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바인
데이브 컬런 지음, 장호연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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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는 한니발 렉터나 노먼 베이츠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휴 그랜트처럼 멀쩡한 모습을 하고 다가온다.”


우리 주위에 에릭과 같은 사이코패스가 웃으며 산다면 불신속에서 남들을 믿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사건이 생기면 원인을 찾고 결론을 도출한다. 부모의 무관심 같은 가정 문제나 운동선수들이 괴롭히는 학고폭력의 희생자라서 외똘이인 가해자들이 살인을 했다는 답을 얻어야 대중은 납득하고 안심한다.  


“교내 괴롭힘과 따돌림은 손쉬운 동기를 제공했다.

트렌치코드 마피아는 눈에 확 띄고 기억하기 좋아서 일종의 신화처럼 굳어졌다. 무엇보다도 살인자들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외톨이라는 편견에 딱 들어맞았다. 콜럼바인에 관한 잘못된 오해는 모두 그런 식으로 생겼다. 그리고 믿을 수 없이 빠르게 번져갔다. 고약한 소문의 대부분은 살인자들의 시체가 발견되기도 전에 이미 뿌리를 내렸다.

보통 콜럼바인 사태를 떠올릴 때면, 트렌치코트 마피아 출신의 부적응자 고스족 두 명이 오랫동안 반목 때문에 고등학교에 난입하여 운동선수를 공격한 사건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대중의 선입견처럼 가십이 만들어지고 언론사에서 유포하면서 진실이 된다. 저자는 틀렸다고 한다. 사이코패스인 에릭이 우울증인 딜런을 조종해서 함께 벌인 무차별 살상극이다. 사이코패스의 성향을 조기에 파악하고 교육해야 하는데, 이들은 검사를 받으면서 발전하는 지능범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생각하는데, 당신의 문제는 머리로 너무 많이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를 장점으로 승화시켜봐요.” 라고 조언한다.   


딜런의 어머니 수 클리볼드가 쓴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를 먼저 읽어서 이 책에서는 다른 시각을 볼 수 있었다.  읽는 도중에 몇 번이나 멈춘 것은 세월호 사태와 유사한 점들 때문이다.

지역에서는 몇 년이 지난 후에도 방향을 잃은 분노는 이후 수년 동안 지역사회를 벌집처럼 쑤셔놓게 되는 것처럼 갈등을 겪는다. 보상금을 보는 시선과 이제 그만 했으면 하는 지겨움 속에서 흐생자 가족들은 지쳐간다.


교사, 상담사, 경찰 등이 사전에 주의를 기울였으면 몇 번이나 막을 수 있었다.  정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각자의 서랍에서 침묵했다.  경찰을 포함한 관계자들은 사건 후에는 은폐하기 위해서 모임을 갖고 서류들을 폐기한다. 


“살인자들이 폭탄을 설치하는 장면이 감시카메라에 포착되었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폭파범이나 관리인 둘 중 하나가 시간을 제대로 지켰다면 분명 그랬을 것이다.

총알이 장전된 권총을 학교에 가져가는 것은 계산기를 가져가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다.”


경찰의 대처가 빨랐다면 피해를 줄이고 희생자를 방치하지 않았을 것이다. 


브라이언의 아들은 우선사항이 되지 못했다. 그는 희생자의 시신을 그렇게 무심하게 취급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때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대니는 스물여덟 시간을 그렇게 보도에 누워 있었다.


미국 전역이 인질극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전에는 학교 총기 사건이 텔레비전으로 방송된 적이 없었다. 다른 비극적 사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콜럼바인의 상황은 카메라가 돌아가는 가운데 서서히 진행되었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그랬다. 카메라는 우리가 사건을 지켜보는 목격자라는 착각을 만들어냈다.


이 책의 장점은 이런 커다란 재앙이 있으면 그 후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 하는 궁굼증이 생기는데 이를 해소시켜 준 것이다.  자식의 죽음으로 굴곡진 희생자들의 부모, 그래도 현지에 사는 가해자 부모들의 모습, 당시 수사관들의 거취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하고 결혼한 패트릭 아일랜드의 “제가 창문으로 뛰어내렸을 때 누군가가 절 잡아주리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것이 제가 여러분에게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저는 사랑스러운 세상이 항상 그곳에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라는 감동 적인 연설과, 교장의 헌신을 보면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야 하는지를 배우고 이것을 추적한 저자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이같은 대재앙이 다시는 나오지 않게 하려면 범인들의 행적을 추적하고, 모든 자료들을 분석해서 책으로 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소잃고 나서 외양간을 고치면 다시는 소를 잃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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