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나라와 나라 사이에도 행동의 기준을 옳고 자연스러운데 두기보다는 무엇이 더 이로운가에 두는 게 당연한일로 되었고 그런 행동이 보다 세련된 행동으로 보이니끔찍한 일이다. -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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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 정도로 해두자. 그러니까 기계가 부드럽게 돌기 위해서 알맞은 양의 기름을쳐야 하는 것처럼 한 가정이 가족끼리의 친애감을 유지하면서, 제각기의 삶도 즐겁게 영위하기에 알맞은 만큼만돈이 있는 집을 보통 사는 집으로 치면, 기름이 너무 없어부속품끼리 쇳가루를 떨구며 마멸해 가는 상태는 가난이겠고, 기름이 너무 많아 기계를 조이고 있던 나사까지 몽땅 물러나 기계의 부분품들이 따로따로 기름 속을 제멋대로 유영하는 상태가 아마 부자이겠다. -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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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또 대학에 다니는 애들이 아침에 학교 갈 때마다데모하지 말라고 이른다. 혹시 데모에 휩쓸리게 되더라도행여 앞장서지는 말고 중간쯤에서 어물쩍거리다가 뒷구멍으로 살금살금 빠지라고 이른다.

그 애들의 경멸의 시선이 다소 따갑지만 웅얼웅얼 그런 소리를 한다. 나는 올 1년 내내 이렇게 가족들에게 비겁과 보신(保身)을 가르쳤다. 잠 안오는 밤 문득 이런 내가싫어진다. 구역질 나게 싫어진다.

이런 1년을 보내고, 또 한 살 미운 나이를 먹고, 추한나이테를 두를 내가 싫다. 잠 안오는 밤, 나는 또 1년 동안 내가 작가랍시고 쏟아 놓은 말들이 싫어진다. 나는 또 작가랍시고 느닷없이 선택을 강요당했던 찬반(反) 앞에서 무력하게 떨던 내가 싫다. 찬반 중 어느 쪽이 내 소신인가 보다는 어느 쪽이 보신에 이로울까부터 생각했던 내가 싫다. - P246

그렇지만 이광수의 가야마 미쓰로만은 용서할 수가 없다. 이해할 수는 있어도 용서할 수는 없다. 그가 작가였기에, 침묵만 했어도 독자들에게 감사와 용기를 줄수 있을 만큼 영향력 있는 작가였기 때문에 그를 용서할수가 없는 것이다.

내가 그를 용서할 수 없는 한 나는 내가 작가임을 두려워할수밖에 없을 것이다. 비록 그처럼 문학사에 남을 작가는 못될망정 작가라면 마땅히 그 시대의 고민을 앞장서 걸머져야 한다는 엄청난 고난의 운명 때문에 작가라는 이름이 두렵다.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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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제일 친한 사람에게 나중에 넌지시 물어봤다.
이 댁 신부가 결혼식장에서 볼 땐 잘 몰랐는데 아마 어디가 병신임에 틀림없겠는데 어디가 병신인가고. 그랬더니천만에 사대육신이 멀쩡한 미인이라지 않나. 그러면 몸에 무슨 병이 있든지 하다못해 골이 남보다 비었든지 그렇지는 않냐고 물었더니 그것도 천만에, 건강하고 출신 학교도 명문으로만 뽑았다고 했다.
그래도 나는 오늘까지 다른 건 다 몰라도 그 신부가골은 좀 빈 신부려니 하고 믿고 있다. 뭔가 지독한 열등감이 없이 어떻게 그렇게 많은 물량 공세로 나올 수가 있겠는가. - P225

왜 장성한 자식들에게 완전히 구비된 환경, 완제품의 행복을주지 못해 하는 것일까.
그것을 스스로가 얻기 위한 과정을 거치면서 어려움도 알고 재미도 알도록 도와주지 않고 덮어놓고 과정을건너뛰도록 도와 주려는 것은 중대한 잘못이다. 그것은거의 사는 의미를 빼앗는 거나 마찬가지다. - P228

너무 기가 막혀 말문이 막혔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벌써 고된 과정을 깡충 건너뛰어 단박 잘살 궁리부터 한다.
오늘날의 모든 문제가 바로 이 건너뛰기에 있는지도모르겠다.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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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팔기란 외면적인 것, 말초적인 것에의 호기심에서 시작되는데 이런 말초적인 호기심이란 내면적인 매력에 눈뜨고 나면 곧 시시해지고 말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 P199

남편의 한눈팔기는 한눈팔기에 앙앙대는 아내가 있음으로 있는 것이다. 어리석은 아내는 남편을 그렇게밖에길들이지 못한 것이다. 그까짓 거 내버려두자. 여자 다리에 한눈을 팔건, 개뼈다귀 만병통치약에 한눈을 팔건 내버려 두고 여자도 자기의 일을 갖고 좀 더 바빠져야겠다.
자기의 시간을 좀 더 값진 일로 채울 줄 알아야겠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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