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만의 군사화와 성폭력 - 여성사에서 본 이와쿠니 미군사기지
후지메 유키 지음, 양동숙 옮김 / 논형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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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의 피해자에게 기수旣遂와 미수未遂의 차이는 종이 한 장의 근소한 차이다. 그리고 침입자가 내 집 근처에 살던 내 동급생을 선택하지 않고 나를 선택한 점도 완전한 우연에 불과하다. 나는 이번에 피해를 당한 오키나와 소녀와 내 사이에 거리감을 느끼지 못한다. 왜 이 침입자나 오키나와의 강간 치상 및 체포 감금죄 피고인들은 나나 오키나와의 소녀의 의지를 무시하고 성교를 강요하려 했을까. 성희롱(성폭력) 가해자에게 사실 확인회를 거행하면、완전히 동일한 회답을 행한다. 단지 나는 그녀를 좋아했기 때문이라는 입발림 발언이 더해질 정도다. 매춘과 강간 사이에 도랑은 없다.”
- 변호사 미키 에미코三本惠美子

 

『성의 역사학』에 이어서 두 번째로 읽는 저자의 책이다.  이와쿠니시는 행정상 야마구치현에 속하지만 야마구치현 동쪽 끝에 위치해서 히로시마만에 가까운 도시다. 히로시마에서는 원폭돔을, 야마구치에서는 도자기로 유명한 하기만 다녀와서 이와쿠니라는 지명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  이와쿠니는 히로시마 원폭 돔 서쪽에 위치하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원폭돔이라는 평화의 상징 뒷편에는 이와쿠니라는 희생물이 있다.  이와쿠니에서는 미 해병대 항공기지가 있다. 베트남 전쟁이나 한미군사훈련때 출발하는 곳이 이곳이다.  1937년 중일전쟁 발발을 계기로 정부에서 농지를 강제 접수했고 종전으로 토지를 반환받길 원했지만 미 군정 실시와 한국전쟁으로 미군 기지로 계속 쓰이고  기지가 들어올 당시 생긴 공창도 현재까지 존재한다. 정부는 기지의 확장을 추진하지만  2006년 3월 시민들이 주민투표로 군사기지화에 반대했다.   

 

저자는 1992년 윤금이씨 살해 사건 발생으로 한국에서 미군 범죄 근절운동과 기지촌 여성을 지원하는 활동을 접하면서 미군 기지의 여성사를 조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1부에서는 히로시마만의 군사화의 역사와 공창제의 발달과정, 히로시마만에 거주하는 재일조선인들이 얼마나,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통계를 통해서 알려주고 이와쿠니에서 일어난 강간사건들 이 그 후 어떻게 처리됐는지 보여준다.  2부에서는 2007년 10월 14일 이른 새벽、히로시마에서 19세 여성이 이와쿠니기지 소속 해병대원 4명으로부터 집단으로 강간당한 사건이 발생한 사건이 미국 군사 법정에서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는지를 자세히 보여준다. 당시 미군사 법정에서는 피해여성에게 강간당시 이와쿠니에서 발생한 1998년과  2003년 두 개의 성폭력 사건 대응이 2007년 집단강간 사건을 잉태했다고 볼 수 있다.    

 

이와쿠니가 일본 타 지역에 비해서  강간,폭행,살인 사건이 많은 이유를 베트남 전쟁과 한미 군사훈련인 팀스피릿 훈련 때문으로 보기도 한다.  같은 시기에 발생한 타 지역에 비해서 미군 범죄에대한 처벌이 약한 이유도 미군과 매춘으로 지역경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 같다. 공창이 생길 때 지역부인회를 설득한 논리도 매춘여성은 ‘양가 자녀’의 정조제방파제로서 그녀들이 필요하며  ‘매춘여성을 쫓아 몰아내면 양가 자녀의 위해가 걱정이다’라고 했다. 일제시대때 오키나와 섬들에 한국인 종군 위안부들이 들어오는 것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한 논리와 동일하다. 물론 여자교사들이 매춘여성을 취재하고 몇 권의 르포집이 나오기도 했고 이런 밑에서의 움직임에 희망을 본다.    

