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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여관 - 임철우 장편소설 ㅣ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23
임철우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2월
평점 :
“그래. 결코 지난날들을 잊어서는 안 돼. 망각하는 자에게 미래는 존재하지 않아. 기억해. 기억해야만 해. ……하지만 친구야. 그 기억 때문에 부디 네 영혼을 피 흘리게 하지는 마.”
현재의 일을 생각할 때 우리가 돌아보는 것은 과거의 사건을 보면서 유츄한다. 미래를 예측할 때도 현재와 과거의 사건을 비교한다. 이처럼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것은 과거의 실패를 거울 삼아 현재를 반성하고 더 나은 미래를 이루어갈 능력을 만들기 위함이다. 이 소설에 나온 보도연맹 학살 사건, 제주 4.3 사건, 1980년 광주, 베트남 전쟁에서의 민간인 학살 등을 흘러간 세월호 간주하고나 남의 고통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부조리한 모순들을 되짚어 거울로 삼아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그 시대는 누구나 그랬고, 모두가 나빴던 것이라고 변명한다면 이는 누구도 나쁘지 않았다는 말과도 통한다. 죄가 있다, 없다라는 결론을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왜 이런 사건이 발생했는가, 무엇을 추궁할 것인가, 잊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소설 연재 중 더러 주변에서 내게 말했다. 또 그 얘기냐고. 요즘 같은 세상에 해묵은 역사, 지나간 사건에 왜 그리 집착하느냐고. 그때마다 어설픈 웃음으로 혼자 삼켜버리곤 했던 그 대답을 이제는 말해주고 싶다. “아니다. 당신이 말하는 해묵은 역사니 지나간 사건 따위를 나는 얘기하려는 게 아니다. 난 단지 사람을, 사람들을 기억하고 싶을 뿐이다. 죽은 자와 아직 살아있는 자. 그들의 이름 없는 숱한 시간들을, 사랑과 슬픔과 고통의 순간들을 나는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기억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라고.
저자는 후기에서 망각과 기억에 대해서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