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남들의 세계사 - 2014년 제47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죄 3부작
이기호 지음 / 민음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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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로버트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빨간 책방에 나와서 웃음을 선사했던 이기호 작가의 소설은  읽을 중에는 웃지만 다 읽은 후에는 가슴이 찡하게 상념에 잠기게 한다. 

일어날 일은 아무튼 일어나고 그것이 역사의 과정이라 구조를 바꿀 수는 없어서 개인의 선택은 무의미한 것인가? 라는 질문과  ‘그때 만약 이랬더라면?’ 이라는 상상을 해본다. 부산미문화원 방화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1980년 광주가 없었더라면, 김재규가 일을 벌이지 않았더라면, 박정희가 교사일에 만족했다면 교장을 하면서 은퇴했겠지 라는 상상을 해본다. 갈림길에서의 작은 선택이 소시민의 운명을 좌우하고 나아가 국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는 대통령이 되었다. 누아르의 핵심 서사란 무엇인가? 예상치 못한 사건에 우연히 휘말린 한 사람이, 그로 인해 자신의 신분과 정체성마저 모두 잃어버리는 것이 누아르의 기본 뼈대 아니던가? 전두환 장군은 독재자 살인 사건을 수사하다가 독재자가 되어버렸다.


나복만의 인생은 어떠한가. 그래서 그는 수배자가 되었다. 예상치 못한 사건에 우연히 휘말려 택시 시기사라는 정체성을 타의에 박탈당하고 우연과 조작이 겹쳐서 간첩이 되어버렸다. 


나복만이 고문속에서 감추고 싶던 것은 문맹이었으며, 어눌했던 그가 취조 속에서 단련되어 도망친게 아닐까. 이것도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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