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반격 - 2017년 제5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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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 고민은 죽을 때까지 하게 될 거예요. 백 살이 될 때까지 같은 생각할걸요. 외롭다고,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고, 내 인생은 어떤 의미가 있었느냐고,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괴롭고 끔찍하죠. 그런데 더 무서운 거는요, 그런 고민을 하지 않고 사는 거예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질문을 외면하죠. 마주하면 괴로운 데다 답도 없고, 의심하고 탐구하는 것만 반복하니까. 산다는 건 결국 존재를 의심하는 끝없는 과정일 뿐이에요. 스스로의 존재를 의심하는 게 얼마나 드물고 고통스러운지 알아가는…….”

지금 우리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시대를 살아간다. 강상중은 『고민하는 힘』에서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나는 누구인가 라는 고민을 통해서 사회문제로 접근하라고 쓰고 있다. 고민하지 않고 수동적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결과이다. 나에 대한 존재를 고민하고 탐구했을 때 타자와 만나게 되고 고립감에서 벗어나 희망이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만남을 통해서 우리는 각성하게 되고 연대하고 행동하게 된다.  


“그렇게 생각하는 한 세상은 점점 더 나빠질걸요? 억울함에 대해 뒷얘기만 하지 말고 뭐라도 해야죠. 내가 말하는 전복은 그런 겁니다. 내가 세상 전체는 못 바꾸더라도, 작은 부당함 하나에 일침을 놓을 수는 있다고 믿는 것. 그런 가치의 전복이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적절하게 등장하는 음악들 때문에 찾아서 들으면서 소설을 읽으면서 한 편의 영화를 떠올렸고 주인공에는 누가 좋을지를 상상했다. 재즈들인데 나하고 취향이 비슷해서 반가왔다.  

 

베니 굿맨의 <Body and soul>이 흘러나온다. 주인장이 꽂힌 건지 실수로 리피트가 걸린 건지 계속 같은 곡만 반복이다. 

엘라 피츠제랄드가 나른하게 부르는 <I‘m beginning to see the light>가 귓가에 부드럽게 감겼다.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해리코닉 주니어다. 떨군 시선 끝에 액정에 뜬 제목이 보인다. <Don‘t get around much anymore>. 나직하지만 꽉 찬 선율이 귀를 메우기 시작한다. 날아가는 새도, 트랙 안을 돌고 있는 사람들도 그 순간만큼은 나를 위해 존재하는 세트나 엑스트라처럼 보였다.

쳇 베이커가 반주도 없이 <Blue room>을 부른다. 쳇은 아무리 명랑한 곡도 자신만의 서늘하고 불안한 톤으로 색칠한다. 그가 연주하는 트럼펫 소리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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