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라이프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3
앨리스 먼로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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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 전에 열린 지인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 책을 읽어서 공감이 간다. 그분은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 사랑하라는 말을 하면서 떠났다.

"사람들은 말한다. 어떤 일들은 용서받을 수 없다고. 혹은 우리 자신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하지만 우리는 용서한다. 언제나 그런다."

 

단숨에 책을 읽지 않고  하루에 3개 정도를 음미하면 읽고 각자가 던지는 여백의 물음을 생각하면서 읽었다. 

 

저자인 앨리스 먼로는 노벨상 수상이라는 기사를 보고 알게 되었고 처음 읽어 본 캐나다 소설이다. 14편의 단편으로 채워진 책이지만 단편들을 맞추면 캐나다 사회를 상징하는 모자이크 처럼 하나의 장편으로 완결성을 갖고 단편들도 각자 자기만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단편은 장편을 위한 습작 연습이 아니라 밀도 높은 작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캐나다 하면 광활한 나라 라고만 생각했는데 소설들은 타운 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우리들의 평범한 이웃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불륜, 가출, 죽음, 속임수 같은 큰 사건들을  담담하게 서술한다.

단편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상실과 속죄,화해 라고 본다. <기차> 아버지가 기차에 치어 죽은게 전날 목욕하는 나를 봣던 게 아닌가, 기차에서의 정서 후에 사라진 딸 <일본에 가 닿기를>, <자갈>  장난으로 카로는 죽고 어머니의 새 남자친구는 떠난다.  <아문센>에서도 의사와의 결혼직전에 헤어지고  우연히 만난다. <메이 벌리를 떠나며>는 홍콩 영화 첨밀밀에서 기차 에서 서로 엇갈리는 여명과 장만옥을 보는 듯했다. <돌리> 에서도 결국은 짐을 챙겨서 나간다.

 

"죄. 그녀는 다른 것에 관심을 기울였었다. 결연하고 탐닉적인 관심을 아이가 아닌 다른 것에 기울였었다. 죄"     

 

"무슨 일이든 잘 풀리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러니까, 세상 모든 일이 그에게 불리한 쪽으로만 일어나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이런 사람들은 삼진 아웃으로 모자라 이십진 아웃까지 당한다. 하지만 결국 나중에는 나아진다. 어린 시절 많은 실수를 저지르고 사람들이 무엇 하나 잊어버리지 않는 우리 타운 것은 곳(어느 타운이건, 세상의 타운은 다 그렇다)에서 계속 살아간다. 그들은 용케 버티며 자신들이 따뜻하고 활달한 사람임을 보여주고, 다른 어떤 곳도 아닌 이곳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진심으로 이야기한다."

 

타운, 가족 같은 나를 옥죄이는 일상의 삶에서 벗어나  혼자서 새출발 하고 싶은 욕구와 안정을 위해서 현재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 갈등한다.  그것을 결정짓은 것은 작은 순간의 우연이고 그 우연은 먼훗날에는 필연으로 남는다. 그 사건이 아니었으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이 만나서 인연을 만들고 그 사건 때문에 인연을 맺지 못하고 홀로 남지만 맺지 못한 인연이 오히려 좋았다고 할 수 있다. 어느 순간에나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고 삶에는 정답이 없음을 보여준다.   

 

먼로는 소설들에서 이렇게 살아라 라고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삶이란 이런거라고 언젠가 기다리다보면 잘 될거야,  의지만 있으면  좋게 만들수 있고 결국은 나아질거라고 말해준다.  떠난다고 비난하지 않고 돌아온다고 해서 호들갑스럽게 반기지 않지만 그것 역시 지나가는 일상일 뿐이라다.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고 기억속에 갇혀 살면서 상처 받지만  흐르는 시간 속에서  깨닫고 헤쳐 나오고 화해한다.        

 

“중요한 건 행복해지는 거야.” 그가 말했다. “뭐가 어떻든 간에, 그냥 그러려고 해봐. 넌 할 수 있어. 하다보면 점점 쉬워질 거야. 주변 상황과는 아무 상관 없어. 그게 얼마나 좋은 건지 넌 모를 거야. 모든 걸 받아들이면 비극은 사라져. 혹은 가벼워지지. 어쨌든 그러면 그저 그 자리에서 편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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