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것, 누군가에게 미움받는다는 것.
처음 그 편지를 보았을 때 소름이 돋았다.
강렬한 증오에 압도되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누군가를 그렇게까지 미워할 수는 없을 거라고.
누군가에게 그렇게 미움받는 일은 없을 거라고.
그전에도 앞으로도.
미움이란 눈덩이 같은 건지도 모르겠다.
처음엔 주먹만 하다가 여러 가지 감정 위를 구르고 굴러 몸피를 키워 나간다.
너무 좋아해서 밉고 좋아해 주지 않아서 밉고.
너무 많이 가져서 밉고 너무 미안해서 밉고.
어쩔 수 없어서 밉다.
그렇게 커진 미움은 어느 순간 주인의 손을 벗어나 버린다.
나일지도 모른다.
그 분홍색 편지는 어쩌면 나에게 온 거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내일이나 모레.
언젠가 한 번은 받아야 할 편지가 너무 일찍 도착한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