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또 대학에 다니는 애들이 아침에 학교 갈 때마다데모하지 말라고 이른다. 혹시 데모에 휩쓸리게 되더라도행여 앞장서지는 말고 중간쯤에서 어물쩍거리다가 뒷구멍으로 살금살금 빠지라고 이른다.

그 애들의 경멸의 시선이 다소 따갑지만 웅얼웅얼 그런 소리를 한다. 나는 올 1년 내내 이렇게 가족들에게 비겁과 보신(保身)을 가르쳤다. 잠 안오는 밤 문득 이런 내가싫어진다. 구역질 나게 싫어진다.

이런 1년을 보내고, 또 한 살 미운 나이를 먹고, 추한나이테를 두를 내가 싫다. 잠 안오는 밤, 나는 또 1년 동안 내가 작가랍시고 쏟아 놓은 말들이 싫어진다. 나는 또 작가랍시고 느닷없이 선택을 강요당했던 찬반(反) 앞에서 무력하게 떨던 내가 싫다. 찬반 중 어느 쪽이 내 소신인가 보다는 어느 쪽이 보신에 이로울까부터 생각했던 내가 싫다. - P246

그렇지만 이광수의 가야마 미쓰로만은 용서할 수가 없다. 이해할 수는 있어도 용서할 수는 없다. 그가 작가였기에, 침묵만 했어도 독자들에게 감사와 용기를 줄수 있을 만큼 영향력 있는 작가였기 때문에 그를 용서할수가 없는 것이다.

내가 그를 용서할 수 없는 한 나는 내가 작가임을 두려워할수밖에 없을 것이다. 비록 그처럼 문학사에 남을 작가는 못될망정 작가라면 마땅히 그 시대의 고민을 앞장서 걸머져야 한다는 엄청난 고난의 운명 때문에 작가라는 이름이 두렵다.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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