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
안재성 지음 / 창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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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는 『바다의 도시 이야기』에서 “이데올로기를 내세우는 사람이 일단 곤경에 빠지면 간단히 그 고상한 이데올로기를 버리고 전향해버리는 예가 역사에는 많은 것을 생각하면 베네치아인의 집요함은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직접 자기에게 득이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 당위로서 생각해낸 이데올로기보다 더 강인한 것인지도 모른다.” 라고 썼다. 


주인공 정찬우가 고난에도 올곧은 삶을 살아갔고, 책에 나온 열혈 공산주의자들이 수용소에서는 동료를 억압하고 반공주의로 변신하는 이유도 이와 같을 것이다. 


정찬우의 소망은 “우리 민족이 강대하였더라면 일본의 식민지 노예가 되지 않았을 것이고, 남북으로 양단되는 서러움도 없었을 것입니다. 국토가 두 동강이로 나누어진 이 약소민족의 처지가 저로 하여금 법정에 서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고 생각됩니다.”  

법무관과의 대화에서 볼 수 잇는 것처럼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민족통일이고, 그 하나를 위해서 만주로, 북한으로 건너간 것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할 것인가를 새기며 살아온 삶은 우리 현대사 비극의 증인이 된 것이다. 

아까운 인재가 분단으로 사라져갔고, 이 같은 이들이 어디 정찬우 뿐이겠는가하는 한탄이 나온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이들의 행적과 이루지 못한 꿈들을 기억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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