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하고 게으르게
문소영 지음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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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것들’이 있다고 해서 ‘내가 갖지 못한 것들’에 대해 그저 입을 다무는 것은 세상을 변화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자 혼자 안심하도 다닐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비유럽계 인종들이 인종차별 받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는 세계를 만들기 우해, 나는 내 불편함을 말해야 한다. 


글이 독자에게 울림을 전달할려면 개인이 겪은 기억이나 경험이 삶과 연결되어야 하고, 난 이걸 이렇게 봤는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짐 자무시 감독의 영화 <패터슨>을 보고 저자는 무소유길 산책을 하면서 느낀 공포를 떠올린다. 우리가 문학을 읽고 영화를 보는 것은 현재의 나와 다른 세계를 간접 경험하면서 타인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위해서이고 정보를 얻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다르게 보고 인식한 후에는 행동해야 한다. 나는 그런 일을 겪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침묵보다는 다른 입장에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불평이 살기 편한 사회로 만들 수 있다. 나 역시 유럽에서 밤에 그런 경우가 있었는데, 한국과는 다른 공포였다.    


나는 내가 가진 것들 덕분에 겪지 않은 불편함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생각하고 말해야 한다. 사람들의 당장의 생계와 가정 부양을 위해 갑질과 모욕을 견뎌야 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장애인이 마음 놓고 돌아다닐 수 있는 길거리를 위해. 그 밖의 수많은 것들에 대해.


<오렌지 이스 더 뉴 블랙>을 보면서 주인공이 「가지 않는 길」을 해석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웨스트 윙에서도 이 시가 나오는데, 널리 알려진 만큼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영화 <당신의 부탁>에서 임수정이 “무언가를 선택한다는 건 무언가를 포기하는 거야. 그리고 그 포기한 것을 받아들인다는 뜻이고” 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가지 않는 길」이 떠올랐다. 우리의 인생도 이런 망설임과 선택의 연속이고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과 동경은 있겠지만 미련을 두지 말고 내가 선택한 길을 가르는 의미일 것이다.     


책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하는 것은 우리가 가진 상식을 의심해보자와 나부터 변하자다. 그동안 당연하거나 남의 일이라고 지나갔던 일들을 의심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인간임을 지키는 고정관념을 의심하고 내 안의 의심하는 토마를 일깨울때야 가능하다.

비교의 잔소리는 듣기 싫으면서도 은연중에 거기에 동조해서 스스로를 열등감에 가두고 남에게도 비교 잣대를 들이대는 사람들, 나도 잘났어, 너도 잘났어의 마인드로 산다면 우리 사회는 훨씬 열려 있고 다양하고 여유로운 사회가 되지 않을까? 라고 제안한다.

「어머니의 심장 이야기가 싫다」에서는 감동보다는 아픔과 배신과 분노를 느끼는게 당연하고, “모성애는 신화라고 한다. 아기를 낳았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무조건적인 희생정신이 솟구치는건 허구라는 것이다. 모성애가 신화에 불과하기에 더더욱 위대하다.” 

윤석남 작자는 “모성은 타인을, 특히 약자를, 아우르고 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부당한 희망만을 강요하고 좁은 가정의 틀에 갇히게 되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 겁니다.” 

각 장을 읽을 때마다 연결되는 부분들이 있다. 동반자살을 보면서 욕하기 이전에 사회가 아이를 책임져 줄 것이라는 신뢰와 안심이 있고, 아이는 내 소유물이 아니니 내가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각자의 인식의 개선과 사회안정의 개선은 동시에 돌아가야 한다고 저자는 쓴다. 모성신화와 가족이라는 안정망에 모든 것을 위탁한 사회는 불행하다. 「새로운 어머니에 대하여」에서는 영화 <케빈에 대하여>를 예로 들면서 케빈의 어머니 에바가 본능적으로 자식을 사랑하고 희생하는 엄마는 아니었지만 도망치지 않고 내 분신임을 인정하고 책임진다. 에바는 사건이 발생하고 문제를 인식하고 책임을 지는 것이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애서는 “코치에게 분노의 댓글을 날리는 일은 쉬운 정의감 충족이지만, 사회변화의 비용을 감내하는 것은 어렵고 큰 정의를 실현하는 길이다.” 라고 마무리 짓는다. 일회성의 분논보다는 지금 한 걸음 멈추추는 것이 더 큰 걸음을 걷기 위해서 필요하다.     


책 부피가 컴팩트해서 편하고, 전작들에 비해서는 그림들이 줄었지만 내용은 꽉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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