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 - 이다혜 기자의 페미니즘적 책 읽기
이다혜 지음 / 현암사 / 201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주연의 영화음악에서 영화와 책을 이야기하는 이다혜 기자의 지식과 말쏨씨에 반했는데, 요즘은 다양한 팟캐스트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책 제목에서처럼 어른이 되어 혼란스워운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좀 더 전복적인줄 알았는데 수위가 낮고 여러 가지 소재를 쓰고 있어서 산만한 느낌이지만 그동안 모르고 지나쳤던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 저자의 의견에 전부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은 생각의 차이라기 보다는 어떤 환경에서 만났는가가 좌우한다고 본다.  

페미니스트 문학평론가 쇼샤나 펠먼은 “우리 속에 묻혀 있는 남성적 정신을 쫓아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은 우리도 인정하고 있고 이 주장을 지지한다. 그렇지만 우리 스스로 이미 남성적인 정신을 내포하고 있어서 사회에 말을 던질 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남자로서 던지도록' 훈련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 텍스트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남성 주인공이기 때문에 그 남성 중심적인 견해에 자기를 동일화하도록 주입받아온 것이다.” 라고 썼다. 


어릴때 서부극 보면서 인디언 죽이는 백인을 응원하던 기억이 있다. 외국에서는 문학 작품을 리라이팅 하는데, 여성의 입장, 소수인종의 입장에서 재해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영화나 문학도 이런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봉천동의 아파트에 살았는데, 대학에 가고서야 봉천동이라고 하면 다들 산동네를 생각한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나는 어디 사느냐고 물으면 ‘서울대입구역’에 산다고 말하는 인간이 되었다. 사는 동네로 차별하는 시선이 잘못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이런이 되지 못한 상태였으니까.”


이 글 웃으며 봤다. 경기도로 이사 오기전 내가 30년동안 산 곳이 관악구 봉천동이었다. 집이 서울대입구역에서 올라가는 곳이라, 나도 늘 이런 말을 했고. 95년에 처음 동남아 여행 갔을 때 만난 한국 사람이 “그 동네에서 외국 처음 나왔죠?” 라는 말이 지금도 기억난다. 이다혜 기자가 책에서 여중,여고, 여상 같이 있는 여고를 나왔다고 하니 미림여고 아니면 문영여고 졸업했을 것이고, 어디 아파트인지도 짐작이 간다. 그래도 봉천동에서는 중상류층의 삶을 살은 듯하다. 다른 지역에 사는 남들이 보는 것처럼 봉천동 전부가 달동네도 아니고 서울 속의 호남이라는 비유도 실상은 다르다.     


책에 나온 강연글 중에서 여행을 떠나라는 말에는 갸우뚱한다. 자신을 발견하는 말은 나 역시 믿지 않지만 집에서 보내는 준 가지고 무작정 여행와서 힘들어하는 모습과 하소연하는 글들을 여행 카페에서 종종 봤다. 내가 여행비를 벌어서 가라는 말은 알바하는 과정 속에서 사회를 알 수 있고 자부심도 생기기 때문이다.


가해자 대신 피해자에게 조심라하고 말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근본적으로는 가해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말이 남자들에게 주어져야 한다 ”,  “물리 선생의 농담에 내가 뒤늦게 이렇게까지 분노하는 이유는, 그가 분명 우리가 졸업한 뒤에도 그 농담을 써먹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대상으로한 물리적 폭력과 마찬가지로.”


10여년 전 채널을 돌리다 도전 골든벨이라는 프로를  우연히 봤는데 여고 교장이 고1때 사회선생이었다. 내가 나온 고등학교는, 중학교, 여상이 같이 있는데 재단에서 대전에도 여고를 운영했다. 법대를 졸업한 선생은 수업 중에 이런 말을 했다. “강간할 때 돌을 여자 등에 넣으면 여자는 다리를 벌려, 그건 강간이 아니야.”   이건 1996년에 나온 영화 <나에게오라> 에도 나온다.


남녀 성별을 떠나서 자기 인생에 책임을 지고 자기 인생을 자신의 발로 걸어가는 삶을 살아야 한다. 불합리한 일을 당했을 때, 납득되지 않는 일에 부딪쳤을 때, 나는 나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런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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