 되쇠긴다.  

소설 속에서 바라본 현실의 불편하고 아프지만 그러면서 우리의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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