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일본의 맛 - 영국 요리 작가의 유머러스한 미각 탐험
마이클 부스 지음, 강혜정 옮김 / 글항아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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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다닐 때 수강한 문화인류학 개론 시간에 서구에서는 80년대까지 일본인들의 스시를 싫어한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일본을 대표하는 대표적인 음식이 됐다.  저자 역시 일본음식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정말 심심하고 맛없다는 것쯤이야 충분히 알지. 일본 음식은 모양이 전부잖아. 맛이라고는 전혀 없어. 편안함이 있기를 하나 온기가 있기를 하나. 사람을 환대하는 마음이 느껴지기를 하나. 지방이 없으니 맛도 없을 수밖에. 도대체 어떤 음식이 있는데 날로 먹는 생선, 국수, 튀긴 채소 정도지. 게다가 모두 타이, 중국, 포르투갈 같은 데서 훔쳐온 것들이지 뭐, 그래도 상관없겠어? 뭐가 되었든 간장에 적시기만 하면 모두 똑같은 맛이 되니까. 안 그래? 잘 드는 칼에 인근에 좋은 생선 가게 하나만 있으면 일본 요리는 고래 고기 따위는 말도 하지 마. 코빼기라도 보여주고 말을 하든지.”

일본은 우리와 비슷하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방문하지만 차이점을 발견하고 놀란다.   반면 서구인들은 일본인이 다르다는 생각을 가지고 방문하지만  동일한 점을 발견하고 놀라곤 한다.   책에서 감칠맛은 일본의 대표적인 맛이라고 하지만  저자는 치즈(특히 파르메산 치즈)와 토마토도 강력한 감칠맛을 가지고 있으며, 자연 건조한 햄, 송아지 고기, 육수, 맑은 고기 국물로 만든 콩소메 스프, 우스터소스 등도 마찬가지다. 아기가 먹는 모유에도 감칠맛이 풍부하며(우유보다 훨씬 더 많다) 석쇠에 굽거나 튀긴 고기 껍질도 마찬가지다. ” 라고 서구에도 이미 존재하고 있다.

저자 역시 초기에는 메구로 기생충 박물관 처럼 특이한 것들을 찾아다니지만  결국에는 서구의 패스트푸드로 인한 질병이  일본에도 발생하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오키나와 방언에는 ‘은퇴’라는 단어가 아예 없다. 윌콕스와 동료들이 인터뷰했던 100세 이상 노인들 가운데 다수가 당시까지도 일을 하고 있었다. 풀타임으로 하는 일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정원을 돌보고, 채소를 키우는 등의 활동을 했다. 일부는 파트타임 일자리를 가지고 있기도 했다. 그러므로 서구에서는 수명이 길어지면서 공공 의료 재정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우려, 심지어 분노가 점점 더 커지는 반면, 오키나와에서 100세 이상 노인은 사회에 부담이라기보다는 활력소가 되고 있었다. “

일본에 갈 때는 음식 같은 테마를 가지고 가는 것도 일본을 탐구하는데 도움이 된다.  일본은 지역마다 다양한 특성이 있고,  그 특성에는 음식이 자리하고 있다.   외국을 탐구하는 목적은 그들도 우리와 다른 차이점에는 이유가 있다는 깨달음과 하지만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은 음식을 먹고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우리 마음속에 있는 편견을 제거하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부러운 것은 직업이 요리사라  일반인들이 모르는 음식의 본질을 꿰뚫어볼 수 있고,  현지에서 도와주는 가이드들이 있어서 유명한 식당이나 공장에 접근을 수월하게 했다는 점이다.

처음에 냉소로 시작된 문장은 가족과 함께 한 일본 여행이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혔고 일본 음식과  일본인들을 만나면서 문화의 차이와 벽을 넘는 가능성을 보았다고  마무리 짓는다.

“우리 가족은 지금도 종종 당시 사진을 본다. 물론 시간이 흐를수록 일본에 대한 기억이 흐려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나는, 최소한 잠재의식에서라도, 아이들 눈이 고국에서의 일상을 넘어서서 존재하는 가능성의 세계에 열려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일본 여행을 통해서 아이들은 세계가 얼마나 다양한지를 보여주는 작은 조각 하나를 생생하게 직접 체험했다. 아이들 없이, 그리고 물론 리슨 없이 그때 여행을 해낼 수 있었으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아내의 눈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 것은 항상 매혹적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한 덕분에, 훨씬 더 많은 문이 열렸고, 훨씬 더 많은 사람을 알게 되었으며, 평소 허용 범위를 훨씬 더 넘어서는 많은 행동이 가능했다.  그러나 일본은 항상 그곳에 있을 것이고, 우리는 언젠가 다시 갈 것이다. 그러면 그곳 음식은 다시 한번 우리에게 경외심을 갖게 할 것이다. 가장 안심되었던 것은 일본의 요리 전통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쓰지 시즈오의 우려와 걱정이 전반적으로 근거없어 보였다는 점이다. 일본 요리는 물론 변화하고 있다. 그렇다고 쓰지가 변화를 거부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서구 음식을 쫓는 걱정스러운 경향이 지속되고 있으며, 더불어 서구인이 직면한 각종 건강 문제가 생기고 있지만 희망의 메시지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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