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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 - 유쾌한 페미니스트의 경제학 뒤집어 보기
카트리네 마르살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7년 2월
평점 :
<잠깐 애덤 스미스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 - 유쾌한 페미니스트의 경제학 뒤집어 보기>
.부키. 카트리네 마르살
이 책은 눈에 뛰는 표지와 통통 튀는 제목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강력한 보라색에, 살짝 비꼬는 듯한 질문의 제목, 거기에 ‘유쾌한 페미니스트의 경제학 뒤집어 보기’라는 부제까지. 페미니즘과 경제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 정도의 매력만으로도 한 번쯤을 손이 갈 법한 책이다. 물론 페미니즘과 경제학이라는 주제가 사람들에게 책을 사서 읽을 정도로 어필할만한 것인지는 갸우뚱하지만 말이다. 나만 하더라도 페미니즘, 경제학에 약간의 관심을 두고는 있지만 경제학 비판서라고 해서 책을 읽기가 머뭇거려졌다. 페미니즘도 잘 모르고, 경제학도 잘 모르는 내가 소화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다행이도 책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저자는 스웨덴의 유력 일간지의 편집주간으로서 페미니즘과 경제학에 관한 기사를 쓰고 몇 권의 책을 냈는데, 이 책도 역시 10여 편의 대중적인 칼럼 정도를 모아 놓은 듯 했다. 전문적인 이론들을 나열하거나, 그것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현대를 살아가는 대중들, 특히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성과 경제와 관련하여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만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흥미를 돋우는 수준에서 재미있게 글을 썼다.
책 전체의 주제는 단순하다.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고전이나 현대의)경제학을 바라봤을 때, 전제가 너무나 터무니없다는 것. 특히 경제학이라면 인간을 다루는 학문이어야 하는데, 인간의 절반인 여성 정확히 말하면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들의 거의 모든 활동을 배제한 체 이론을 다룬다는 것을 꼬집는다. 총 16편의 장들로 구성이 되어 있고 이를 통해 아담 스미스, 케인스와 같은 천재 경제학자들, 고전적 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 현대 금융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월스트리트까지 폭넓게 언급하며 현대 사회에서 통용되는 ‘경제학’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허점이 많고, 차별적이고, 심지어 도박에 가까운지를 쉽게 설명한다. 이를 통해 현대인들이 경제학을 얼마나 우상처럼 떠받들고 있는지, 반대로 인간을 인간 이하로 취급하고 있는지를 마치 복싱에서 잽을 날리듯 무겁지 않고, 유쾌하게 비판한다.
아쉬운 점은 이 책의 강점이기도 한 쉽고, 유쾌한 점으로부터 비롯한다. 페미니즘이나 경제학 이론을 잘 모르더라도 이 주제들이 얼마나 중요하고, 무엇이 잘못되어있는지를 쉽고, 재미있게 쓰려다 보니 설득력이 충분하지는 않다. 비판하는 인물이나 이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부족하고, 비판 받는 지점을 살짝 언급하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조금 비뚤게 보면 저자가 페미니즘 이론으로 경제학 전체를 무시하는 것처럼 책이 읽힐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이 전혀 쓸모가 없는 건 아니다. 아니 생각해 볼만한 유의미한 꺼리들을 던져준다. 돌봄이라는 노동에 대해서 경제적 가치를 여전히 합당하게 부여하고 있지 않는다는 것, 경제학이 역사 내내 주로 가진 자들을 위해서 작동해왔고 지금도 그렇다는 점, 경제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추상화 되면서 일반 사람들의 접근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 그러면서 지극히 인간적인 학문이어야 하는 경제학이 사람들을 비인간화하는데 크게 일조하고 있다는 점 어느 하나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비판이 아니었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의식들을 제시하면서 대중들로 하여금 종교가 되어버린 주류 경제학에 페미니즘적 시각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어필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러한 시도는 어느 정도는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답을 찾을 순 없었지만, 우리에게 무엇인가 문제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문제가 어떤 것인지 정도의 방향 정도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페미니즘, 경제학 둘 다 몰라도 이 책을 볼 수 있다. 그것도 재미있게 말이다. 그러니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