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티 피플

피프티 피플 - 2017년 제50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6년 11월

미드 <로스트>를 본 이후로 비행기를 타면 승객들을 둘러볼 때가 있다. 같은 여행지를 향하는 이들은 각자마다 드라마 같은 사연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궁굼해질 때가 있다. 

타인의 살아온 길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그들의 삶을 인정한다는 것이고, 본인 역시 살아온 과정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타인들의 삶을 안다면 현대 사회의 병리인 무관심, 따돌림도 사라지지 않을것이다. 자신의 이야기에 누군가 들어준다는 것은 타인들에게 나라는 존재가 인식되었음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자존감도 얻을 것이다. 사람은 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읽었던 정세랑의 소설들은 밝고 경쾌했다. 대학병원이라는 공간 안에서 다양한 직업들 속에서 살아가는 51명의 인생은 옴니버스 드라마들이 모여서 퍼즐을 맞추듯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당신은 잘살고 있습니까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누군가의 인생에서 나는 조연이나 엑스트라 일수도 있지만 나 역시 내 인생에서는 주연이다.

친절히 내 주문을 받던 패스트푸드 가게의 알바생도 히로인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과거와 미래의 나를 닮은 사람도 나오지만, 내가 지나쳐간 사람들도 등장한다.  

누구나 고민을 안고 있고 타인과 소통하기를 원하지만 거림감과 관심 사이에서 방황한다.  

“나는 충고 같은 거 하기 정말 싫어하지만 소선생이 원하는 것 같으니까 말해주는 거예요. 충고가 제일 싫어. 나는 자격도 없고. 그냥… 우리가 하는 일이 돌을 멀리 던지는 거라고 생각합시다. 어떻게든 한껏 멀리. 개개인은 착각을 하지요. 같은 위치에서 던지고 사람의 능력이란 고만고만하기 때문에 돌이 멀리 나가지 않는다고요. 그런데 사실은 같은 위치에서 던지고 있는 게 아닙니다. 시대란 게, 세대란 게 있기 때문입니다. 소 선생은 시작선에서 던지고 있는 게 아니에요. 내 세대와 우리의 중간 세대가 던지고 던져서 그 돌이 떨어진 지점에서 다시 주워 던지고 있는 겁니다. 내 말 이해합니까?”

책에서 가장 기억나는 인물은 칼맞아 죽은 여고생이었다. 학우들에게 추모 받지 못하고 기억 속에서 사라져간다. 이해받지 못하고 자기 사연을 들려줄 수가 없을 때 잊혀짐보다 서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