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괜찮은 눈이 온다 - 나의 살던 골목에는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한지혜 지음 / 교유서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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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나하고 동갑인데 읽으면서 겹치는 기억들과 추억들이 있어서 그리움과 현재를 돌아보게 된다. 우리 세대들의 추억에 자주 소환되는 <계몽사 아동문학전집>을 반복해서 읽으며 어린시절을 보낸 내게 책은 저자처럼 꿈이었고 판타지였다. 재개발이 진행되는 지역에서 사라지는 공터들과 새로 등장하는 아파트들의 모습을 본다. 

저자의  “슬픔이 지나간 자리에는 버텨온 흔적이 있고, 기쁨이 남은 자리에는 돌아보지 못한 다른 슬픔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온 자리도 돌아보면 나쁘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 자리로 돌아갈 마음은 조금도 없다.” 표현과 같은 심정이다. 내가 살았던 서울 관악구도 많은 이들이 떠났고 이주민들이 들어왔지만 아쉬움은 없다. 

나 역시 성장해서 외부에서 친구들을 만났을 때 가난에 대해서 말하면 저자가 현실을 모르는 낭만주의자의 감상이라는 비판을 받은 충돌을 경험했고, 나 역시 속으로는 반발했다. 

“경험이 누군가의 삶을 풍부하게 해주고 새로운 방향으로 해주고 새로운 방향으로 인도해 준다면 그건 바로 자기 자신의 삶이지 타인의 삶은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진심으로 누군가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누군가를 위해 고민하고 있다면, 우리가 말할 수 있는 첫마디는 나는 너를 모른다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보고싶은 곳만 바라보려는 경향이 있고 경험만큼 무서운 것도 없다.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각자 받아들이는 방식은 본인의 평소 자세에 달려 있고 독서와 만남이 중요햔 역할을 할 것이다.

“그저 그런 일로 만든 건 결국 그 시절 가지고 있던 내 삶의 태도였다. 좋은 일을 좋은 일로 만들지 못한 것도 나였고, 나쁜 일을 아주 나쁜 일로 치닫지 하지 않은 이도 나였다. 성공은 시스템의 문제일 수 있지만 성취는 온전히 개인의 몫이기 때무이다.”

같은 세대의 동질성을 느끼며 읽다가 차이를 발견한 것은 저자의 주부로서, 여성작가로서의 입장이었다. 미투운동에서 숨어 있던 피해자들의 공개증언과 김장을 여자들만 하는 현실. 문학을 읽는 것은 나와 다른 타인의 처지에 서보면서 공감하고 돌아보는 것. 

용서에서 중요한 건 피해자의 관용보다는 가해자의 태도가 중요하고, 그 용서로 인해 피해자가 어떻게 복원되고 회복되는지, 법 적인 처벌못지않게 이런 과정도 거쳐야 할 것이다.

집(가정)은 삶의 디딤돌이고 쉽터이자 종착역이며 새로운 시작이고 , 가족은 각기 다른 삶을 살던 타인이 만나서 하나의 서사를 만드는 과정속에서 생성되는 것이고 누구나 가족이 될 수는 있지만 아무나 가족이 될 수는 없다는 말에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본다.

결핍과 아픔과 절망을 노출해서 기금을 받는 것을 고통의 포르노라는 말을 떠올린다고 했을 때 나 역시 뜨끔했다. 고통의 증명에 대가를 지불하고 고통의 구조를 파헤치기보다는 원인을 외면하는 현실을 반성해본다.  

도움받는 이들에게 출구 없는 모욕과 비참만이 남아 있을 때 정의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런 경험을 반복하는 이들이 어떤 길을 가는지를 생각해보자. (저자는 차마 묵지 못하겠다고 한다)

최저임금제는 가난을 볼모로 가난한 이들끼리 싸움을 벌이고 있다. 갑은 뒤로 빠지고 을과 을이 물고 뜯는 현실이다. 눈앞에 보이는 실적보다는 장기적으로 수술해서 이런 아웅다웅하는 다툼은 없기를 바란다.       

이 책이 다른 책들과 다른 점은 그리움 것들만 소환하는게 아니라 현실의 비루함도 돌아보고 외면하지 말고 반성하고 회의하면서 나아가라고 하는 점이다. 

그래도 저자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아프고 괴롭고 불안하고 막막하면 당신의 삶이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이기게 도망치지 마라. 원래 희망은 아프기에 그래서 꽃이 핀다고. 생존이란 순간이 아니라 연속성을 가진 시간을 가리킨다고 저마다의 힘으로 버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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