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지는 마음에게, 안녕
안희연 지음 / 서랍의날씨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모든 것이 잔상으로 남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무수히 많은 사람과 풍경이 곁을 스쳐 가는 중이고, 나의 무의식은 그것을 저장한다.”

 

음악을 들으면 여행지가 생각날 때가 있다. 인도에서 달리는 기차, 흔들리는 라오스 밤버스에서 듣던 그 음악을 한국에서 들으면 다시 여행지로 돌아간 느낌이고 당시 외로움과 이미지들이 떠오른다.  무의식 속의 기억이 재생되는 순간이 있다. 스쳐가는 우연 속에서 행운에 기뻐하고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여운에 잠긴다, 음식 냄새를 맡으면 인도의 맛이 떠오른다.

 

“여행을 하면서 가장 자주, 그리고 아주 오래 마주하는 사물은 창문이다. 여행의 목적은 창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의 한 장면속의 창, 소설 무대 속의 창을 통해서 우리는 기억하고 상상한 것을 여행지에서 만난다.  여행지에서 만난 창은 한국을 떠오르게 하고 나를 비춘다. 그래서 난 여행을 떠난다.,

유럽의 끝, 페소아의 나라 포르투갈에서 나는 파두를 들으며 추억에 잠겼다.  

 

페와

-안희연

무엇으로 흘러온 걸까 페와 나는 몸보다 큰 배낭을 메고 여기까지 왔어 말 못하는 들판의 나무들, 나뭇잎 하나까지도 견딜 수 없이 무거워져서

스위치를 끄고 주저앉아 너의 깊은 눈동자를 향해 돌을 던진다 돌 하나에 사람 하나 돌 하나에 사람 하나, 아무도 찾아가지 않는 이름들 너는 눈 속에 저렇게 큰 산을 품고도 눈을 감는 법을 모른다

온몸의 피를 새것으로 갈고 싶어 페와, 바람이 불 때마다 내 몸속 박쥐때가 흔들린다 빛의 뿌리는 어디쯤 파묻혀 있는지 우리의 갈망은 왜 매번 텅 빈 새장으로 내걸리는지

쓰다듬을수록 참혹하게 엉키는 길 위에서 몸을 벗고 멀어지는 구름들을 바라본다

고개를 내저으며, 페와 그것이 은총이라는 듯 과일들은 담담하게 썩어가고 우리는 다시 끝나지 않는 식탁에 앉아 질문으로 가득한 책을 써내려가야 하겠지

페와, 네가 침묵으로 내내 말할 때

우리 눈을 감기는 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누구의 동의도 받지 않고 번번이 되돌려지는 밤들은

 

시처럼 쓰인 산문속에 영화와 문학이 어우러졌고 사진들을 보면서 그리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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