2007년  4명의 미국 해병대원에 의한 집단강간사건 당시  현 지사는 ‘유흥가에서 어슬렁어슬렁 다니는 미성년도 아무래도 탐탁치 않다’며 여성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변호인단은 강간 당시 어떤 소리를 냈는가 재현해보라고 요구했고 피해여성은 소리를 내보였고 방청하던 여성기자는 고문같아서 혐오감이 든다고 말한다. 그러면 합의에 의한 것 아닌가? 라고 말했다고 한다4명 전원 강간죄는 무죄를 선고받았고 ‘부정 성적 접촉’위반으로만 인정되어서 1년에서 2년 사이의 형을 선고받았다.

 “히로시마 사건은 용의자가 미국 군인이 아닌,일본인이 일으킨 사건이라면 당연히 체포‧기소에 이르렀을 사건이었다. 문제는 ‘이중규범’이 아니라 미일의 공범관계다.”  200쪽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현실을 돌아본다.  한국의 현실과 무척 닮았다. 저자는 미일동맹을 위해서 이와쿠니 미군기지가 존재하고 지역 주민들, 여성들이 어떤 희생을 하고 있는가를 여성의 시점에서 쓰고 있다. 여성 문제를 축으로 계급, 식민주의 등을 횡으로 배열하면서 미국의  군사주의와   미군에 의한 여성 범죄를 방치하는 일본의 사법, 행정권과 사회를 비판한다.

가끔 한국 학술서를 보면 ~의 이론으로 등 서구 이론으로 해석하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이 책은 그런 것이 없다. 집중적으로 파고들면서 치밀하다.

저자는 윤금이 씨 살해사건 일본의 기지촌 여성사를 연구했다고  하는데 우리는 이런 학문적 결과물을 내놓았는지 이런 일들이 보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말이다. 내 생각이지만 일본은 시민단체와 학자들이 디테일하게 파고들지만 일반 시민들하고는 분리되었고 한국은 금방 식는다는 단점이 있지만 대중들의 저항은 더 심한 듯하다. 여전히  미군들의 범죄는 한국,일본 양국 다 근절되지 않고 있다. 미군 기지 문제에 대해서 한국과 일본의 필요하다. 미군 병사들의 폭력이 극심한 훈련에 의한 스트레스라고 한다면 결국 이들도 피해자가 아닌가, 미군기지가 없어져야 겠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다. 결국 보이지 않는 중심부 정책 결정자들을 위해서 눈에 보이는 미군 병사와 기지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현실 아닌가 싶다.

고교 2학년생 오카다 미즈호는  2010년 이와쿠니역 근처 공원에서 열린 집회에서 “저는 어른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들은 우리 아이의 미래까지 생각하며、정치에 참여하고 있습니까. 눈앞의 이익에만 너무 얽매여 있지 않습니까. 오키나와、히로시마에서 여성이 미국병사에게 참혹하게 당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저는 이와쿠니도 그렇게 위험한 마을이 될까봐、매우 매우 불안해집니다. 지난번 시장선거가 끝났을 때、저는 당시 14세였습니다. 어린 나이지만、마음으로 나도 선거권이 있다며、하고 강하게 생각했습니다. 모처럼 선거권을 가졌는데 흥미가 없어서 투표하지 않거나、자신의 의사도 없이 부탁받은 사람에게 투표하는 그런 어른을 보면 한심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역주도 상세하고 번역은 잘 되있지만 131쪽 필리핀 퍼브 는 영어 pub를 일본어 퍼브パブ로 옮긴듯한데 펍이 맞는듯 하다. 168쪽의 집단강간사건 미군 가해자 계급을 일등군조,이등 군조라 했는데 일본 자위대 계급을 일본식대로 번역하는건 괜찮지만 저자가 일본인이므로 미국계급을 일본식으로 했으니 우리는 한국식으로 상사,중사로 번역하는게 맞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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