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 언니 - 권정생 소년소설, 개정판 창비아동문고 14
권정생 지음, 이철수 그림 / 창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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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언니. 나 대신 아파달라는 작가의 권면.

 

 

줄거리 - 해방 전에 태어나 남과 북이 갈라져서 싸움이 점점 격화되던 시기에 어린 시절을 보냈고 전쟁과 그 이후에 있었던 극심한 보릿고개를 살아낸 몽실 언니의 성장 이야기다. 1984년에 완성 되어서 30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 받아 온 국민 소설, 소년 소설, 성장기 소설이다. 몽실이는 일곱 살의 나이에 가난하고 술주정뱅이 아버지를 피해 도망가는 어머니를 따라 가면서 이해할 수 없는 이별을 경험한다. 너무나 어린 나이여서 아버지를 버리고 도망가는 어머니를 이해하기 힘들었고, 어리둥절했던 몽실이, 새로운 아버지에게 쉼 없이 구박받고, 구타당한다. 결국 다리가 부러지고, 절름발이 되고야 말았다. 이후에도 친아버지가 나타나 생모에게서 떼어내고 데리고 온다. 몽실은 친 아버지와 다시 그와 살게 된 것을 나름 기뻐했지만, 지독한 가난과 아버지의 폭행으로 여전히 힘든 삶을 이어간다. 그러다 몸이 약한 새어머니를 맞았지만 그녀는 난리 통에 몽실이의 여동생 난남이를 낳고 죽는다. 어머니와 생이별한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몽실이가, 겨우 정들어 어머니가 되고 있던 북촌댁과 또 다시 이별해야 했다. 몽실이가 겪은 고난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친어머니를 잃고, 친아버지와도 전쟁 통에 다시 헤어진다. 몇 년 후, 다시 만나지만 아버지는 전쟁에서 입은 상처와 질병으로 병원 앞에서 열흘을 넘게 기다리다 비참하게 객사한다. 이 모든 일들이 몽실 언니가 14, 15세가 되기까지 겪은 일들이다. 7-80평생을 살면서 겨우(?) 겪을 수 있는 모든 모진풍파를 짧은 시간에 겪으면서 몽실이는 모두의 언니가 되어간다. 성장하는 가운데 몽실 언니는 인생사가 쉽지 않고, 다 나름의 고통과 이유를 갖고 산다는 사실을 깨닫고 가르치는 사람이 되어간다.

  

짧은 평 어느 문학 작품이 그러하듯, 몽실 언니는 작가와 시대를 보여준다. 20대의 젊은 시절부터 결핵으로 고생하며 원고지 한 페이지 쓸 때마다 피를 토해야 할 만큼 몸이 아팠던 분이 권정생 선생님이고, 그 때문에 사람들에게 내 대신 아파해달라고 말하셨다고 한다. 물론 여기에는 정말 대신 아파달라는 의미보다는 이 시대에 또 다른 약자들을 품고 함께 아파해달라는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평생을 버림받고, 절름발이로 살아도 자신보다 연약한 동생들과 이웃들을 돌보려 한 몽실이는 평생을 아픈 몸으로 살아야 했고, 가난하게 살면서도 사람을 사랑하려 했던 작가의 삶과 정신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몽실 언니가 겪은 수많은 일들, 특히 고통의 순간들은 몽실 언니 뿐 아니라 우리의 부모님들과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겪은 우리의 실제 역사이기도 하다. 소설에 보면 전쟁으로 패가 나뉘어 죽어라 싸우는 사람들이 나오고, 너무나 배고파서 동냥하는 거지들도 참 많고, 그렇게 너무 없어서 야박해진 사람들도 많았고, 동시에 그러한 환경에서도 넉넉하게 베풀며 살았던 사람들도 있었다. 무수한 아픔들도, 그 사이에 함께 있던 삶의 행복도 몽실 언니는 담고 있다. 참 감동적인 것은 몽실 언니가 이렇게 비참한 현실을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인생에 대해서 비관적이 되거나, 사람을 배척하는 아이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싸우는 군인들, 동냥을 하는 거지들, 몸을 파는 화냥년들까지 이해하고 품어주는 사람으로 자라가는 모습이었다. 많은 구절들이 있지만, 아래의 구절들이 그런 몽실이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그렇지 않아요 빨갱이라도 아버지와 아들은 원수가 될 수 없어요. 나도 아버지가 빨갱이가 되어 집을 나갔다면 역시 떡 해드리고 닭을 잡아 드릴 거여요

 

엄마 원망 안해. 사람은 각자가 자기의 인생이 있다고 했어

 

아버지, 아니어요. 아버지도 엄마도 모두 나쁘지 않아요. 나쁜 건 따로 있어요. 어디선가 누군가가 나쁘게 만들고 있어요. 죄 없는 사람들이 서로 죽이고 죽는 건 그 누구 때문이어요...”

