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 이오덕과 권정생의 아름다운 편지
이오덕.권정생 지음 / 양철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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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세계명작과  한국책은 전래동화나 민담책들을 읽었다.  세계명작도 어린이용으로 축약한 책들 같은데 서양 책들만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 동화책을 읽은적은 없다.  고전도 나올 당시에는 통속문학이었을 뿐인데 세월이 흐르면서 고전이 됐고 한국으로 건너온 책을 무비판적으로 읽은 것이다. 이오덕, 권정생 두 분의 이름도 2000년대 초에 접했을 뿐이다. 

 

이 책은 72년부터 2002년까지 권정생 선생님과 이오덕 선생님이 주고받은 편지를 묶은 책으로 그 당시 시대상을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로왔다. 이오덕 선생이 12살 연상이지만 두 분이 주고 받은 편지들은 우정의 증표이자 당시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역사 이다. 인터넷에서 이뤄지는 즉각적인 반응보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아날로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장면들이었다.

70년대 편지들이 주로 소개되는데 당시는 우리 역사의 어둡지만 역동적인 시대였다.  새마을 운동을 하면서 변해가는 농촌과 물질만 추구하는 각박한 현실이 군데군데 등장해서 가슴 아프고 오늘날 우리들에게 어떻게 살 것인지를 당시를 보면서 알 수 있었다.

권정생 선생님은 1981년 2월 2일에 “인간으로 살아갈 수 없는 아이들이 불쌍합니다. 우수한 성적으로 명문 대학을 나온 학생이나, 낙오자가 되어 좌절과 실의에 빠진 학생이나 모두가 병든 사회의 생산품입니다. 그들 중 어디 인간이 있습니까? 국가기관이든 사회기관이든, 그들은 소수의 주인에게 사용되는 물건입니다.” 라고 이오덕 선생에게 편지를 보냈다.  

권정생 선생님의 이런 우려는 지금은 더 심해졌고  그나마 당시에는 대학만 가면 됐지만 지금은 대학을 다녀도 힘들긴 마찬가지인 현실이다. 

창비가 당시에는 아동문학에도 주력했고, 판화가 이철수, 전우익 선생님도 등장해서 시대와 함께 살았음을 보여준다.

권정생, 이오덕 두 분도 일본 동화책을 번역없이 읽고 편지에서 토론하고, 일본책을 표절하는 일부 유명한 한국 동화작가들의 현실을 개탄한다.  책을 읽으면서 일본 아동문학의 발달이 부러웠고 그 당시 우리 문학도 소설, 시는 작품이 나왔는데 아동문학이 미진한 이유가 무엇인지 되돌아보았다.  

 

“일본 작가의 작품을 우리 작가들이 무엇을 어떻게 받아들였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일본 작품이라고 다 좋은 거는 아니지 않습니까?
외국 작가의 영향을 받은 한국문학이 동화, 동시만이 아닐 것입니다. 문제는 내면적인 사려를 거친 다음, 장정만을 받아들였으면 그건 잘한 일입니다만, 그렇지 못한 것이 유감입니다.”

 

외래 문화의 주체적 수용에 대한 필요성은 이처럼 당시에도 제기됐었고 지금도 고쳐지지 않는 문제이다.  한류를 보면 이제 우리도 많이 변했지만 무비판적 수용과 선진국 문화만 접하는 풍토는 지양하고 다양한 문화를 만나는게 필요할 것이다.

현실이 힘들다고 서구의 이론과 사례를 찾기보다는  이번 책 처럼 과거를 돌아보는것이 답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우리 앞 세대들은 그래도 현실을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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