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개를 베다
윤성희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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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로 만든 집』을 처음 읽었고, 윤성희 작가의 소설은 큰 사건이 등장하기보다는 일상의 이야기들이 촘촘하게 짜여져서 에세이를 읽은 듯하다.

봄에서 시작해서 봄으로 끝나는 10편의 단편소설을 모은 소설집으로 가족들 각자 이야기를 모은 책 같은 느낌도 들었다. 지문은 넘치지만 대사는 얼마 안 되는 보기 드문 소설이기도 했다. 각 단편들의 화자들은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묵묵하게 살아간다.  10편 속에 10명의 입장에 몰입할 수 있어서 다른 이들의 삶을 엿보고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작가는 이들의 행동을 설명하지 않는다. 단지 보여줄 뿐이다. 살아간다는 건 작은 일들이 모여서 나를 만들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거 아닌가. SNS에 늘 여행이나 맛집 기행을 올리며 사는 게 아니라 주어진 시간을 일을 하면서 고민도 하면서 가족이나 친구들하고 보내는게 보통의 삶일 것이다.

“이렇게 큰 나무가 있다니 놀라워요.” 할머니가 목련을 올려다보았다.

“난 작은 나무들이 좋아. 그건 해마다 자라는 게 눈에 보이거든.”

목련나무 아래에서 할머니와 나는 묵례를 하고 헤어졌다.

여백은 없지만 읽은 후에 여운이 많이 남겨지는 단편 소설집이다.

책 제목인 『베개를 베다』는 책에 나오는 문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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