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감동은 위험하다
이정서 지음 / 새움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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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식이라는 대비평가는 후배 비평가들에게 극복의 대상일까요? 그 역시 그렇지 않습니다. 진정한 극복이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분과는 다른 길을 찾는 것, 그게 극복의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실을 추구하는건 논픽션이다. 논픽션 대신 소설로 쓰는 건 메시지를 쉽게 전달하고 논픽션에 쓸 수 없는 빈 공간을 소설적 상상력으로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지젝은 문화대혁명은 본질에 충실하고 강하게 끝까지 밀어붙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소설에서는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는 학계, 출판계의 어두움을 236페이지라는 분량안에 많은 걸 보여줄려고 하는데  집중해서 한 분야만 파고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명원 사태의 출발은 김윤식 교수의 표절이지만  본질은 원로 교수의 표절을 덮으려는 서울대 학벌을 정점으로 하는 국문학계의 압력과 학문세계의 폐쇄성이다.   <말>지를 제외하고는 언론이나 문예지에서는 아예 취급을 안했고 오마이 뉴스 같은 인터넷 언론에서만 조명했다. 이명원의 글을 실으면 앞으로는 기고하는 일이 없을거라는  말도 나왔을 정도다.

이명원 사태 후 표절 문제는 해결되었는가?  표절문제는 여전히 인사청문회에서 단골로 등장한다.  학문세계에서 자유로운 토론은 가능한가?  대학원 진학자는 많지만 자리는 한정되 있는 현실에서 수직적 위계 질서는 견고해 졌다.     

국내에서 대학원을 중도에 포기하는 주된 이유는 교수와의 갈등과 부조리 때문이다.  대학원에서 금기는 교수의 이론에 대한 이의제기와 후임 교수 인선에 대한 반발이다.  학문을 한다는 이상과 누가 우리를 가르칠것인가에 대한 토론을 할 수 없는 구조이다.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 중도에 포기하는 모순을 본다.  번역은 대학원생이 하면서 번역자 이름만 교수 이름으로 나오는 경우들이 지금도 있다.

지젝은 ‘사건에 무관심한 비-존재보다는 사건에 충실한 재앙이 낫다’고 주장한다.  김윤식 교수의 표절을 재앙이라고 생각하고 원점에서 학계의 표절관행을 검토했으면 1보 후퇴했지만 지금은 2보 전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김윤식교수에게  생채기를 내는 스쳐가는 해프닝으로만 취급하고 이명원이 뜰려고 한거라는 악선전이 비극이고,  그 후 해결하는 과정은 재앙 자체였다.  이번 일을 계기로  표절을 하면 안 된다는 각성보다는 표절을 발견해도 침묵하는 관행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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