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버리다 -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가오 옌 그림, 김난주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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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유학온 베트남인 학생에게 군인이었던 아버지가 월남전에 지원했지만 집안의 반대로 안갔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아버지가 월남전에서 전사했으면 나는 존재하지 못했을테고, 전쟁에서 생기는사건으로 인해서 내 인생도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다. 베트남으로 여행갔을때 아버지의 그런 사연을 떠올리면서 개인들은 역사에서 장기판의 말 같은 미미한 존재지만 우연이 주어진 현실에서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선택해야하는지를 생각했다. 


“나와 아버지 사이에는—세상 대부분의 부자 관계가 그렇듯이— 즐거운 일도 있었고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일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도 나의 뇌리에 가장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것은, 어째서인지 그 어느 쪽도 아닌 아주 평범한 일상의 흔한 풍경이다.”


우리가 가족을 만들고 성장하면서 나를 만드는 것은 큰 사건들의 집합이 아니라  작은 일상 속에서 공유할 수 있는 추억들이 쌓이면서 이루어진다고 본다. 

하루키는 아버지가 난징을 제일 먼저 공격한 보병 제20연대의 부대원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어서 선뜻 아버지의 군역을 돌아보지 못했다고 한다.  만약 아버지가 난징에서 학살에 참져했다면  용서할 것인가, 등을 돌릴것인가는 갈등이 심하지 않았을까. 3번 소집과 해제를 반복했지만 살아 남을 수 있었지만 “ ‘다행스럽게’라고 해야 테지만, 혼자만 목숨을 건지고 과거의 동료 병사들이 그렇게나 먼 남방의 전쟁터에서 허망하게 목숨을 잃어간 것은, 아버지 마음에 큰 상처가 되고 무거운 짐이 되었을 것이다. ”

하루키의 아버지는 어렸을 때 입양을 보냈지만 적응을 못해서 집을 돌아온 기억이 있고  “그런 유의 기억은 반드시 눈에 보이지 않는 상흔으로 남아, 그 깊이와 형상이 달라지는 일은 있어도 죽을 때까지 따라다니지 않을까?”  라고 추측한다.

하루키의 아버지를 형성한 것은  버려짐을 겪은 어린시절과 전쟁에서 전사한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과 그 후에 독서와 교사라는 직업에 몰두한 삶 같다.  개인의 삶이지만 그 시대를 만들어가는 역사의 한 일부분이고 그런 것들이 모여서 역사를 만들어 간다.     

역사는 과거의 것이 아니다. 역사는 의식의 안쪽에서 또는 무의식의 안쪽에서, 온기를 지니고 살아있는 피가 되어 흐르다 다음 세대로 옮겨가는 것이다.”

아버지와 시대, 사고 방식, 세계관, 성장 환경이 다르지만  하루키 역시 이런 아버지에 대한 적응과 반발을 하면서 오늘날의 하루키를 만들어 갔을 것이다.  

내가 이 개인적인 글에서 가장 말하고 싶었던 것은 딱 한 가지뿐이다. 딱 한 가지 당연한 사실이다.

나는 한 평범한 인간의, 한 평범한 아들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 그것은 아주 당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차분하게 그 사실을 파헤쳐 가면 갈수록 실은 그것이 하나의 우연한 사실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 명확해진다. 우리는 결국, 어쩌다 우연으로 생겨난 하나의 사실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 점차 명확해진다. 우리는 결국, 어쩌다 우연으로 생겨난 하나의 사실을 유일무이한 사실로 간주하며 살아있을 뿐이 아닐까.”
 
우연히 태어난 인간은  주어진 삶을 살아가지만 한계를 인정하면서 희망을 품고, 옳다고 믿는 것에 도달할 수 있는 용기가 있으면 다른 삶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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