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 개정판
김훈 지음, 문봉선 그림 / 학고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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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알 수 없는 것은 조선이었다. 송파강은 날마다 부풀었다. 물비늘 반짝이는 강물을 바라보며 칸은 답답했다. 저처럼 외지고 오목한 나라에 어여쁘고 단정한 삶의 길이 없지 않을 터인데, 기를 쓰고 스스로 강자의 적이 됨으로써 멀리 있는 황제를 기어이 불러들이는 까닭을 칸은 알 수 없었고 물을 수도 없었다. 스스로 강자의 적이 되는 처연하고 강개한 자리에서 돌연 아무런 적대행위도 하지 않는 그 적막을 칸은 이해할 수 없었다. 압록강을 건너서 송파강에 당도하기까지 행군대열 앞에 조선 군대는 단 한 번도 얼씬거리지 않았다. 대처를 지날 때도 관아와 마을에는 인기척이 없었다. 조선의 누런 개들이 낯선 행군대열을 향해 짖어 댈 뿐이었다. 도성과 강토를 다 비워 놓고 군신이 언 강 위로 수레를 밀고 당기며 산성 속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걸고 내다보지 않으니, 맞겠다는 것인지 돌아서겠다는 것인지, 싸우겠다는 것인지 달아나겠다는 것인지, 지키겠다는 것인지 내주겠다는 것인지, 버티겠다는 것인지 주저앉겠다는 것인지, 따르겠다는 것인지 거스르겠다는 것인지 칸은 알 수 없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경제적 피해는 물론이고 한국인들은 분열하고 있다., 우리 경 중국경제에 종속될 정도로 비중이 높았질때부터 이런 일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하는 지도층의 무능에 한탄한다.

지난 역사를 다시 돌아보는 것은 과거에 집착하자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위기에서 돌파구를 찾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명청교체기의 병자호란과 대한제국이 중국과 일본, 미국, 러시아 사이에서 어설픈 처신 끝에 나라는 기울었고 국민들은 고난을 겪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실마리를 역사에서 배울 수 있다.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어떤 길을 갈것인가, 자기의 안위인가, 민중들의 고통인가 선택의 순간에서 판단이 중요하다. 위기 앞에서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에서 조율을 하는 것도 위정자의 능력이고, 그런 위기 자체를 가져오지 않는것이 더 큰 책임이다. 


너는 명을 아비로 섬겨, 나의 화포 앞에서 너의 아비에게 보이는 춤을 추더구나. 네가 지금 거꾸로 매달린 위난을 당해도 너의 아비가 너의 춤을 어여삐 여기지 않고 너를 구하지 않는 까닭이 무엇이냐.
너는 스스로 죽기를 원하느냐. 지금처럼 돌구멍 속에 처박혀 있어라.
너는 싸우기를 원하느냐. 내가 너의 돌담을 타 넘어 들어가 하늘이 내리는 승부를 알려주마.
너는 지키기를 원하느냐. 너의 지킴이 끝날 때까지 내가 너의 성을 가두어주겠다.
너는 내가 군사를 돌이켜 빈손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느냐. 삶은 거저 누릴 수 없는 것이라고 나는 이미 말했다.
너는 그 돌구멍 속에 한 세상을 차려서 누리기를 원하느냐. 너의 백성은 내가 기른다 해도, 거기서 너의 세상이 차려지겠느냐.
너는 살기를 원하느냐. 성문을 열고 조심스레 걸어서 내 앞으로 나오라. 너의 도모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말하라. 내가 다 듣고 너의 뜻을 펴게 해주겠다. 너는 두려워 말고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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