 

작가는 이런 몽실이의 모습을 보고 우리가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몽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착한 것과 나쁜 것을 좀 다르게 이야기합니다...몽실은 아주 조그만 불행도, 그 뒤에 아주 큰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그만 이야기이지만, 우리 모두 몽실 언니한테서 그 조그마한 것이라도 배웠으면 합니다.”

 

작가의 말을 따라서 다시 한 번 겸손한 마음으로 몽실이 한테서 좀 배워야겠다...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금새 몽실이는 내 자녀 같았고, 몽실이가 슬플 때마다 내 아이가 아픈 것 같았고, 심지어 내가 아픈 것 같았다. .........어떡하지...하면서 나도 모르게 많은 순간 눈물이 맺혔다. 비록 어리고, 장애를 가졌지만 쉬지 않고 닥치는 시련에 무릎 꿇지 않는 몽실이 때문에, 그러면서 여러 동생들을 키워내고 동시에 다른 이웃들까지도 이해하고 품으려는 몽실이의 모습 때문에 읽는 내내 슬펐고, 미안했고, 고마웠다. 그중에서도 검둥이 아기부분을 우연치 않게 아이들에게 소리 내어 읽어 주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고 목이 메어서 다 읽을 수 없었다.

 

에잇 더러운 것!” 어떤 남자가 침을 뱉으며 발길로 찼다...

안 되어요!” 몽실은 저도 모르게 몸을 아기 쪽으로 가리고 섰다.

화냥년의 새끼!”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침을 뱉고 발로 찼다.

몽실은 다급하게 아기를 덥석 보듬어 안았다.

웬 계집애가, 정신 있냐?” .....

그러지 말아요. 누구라도 누구라도 배고프면 화냥년도 되고 양공주도 되는 거여요.”....

그러나 가엾은 검둥이 아기는 얼음처럼 싸늘하게 식은 채 죽어 있었다. 몽실은 바들바들 떨며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몽실은 몸에 높은 열이 나면서 앓아누웠다.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웠다....

 

이 장면을 읽는데 몽실에게서 마치 예수님을 보는 것 같았다. 사랑은 놀랍구나....

 

평생 아프기만 하고, 고난당하며 살 것 같은 몽실이었지만, 놀랍게도 마지막 장면에는 몽실이로 인하여 아름다운 가정이 꾸려지고, 몽실이 키웠던 동생들이 몽실 언니에게 고마워 하고,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되어 있다. 아마도 아픈 인생, 가난한 인생을 살았지만 사랑의 힘을 믿었던 작가의 경험과 소망이 담긴 마지막 장면이 아닐까 싶었다.

 

지금은 전쟁이란 것을 상상하기도 힘든 그런 시대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때와는 또 다른 고난을 끼고 살아가고 있다. 감히 말하자면 이 글에는 그렇게 아픔을 끼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을 잠시라도 여유롭게 만들어줄 수 있고, 치유할 수 있는 힘이 있다. 한 걸음 나아가 더 말하자면, 이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에게 너도 몽실이를 읽어봐...라고 말하기보다, 몽실이가 되기 위하여 애를 쓰게 된다면 작가가 마지막 챕터에 제시한 희망을 맛보고, 보여줄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나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추천하지 않으련다. 먼저 내가 또 다른 몽실 언니가 되어 보기 위해 힘써 봐야겠다. 작가가 믿는 사랑의 힘을 경험하고, 보여주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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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8-09 1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 읽으니 몽실언니 다시 읽고 싶네요. 저도 읽을 때 무척 감동적으로 읽은 소설입니다.
명작의 모든 조건을 두루둘 갖춘 소설이라고나 할까요.

좋음 2016-08-09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읽고, 또 읽어도 가치있는 책 같아요. 읽고나니 참 감사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