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체스네 아이들 - 빈곤의 문화와 어느 멕시코 가족에 관한 인류학적 르포르타주
오스카 루이스 지음, 박현수 옮김 / 이매진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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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서울에 있던 판자촌들은 이제 보이지 않는다.  빈곤이 사라진게 아니라 눈에 안보이는 곳으로 추방 됐을뿐이다. 극빈층은 감소했지만 무한 경쟁의 세계화 시대에 비정규직의 양산으로 빈부격차는 커지고 있다. 빈민들은 연대하지 않는다. 정부와 시장에서 내몰린 빈민들은 서로의 자리를 빼앗기 위해서 비난하고 자신들의 결핍을 타인의 탓으로 돌린다.  운 좋은 이들은 가난한 다른 사람의 몫을 빼앗아 벗어나기도 한다.  정치인들들은 중산층의 이익만 대변할 뿐 빈민들은 경쟁이 심해질수록 연대하지 않고 서로 무시한다. 빈민들에게 투표는 사회적 실천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그때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빈부격차를 숫자로 보여주는 통계는 현실에서 느끼는 것하고 다르다. 예전엔 달동네가 배경인 드라마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현실에서는 재벌을 욕하면서 드라마로는 즐기는 시대가 됐다. 이 책을 읽으면서 1978년에 조세희가 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장면들이 교차했다. 한국과 멕시코가 속사정이 다르고 작은 차이점들을 분석해보는 한편  어떤 공통점이 보이는가 아는 게 필요하다.   

 

미국의 인류학자가 오스카 루이스가 1956부터 4년간 멕시코 베씬다드에서 필드워크 하면서 산체스 가족을 인터뷰해서 1961년에 나온 결과물이다. 한국에서는 1978년에 처음 번역됐고 1997년에 다시 번역됐다.  산체스 가족의 후일담이 있는점이 개정 번역서를 읽는 장점이다.
작가인 루이스의 서문과 수전 M. 릭든이 쓴 《산체스네 아이들》이란 어떤 책인가 와 그 뒷 이야기 는  가족들이 구술한 것을 먼저 읽고 모순점이 무엇인지, 멕시코 빈곤이 원인에 대해서 생각한 후 작가 서문과 맞춰보기를 권한다. 

 

구술 내용들중에서 저자는 선택을 해서 보여준다. 구술은 산체스 가족이 했지만 자료 판단은 저자가 했고 독자들은 각자의 평소 관점으로 해석을 한다. 빈민가 가족이 멕시코 빈곤을 대표할 수 있는지,  왜 저자는 많은 구술 자료들 중에서 이런것들을 보여줄까 등등.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는 아버지인 헤수스 산체스가, 1장부터 3장은 4남매인 마누엘,로베르또, 꼰수엘로, 마르따 가 돌아가면서 1인칭으로 구술한다. 

같은 사건인데 남매가 다르게 표현하는 장면이 있다. 예를 들면 마누엘은 아버지에게 돈을 빌려 구두장사를 하지만 파산한다.

고용주가 노동자들을 어떻게 대접해야 하는지 만천하에 본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주인들이 나를 착취했다고 해서 나까지 그들을 착취하고 싶지는 않았다. 직공들은 모두 만족해서 누구 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다. 직공들은 좋았겠지만 나는 완전히 밑지는 장사를 한 것이다. 한 직공에게 구두 스물다섯 켤레를 배달하라고 심부름을 보낸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자식은 구두 한 돈을 챙겨서 도망가버렸다.

 

하지만 여동생 꼰수엘로는 마누엘 파산의 원인을 다르게 말한다.

 

어느 날 오빠 친구(그 사람도 구두장이였다)의 아버지가 마당에서 나를 불러 세웠다.
“네가 마누엘 동생이지、그렇지? 네 아버지한테 알려라. 마누엘이 정신 차리지 않으면 폭삭 망할 거라고. 애기를 드려. 네 오빠는 쓸데없는 놈들하고 자빠져 노름만 한단다. 우리 애새끼 놈하고 말이야. 노름을 계속하다간 두 놈 다 망하고 말거야. 구둣방 문을 숫제 걸어 잠그고는、가만있자. 오늘까지 벌써 사흘이네. 밤낮으로 노름만 하고 있다니까.”

 

미국에 대한 선망과

아무리 초라하고 작은 집이라 할지라도 미국에 가서 사는 게 내 꿈이다. 그러나 내 아이들을 생각하면 선뜻 내키지도 않는다. 미국은 청소년 범죄가 더 심하고 젊은이들이 나이 먹은 사람을 공경할 줄 모른다는 애기를 들어왔으니 말이다.  여기서는 여자가 다른 남자와 조금만 가깝게 지냈다간 남편한테 얻어터질게 뻔하다

 

가족의 빈곤 원인은 교육(초등학교 졸업이나 중퇴)을 받지 못하고 이른 나이에 사회에 뛰어들고 일정한 직업을 갖지 못하고 잦은 이직과 실업, 여자들은 16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한다. 시집온 올케는 오빠에게 두들겨 맞고, 시집간 딸도 남편한데 구타를 당하는  전형적인 빈곤한 집안의 모습이다.

 

빈곤 지역의 공통점은 구성원들간에 단합이 안 되고 신뢰가 없으며 윤리의식에 무감각해지는 것이다.  꼰수엘로는 “그곳 베씬다는 철저하게 가난한 분위기였다. 사람들을 보면 거의 짐승처럼 살았다.“이곳에서는 뭔가 생기는 게 없으면 남에게 은혜를 베푸는 법이 없다. 뭔가 베푸는 사람이라도 엉뚱한 때에 대가를 바란다. 우리 식구들은 한데 얽혀 그물에 갇혀 있는 꼴이었다. 나만은 그 그물에서 빠져나온 사람이었다. 식구들한테 가까이 가봤자 더 외롭기만 했다.” 라고 말한다.  어릴때 부터  무기력하지만 이기적이 자산이 되는 동네에서 성장한후에는  타인의 아픔이나 폭력에 무감해진다. 구술에서 친구 애기가 얼마 안나오는걸 보면 교우관계도 부족하고 사회적 자산을 만들 수도 없다.

   

마누엘은  “억지로라도 현실에 만족하고 싶다. 세상일을 꼬치꼬치 따져봐야 골치만 아프다. 그래서 현실을 똑바로 쳐다보기도 싫고 도피하고 싶기만 한 모양이다. 어쨌든 우리 같은 계층의 사람들이 남을 증오하는 건 대개가 감정적으로 그러는 것이지、 경제적인 차원에서 그러는 것은 아니다.”  아버지의 말대로 자녀들은 밑바닥에서 돈을 벌어서 꿈을 꾸는 게 아니라 꿈만 꾸고 실천을 못한다. 그렇다고 수동적이지는 않지만 시도는 해보지만 늘 실패한다. 

정치에 대한 불신과 빈곤의 그늘에는 부패가 자리잡고 있다. 멕시코 경찰들은 늘 뇌물을 요구하고 시민들을 구타한다. 아버지는   “나는 차라리 이럴 바에야、미국 대통령이 멕시코를 다스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도 있다.” 

82살에 죽는 아버지는 가정 폭력도 없었고 아내가 죽으면 재혼을 해서 4번의 결혼으로 15명의 자녀, 36명의 손자, 43명의 증손주를 낳았다.  저자도 언급했지만 나는 아버지는 가난의 밑바닥에서 일어났는데 왜 자식들은 주저앉을까 하는 의문점을 가졌다.  저자도 이에 대한 답을 주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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