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 1
한수산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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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항구도시 나가사끼는 거대 군수기업 미쯔비시三菱의 자본 아래 놓여 있는 항구도시였다. 이 나가사끼로부터 18.5킬러미터 떨어진 섬 타까시마高島에서는 일본 최대의 해저탄광으로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진 미쯔비시 타까시마탄광이 성업 중이었다. 다시 이 섬에서 5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작은 섬이 하시마端島였다. 이 무인도에서 석탄이 채굴되면서, 물로 풀도 나무도 없이 오직 채탄시설과 광부 숙소만으로 뒤덮인 곳이 미쯔비시광업 하시마탄광이었다. 맨 위에 서 있는 신사를 중심으로 섬 전체를 둘러싼 드높은 방파제 때문에 하시마는 그 모습이 바다에 떠 있는 군함 같아서 사람들은 하시마라는 이름 대신 군함도라고 불렀다.


원자폭탄 피해 지역으로만 알고 있던 나가카시를 가봤지만 군함도의 존재는 몰랐다. 소설 군함도를 만나면서 하시마를 알게 되었고, 영화 군함도 덕분에 묻혀 있던 소설이 각광을 받는 현실은, 문화 매체가 사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가를 보여준다.

잔혹함은 부당한 죽음, 비인간적 죽음 처럼 학살 피해자의 숫자가 아니라 폭력성에서 드러난다. 일제의 수탈과 강제징용의 피해는 추상적으로 알고 있었는데, 소설을 통해서 구체적인 울림으로 다가왔다. 소설의 장점은 일본은 악이고 우리의 피해만 그리고 있는 게 아니라 일본 사람들 중에서 선한 사람이 있다는 것과 그들 역시 전쟁의 피해자라는 것을 함께 보여주고 국가폭력에 대항해서 민중들의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쟁의 초기에는 일본노동연맹과 부라꾸민 해방운동을 벌여온 인권단체 수평사의 도움이 있었지만, 이건 조선인의 폭동이라는 시각이 퍼지면서 3주 만에 쟁의는 끝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우석은 승도의 이야기에서 어떤 길을 보는 것 같았다. 그것은 뜻을 같이하는 사람과 사람, 단체와 단체가 하나로 뭉치는 연대였다. 힘을 모으는 것. 나뭇가지도 하나씩은 부러지지만 묶여서 한아름이 되면 불에 탈지언정 부러지지는 않는다.
하나같이 어두운 소식들이었지만 우석은 승도가 전해주는 이야기 속에서 한 줄기 빛처럼 다가오는 무엇을 느꼈다. 언젠가 때가 되면 세상에 나가 자신이 하고자 했던 일이 거기 보이는 것 같았다. 그는 생각했다. 나에게는 꿈꾸는 내일이 있다. 농민과 노동자들을 깨우쳐야 한다. 그들과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나아가야 한다.


우리가 과거를 알려는 것은 분노하려는 목적 만은 아니다. 과거에서 배우고, 기억하고 화해를 함으로써 미래로  나가기 위해서 한걸음 내딛어야 하겠지만, 나는 소설을 읽으면서 한국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떠올랐다. 폭력의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기 않기 위해서라도 기억과 마주해야 한다. 일본인들이 군함도라는 징용이라는 과거는 모르고 나가사키를 원폭의 피해도시로만 그리고 있는 것을 보면서 베트남 전쟁 등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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