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라쉬 브런치 - 번역하는 여자 윤미나의 동유럽 독서여행기
윤미나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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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것에 대한 집착은 곧 삶에 대한 애착이 아닐까? 산다는게 허기를 채우는 것과 다를 게 뭐냐 싶다. 여행을 하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관계를 맺는 것도 결국은 서로 다른 종류의 허기를 채우는 일이 아니겠는가. – 60쪽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이지만 내가 가진 색깔로 여행을 하는거다. 가이드북은 여행을 안내해주는 책이지 여행의 바이블이 아니다. 여행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번역하는 여자 윤미나의 동유럽 여행기는 상황에 맞춰서 저자가 끄집어내는 영화, 책, 노래가 나오는 데 졀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아는 책, 노래나 영화가 나오면 반가왔고 처음보는 것은 검색을 해서 찾아다니는 재미가 있었다. 그래서 다른 흔한 여행책과는 다른 맛이 난다. 가이드북에 나온 설명을 되풀이하는게 아니라 자신의 눈으로 보고 있다.  

아일랜드 사람을 만났을 때는 영화 <원스>가 떠오르고, 보스니아 내전은 <그르바비차>, <아름다운 사람들>이 생각난다. 슬로베니아 라는 나라를 각인시킨 동유럽의 기적이라는 철학자 지젝도 다가온다. 미국문화가 우리를 휩쓸고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우리를 살찌우게 하는 것은 다양한 문화이다. 체코에는 카프카, 밀란 쿤테라만 있는게 아니라 체코 국민들이 사랑하는 작가는 보흐밀 흐라발이라는 것도 이 책에서 알게 되었다.  

자코메티는 자신을 이해하려면 자신이 나고 자란 곳을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은 모든 사람에게 해당할 테지만 보스니아의 경우에는 특히나 그렇다. 진정한 존중은 '이해'에서 나온다. 그리고 이해는 '관심'에서 나온다. – 170쪽   

경계는 불확실해서 매력적이다. 사는 건 어정쩡한 순간들의 연속이 아닌가. 묘하게도 지나고 나면 그런 애매한 순간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 200쪽  

여행자일때는 현실의 삶이 그립고, 현실에서는 늘 떠나고 싶다. 여행만 다닌다면 그것은 방랑일 것이다. 경계일때가 그래서 설레이고 즐겁다.

동유럽은 체코, 폴란드, 헝가리를 가봤을 뿐인데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특히 프라하가 그립다. 이책을 읽고 나서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도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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