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하네. 내가 쓰고 싶었던 글이지 읽고 싶었던 글이 아니다. 읽고 싶지 않은 이유는 내가 -먼저- 썼어야 했는데 선수를 빼앗겨서, 라기보다 나라면, 내가 썼다면 기쁘게 미친 것처럼 쓰기만 하고 다 쓴 후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을 것 같은 글이라서이다…

열정적 사익추구자에 대한 본능적 거부감. 내 협애한 마음의 장벽. 물론 돈 좋다. 엄청 좋다. 그렇지만 가장 좋지는 않다. 돈이 가장 좋은 사람은 나랑 안 된다. 돈은 아무리 좋아봐야 두 번째로 좋아야 하는 것이다. 당장 생존을 도모할 방도가 없을 때가 아니고서야 돈이 가장 좋을 수는 없다. 겸허하게 인정한다. 내게는 윤리적 허영이 있다. 그걸 인정할 만큼은 내가 양심적이다. 윤리도 욕망이고, 그 욕망이 때로는 물욕이나 출세욕, 성욕보다도 강할 수 있다. 그것은 어쩌면 타인의 인정을 갈구하는 궁핍한 마음의 소산이며, 그저 럭셔리 브랜드의 가방과 의류로 몸을 두르고 싶은 욕망과 근원적으로 다를 게 없을지도 모른다. 그저 올바른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것이 아니라 정녕 올바른 사람이고 싶은 것이라고 스스로는 믿고 있지만, 그것을 자꾸 현시하려는 나의 욕망은 나조차도 진의가 의심스럽다. 그러나 어쨌든 윤리도 욕망이다. 욕망과 윤리는 상호 대립항으로 이해되지만, 윤리 혹은 윤리적 허영이 욕망의 사다리 제일 꼭대기에 있는 사람도 있다. 그런 욕망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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