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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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악惡은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화로 다가오기  때문에 무섭다. 마이너스 경제성장이라는 숫자는 빈민가의 비참함을 가려준다. 살인 전과가 있으시군요 라는 딱지는 상처처럼 따라붙는다.  살고 있던  임대 주택에서 쫓겨나고, 도서관에서 강연이 취소된다.  가해자를 따라가면서 학교 폭력의 피해자로 정당방위라는 사연을 듣고서야 비로소 이해한다.  살려면 나쁘게 살고 포기를 하면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

얼마나 괴롭혔으면 살해당했을까 라는 의구심은 피해자의 억울함을 덮는다. 아들은 그렇게 죽어야 할 사람이 아니라는 해명을 듣고자 어머니는 출소한 가해자를 쫓아다닌다. 

어느 누구도 학교폭력의 가해자와 살인자라는 본성을 갖고 태어나고 길러지지 않는다. 사회라는 구조 안에서 남의 생각해 봤으면 한다.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과  미래를 향헤서 과거의 흔적을 지우고 싶은 사람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만난다.

 

나는 찌르라고 해서 찔렀으니 그 상황에서 다른 선택이 여지가 있지 않을까 하는 후회는 없다.

당신 아들은 카레를 싫어했어요, 그걸 이제야 알았죠, 담배도 피웠답니다. 그렇다고 죽어도 된다는 건 아니지만 당신의 무관심이 아들을 죽였을 수도 있잖아요?

 

내가 몇 년 전에 만났던 여자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묻지도 않았는데, 아버지가 어렸을 때 가출했어요 웃으면서 말했다. 만날때 마다  마치 남의 일처럼 경제적 지원이 있으면 알바 안하고 살아도 될텐데, 아버지 닮았다고 어머니가 어릴때부터 미워했어요,  등등.  

나중에 들은 말들을 맞춰보고 깨달았다. 상경해서 서울에서 만난 친구들이 번듯한 직장과 행복한 가정을 가졌고 본인이 하고 싶은 욕망은 많지만 이룰 수 없는 현실  때문에 과거를 불행한 방향으로 말해서 연민의 가림막안에 살아간다는 것을.

혼자 일해서 힘들어요 라는 불평에 30살 신입으로 들어가기도,  들어가도 적응이 어려운 행운이라고 속마음으로 답했다.

 

불행한 집안사정과 별볼일없는 학창시절을 보내며  살았다던 중간 보람의 우연한 말 한마디가 큰 보람을 영국으로 보낸다.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큰 보람도 과거의 상처와 중간 보람을 부러워하며 살아간다.  과거에 발목잡힌게 아니라 현재가 과거를 조립한다.  

  

그러면 현재의 상황에 불안해 하고 과거의 조건에 예속된 삶을 살아야 하나?

인간은 기억만으로는 살 수 없다. 현재의 감정과 지켜야 할 윤리를 사회라는 틀안에서 살아간다.

다시 의지를 소생시키고, 선택의 여지가 있을 수 있어라는 자부심을 되찾는게 필요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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