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해 보면 (존 르 카레의) 스파이 세계에서는 진정으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으며 종종 이 소설에서처럼 대충 되는 일조차 하나도 없게 되기도 한다. 어떻게 해도 부패한 시스템은 건재하며 부패가 오히려 그것들의 일용할 양식인지도 모르겠다. 그 시스템 안에서 그들의 양식을 거부하면서 뭔가를 해보려는 개인들의 실패는 예상되는 것이어야만 하겠다. 해보는 수밖에 길은 없지만 그 길은 개인을 아무 곳으로도 데려다주지 않는다. 영화는 다행히도(?) 우리나라에서도 다음 달에 영화관에 걸리나보다. 이완 맥그리거는 맘에 들지만 나오미 해리스라니...
정말 오랜만에 읽은 르 귄. 그런데 기억 속 르 귄의 어떤 소설보다 아니 내가 읽은 모든 소설 중에서도 단연 무섭도록 폭력적이고 슬픈 소설이다. 모든 폭력은 데이비드슨이라는 인물에 압축되어 있어서 그의 시선으로 서술되는 장이 특히 읽기에 괴로웠다. 이 ‘사내‘의 폭력은 ‘사내란 다른 사내를 죽일 때와 여자를 덥칠 때 진정한 사내다‘라는 폭력이다. 그 폭력은 물리적 힘(결국 폭력)이 최종적 질서를 만들어낸다는 믿음(!) 위에서 더욱 극단까지 몰아친다. 그런데 그는 왜, 어떻게 그런 인간이 되었을까? 답은 소설에 여러 차례 등장한다. ‘어쩌다 보니 그는 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그의 인생 역정(?)에 -자세하게 서술된 건 없지만- 무슨 대단한 사건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냥 ‘사내‘로서 그런 생각과 태도를 체득한 것이다. 만일 애스시인들이 그보다 훨씬 큰 체격에 육체적 힘을 휘두르는 존재들이었다면 그는 기꺼이 그들의 충실한 종이 되었겠지. 물리적 힘의 크기가 다른 존재들 사이에 수평적인 관계란 있을 수 없다. 꿇리거나 꿇거나 둘 중 하나이다. 나는 ‘남자‘라는 존재를 이해한 적이 없다. 그저 나와 같은 생물학적 종인 인간으로서 마음을 느끼고 이해할 수 있기도 하지만, 그 ‘인간‘이 자신이 ‘남자‘라고 주장한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그러려니하는 것이 최선의 대응이라고 생각해왔다. ‘여자‘를 무시하고 더군다나 폭력적인 ‘남자‘라면 어떤 식으로는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대상에 대해 일종의 두려움을 표출하는 것 같아 딱하게 보기도 했다 (물론 폭력 자체에 대해서는 책임을 확실히 물어야 하고). 그런데 르 귄이 보여주는 이 데이비드슨이라는 자칭 ‘사내‘는 그런 류의 폭력적인 남자가 아니다. 그에게 폭력은 수직적인 질서를 만들어내는 당연한 수단이다. 내가 그동안 ‘남자‘를 너무 순진하게 봐 온 것이 아닌지 진심으로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色彩を持たない多崎つくると、彼の巡礼の年村上春樹Murakami Haruki(2013) / 양억관 역 / 민음사 (2013)2017-7-13첫 페이지부터 순간 이십 대 초반이 기억에서 밀려나와 당황스러웠다. 삼분의 일을 지나니 ‘여느‘ 하루키 소설이로군, 싶으면서 맥이 풀렸다. 오히려 <상실의 시대> 쪽으로 더 간 듯한 느낌. 주인공 다자키 쓰쿠루는 ‘빼박‘ 하루키적 인물이다. <해변의 카프카>의 나카타 씨 빼고 내가 읽은 너덧 소설의 인물들은 모두 ‘made in haruki‘라고 찍혀 있는 듯. 특히 나에게 하루키 소설이 거슬리는 이유는 자급자족 식물성 남자 주인공들의 옷과 요리와 와인과 음악과 시계 같은 액세서리 등등의 상표까지 상세한 취향이다. 적응이 안 된다. 내친 김에 신작도 사버리는 것 아닌가 했는데 접었다.
3탄까지 오니 공포의 원인과 그 세계의 대략적이나마 윤곽을 그릴 수 있어서 공포 자체는 많이 경감되었다. 그러나 속속들이 명확한 것은 아무 것도 제시되지 않는다. 작가가 자신도 잘 모르는 세계에 대해 쓴 것인 마냥. 읽으면서 아주 오래 전 에드거 앨런 포의 <아서 고든 핌의 모험>을 읽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서 고든 핌이 선원이고 마지막에 어떤 형용할 수 없는 괴물 같은 존재를 맞닥뜨린 것 같다... 정도만 기억이 나는데 그 때 읽으면서 느꼈던 공포 다음 혼란과 지루함이 지금 이 시리즈를 덮으면서 느끼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또 <메이즈 러너>의 설정과 비슷한 면이 있는데 <메이즈 러너>는 영 어덜트 소설답게 모든 것을 결말에서 깔끔하게 풀어주지만 이 소설은 뭐 전혀. 위어드 픽션은 내 취향은 아닌 걸로.
시리즈 판타지라면 덮어놓고 사는 편인데 나탈리 포트만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진다 뭐지 궁금해서 우선 읽었다. 뭔가 설렁설렁 읽을 것으로 기분 전환을 하고 싶기도 했고. 가슴 졸이면서 빠른 속도로 책장을 넘기게 되는데 다 읽고 난 지금 무엇을 읽었는지 잘 모르겠다. 스릴러이기도 하고 호러이기도 하고 판타지이기도 하고. 위어드 픽션이라고 불린다 한다. 그런 장르명(?)이 있는 줄 몰랐다. <에일리언> 시리즈와 비슷한 느낌이다. 특히 마지막 문장.그리고 내 취향이 아니다. 너무나 많은 의문들이 거의 해소되지 않은 채로 끝나버린다. 그것도 호러가! 공포의 실체가 완전히 드러나지 읺은 채 끝나버리면, 뭐 악몽이라도 꾸라는 건가! 너무나 모르는 게 많아서 그냥 2탄을 빨리 읽어버려야겠다. 이어지는 이야기도 아니라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