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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 2015 제39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3월
평점 :
잘 짜여진 연작 단편집을 읽는 듯 했다. 대화를 동시에 하는 두 개의 독백이라는 말처럼 내 말만 할뿐 상대방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현실에서 SNS에는 독백들이 넘친다. 몇 년동안 SNS를 하면서 소통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공감하기를 원하지만 막상 타인의 아픔에는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냐는, 버겁지 않냐는 말로 외면하는 이들을 많이 봤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고된 삶의 위안으로 다가오지만, 관심과 오지랍 사이의 경계는 아슬아슬하다. 감당할 수 없으면 타인의 일에는 개입하지 말라는 충고에도 불구하고 호기심 때문에 남의 일에 발을 담그지만 상대방의 위선에 치를 떨기도 한다.
지금 한국 사회는 평행선처럼 마주보기만 할 뿐이고 상대방에게 먼저 손을 내밀지 않는다. 섣부른 손내밈으로 나의 안위를 위협받고 싶지 않을 뿐이다. 친구를 사귀고 싶지만 그러다 내 감정에 상처입긴 싫을 뿐이다.
모멸감은 (내생각에)나보다 못하거나 약간 위인 상대방이 퍼부을 때 생긴다. 을인 우리는 갑의 횡포에 대항하기보다는 다른 을에게 내가 당한대로 똑같은 말로 욕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거나 언젠가 나도 갑의 세계에서 을을 착취하기를 소망하며 산다. 약간만 나를 건드리면 그 몇배나 되갚아주겠다는 성난 얼굴로 살아간다. 공적으로는 순응하지만 사적으로는 분노사회다. 입장바꿔 생각해보라는 말 대신에 나만은 그런 처지에 있지 않을거야 라는 다짐만 한다. 앞만 보고 달리지만 사소한 사건이 우리의 일상에 균열을 가져온다. 소시민으로 살다가도 그래 이젠 내맘대로 살겠다는 배짱으로 나가기도 한다. 아동학대를 방치하면 언젠가 성장해서 우리 아파트에 불을 지르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신고한 겁니다 라는 학대박는 애가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 라는 동기를 가지고 살아가야 할까. 나도 힘듭니다, 일하시느라 힘드시겠어요 라는 말에 사기꾼으로 오해받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나에 대한 배려로 쌍욕을 하는 것인가 하는 자기 위안.
소설에서는 어떻게 살라는 말을 하지는 않는다.
나는 일단 들어주기만 하는 것이,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해도, 출발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