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살았던 날들 - 죽음 뒤에도 반드시 살아남는 것들에 관하여
델핀 오르빌뢰르 지음, 김두리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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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살았던 날들' 리뷰 대회


나이 들수록 지인들 중에 세상을 떠나는 분들이 늘어난다. 어떤분은 잊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말하셨는데, 이제는 그 심정이 이해가 간다. 우리는 만났기에 기억하고 사진이나 글로 기록함으로써 추억하면서 죽은 분들과 현실에 사는 나는 연결된다. 역자는 “우리는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싸운다. 하지만, 때로는 그 기억을 지우려 하는 사람들과도 맞서 싸워야 한다.” 고 쓰고 있다.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기억하고  글로 기록해서 선택한 사건들을 역사로 남기는 것도 잊지 않고 앞으로 나가기 위함이다. 

유대교, 랍비라는 일을 낯설다. 저자는 “랍비의 일이란 뭘까? 단연, 의례를 집행하고 사람들과 함께하고 그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랍비라는 존재는 무너진 세상의 혼돈 속에서 안정의 가능성을, 지속의 약속을 나타내야 한다.” 정의한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랍비인 저자의 글 속에는 프랑스와 유대교, 유대인들의 다층적인 언어인 히브리어라는 특수한 세계속에서 유대교의 관습은 생소하지만 이 책에서 들려주는 죽음을 대하는 방식은 낯설지 않고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 죽음을 겪는 사람들과 맞이하는 이들의 자세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풍경들이다. 

유대 전통에 따르면 한곳에 살기 위해서는 그곳에 반드시 ‘. 메주자Mezuzah’를, 우리 삶에서 문과 통로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그 작은 상자를 달아야 한다. 그가 우리에게 하는 말을 듣는 것이다. 여기에 이제 없는 자들을 기억하라.”

역사상 겪었던 유대인들의 고난을 이야기하지만 정착민의 확신에 찬 시온주의는 민족주의만큼 사악하다고 배격한다. 

죽음을 배운다는 것이 가능할까? 그렇다. 단 두려움을 회피하지 않고 모세처럼 돌아서 미래를 본다는 조건하에서 가능하다. 미래는 우리 앞이 아니라 우리 뒤에, 우리가 막 오른 산의 흙 위에 새겨진 우리 발자국에 있다. 그 흔적 속에서, 우리를 뒤따를 사람들과 우리 뒤에 살아남을 사람들이 우리가 아직 거기에서 볼 수 없는 것을 읽을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죽음은 평등하지만 죽음을 기리는 방식에는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말을 흔히 한다.  남아 있는 자들은  겸허함속에서 이런 깨달음을 얻는다. 저자 역시 “애도 의식은 고인과 함께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남겨진 사람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 더더욱 존재한다는 것이다. 의례는 애도자들이 살아남음의 시련을 헤쳐나갈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그 시련은 정의상, 당연히 죽은 자가 통제하지 못한다.”  , 애도자들과 함께하는 것은 그들이 이미 아는 것을 그들에게 알려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당신에게 말한 것을 그들에게 번역해줌으로써 그들이 그 말을 새로 들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그들의 목소리가 아닌 목소리로, 그들의 입을 벗어난 이야기가 그들의 귀로 돌아가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

애도는 죽은 자들을 추모하지만 우리들에게 삶을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죽음을 생각할 때 삶을 돌아볼 수 있고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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