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6시 20분의 남자 스토리콜렉터 109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허형은 옮김 / 북로드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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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 전체를 누구도 파악할 수 없는 거대한 악의 집단‘이라는 게으른 전제 위에 필연적이라고 우기는 우연이 남발하는 엉성한 스릴러라고 하겠다. 정말 철두철미하게 돈 벌려고 쓴 소설이 이런 모양을 하고 있겠구나 나도 일조했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시리즈도 크게 좋아한 책은 없고 그냥 시간 때우기 좋으니까라는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꾸역꾸역 다 읽었는데(!) 이책은 아예 시간낭비 쪽이다. 내 편을 들 수가 없어!

그런데 2탄인 <경계에 선 남자>도 가지고 있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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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그저 하루치의 낙담
박선영 지음 / 반비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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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영

에세이에다가 제목도 표지도 마음에 들지 않아 알라딘이 계속 추천 리스트에 올리는 데도 흐응, 계속 남기고 있다가 오터레터의 글에서 전직 기자가 쓴 X세대의 이야기라고 아주 호의적으로 평한 것을 보고 나도 X세대인데 어디 한번, 하고 열었는데, 첫 문단이 ’도피하는 모든 이에게‘ 바쳐진 영화 <지중해>로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이 영화, 내 인생의 영화 중 하나인데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 텐데?! 그래서 급호감으로 읽기 시작했다.

일단 글을 잘 쓴다. 나와 가치관이 비슷하고 어쩌면 취향도 비슷할 것 같다. 많은 것을 시작하고 그 중 잘 할 수 있는 것만 하려다 보니 금방 포기하는 일도 많다는 건 기질도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아닌가 싶었다. 빨강머리 앤의 말을 빌리면 동류, 혹은 같은 요셉-아니 아담이었나? 이삭? 나이가 드니 이런 중차대한 사실(!)도 헷갈리네 아무튼-을 아는 족속일지도. 작가가 책에서 드러낸 취향 중 난 아닌데 한 건 하드보일드. 작가는 싫어하고 나는 아주 좋아한다. 세부 사항을 다 생략 내지 걷어낸 것이 폭력적으로 느껴진다고 하는데 나는 설명하려 들지 않는 자신감 내지 자만심 내지 오만함이 좀 부럽거든.

그런데 좀 피곤하기도 하다. 의미를 찾고 없을 것 같으면 만들어서라도 부여하려는 삶에 대한 억척어린 태도, 늘 다큐를 찍으며 농담으로 넘어가려는 세상에 대해 정색을 하고, 툭하면 길거리를 울면서 쏘다니는 미친 여자가 되는 이가, 그걸 ’벌거벗듯‘ 솔직하게 드러내는 걸 읽으면서 뭐 이런 걸 보여주려고 쓰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면 머릿속에 넣어두거나 나 말고 아무도 읽지 않을/못할 일기장에 쓰고, 울어도 골방에서 울 텐데. MBTI식으로 말하면 나는 이런 극F를 보면 싸늘하게 식어 극T적으로 반응하게 되고 물론 극T다 싶은 인간 앞에선 극F적으로 신경질을 내겠지. 이건 중용이 아니고 극단적 스윙이니 그냥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인 것이다.

더 좋은, 나은 세상을 위해 인간다운 윤리적인 인간이 되려고 분투하는 삶이라. 나는 ‘타인이 있기에 윤리가 생긴다‘는,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타인을 대접해야 한다는 기준을 갖고 살지만. 그래도 가장 밑바닥에는 어차피 죽는데, 나도 죽고 너도 죽고 50억 년이 지나면 거대하게 부풀어 오른 태양이 지구를 삼켜서 아무 것도 남지 않을 텐데, 하는 생각이 있다. 이런 바탕에서 나와 사람들을 보면 다 쓸쓸하고 약간 가엾고 조금 너그러워진다. 그러면 정말이지 힘줄 일이 없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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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네. 내가 쓰고 싶었던 글이지 읽고 싶었던 글이 아니다. 읽고 싶지 않은 이유는 내가 -먼저- 썼어야 했는데 선수를 빼앗겨서, 라기보다 나라면, 내가 썼다면 기쁘게 미친 것처럼 쓰기만 하고 다 쓴 후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을 것 같은 글이라서이다…

열정적 사익추구자에 대한 본능적 거부감. 내 협애한 마음의 장벽. 물론 돈 좋다. 엄청 좋다. 그렇지만 가장 좋지는 않다. 돈이 가장 좋은 사람은 나랑 안 된다. 돈은 아무리 좋아봐야 두 번째로 좋아야 하는 것이다. 당장 생존을 도모할 방도가 없을 때가 아니고서야 돈이 가장 좋을 수는 없다.
겸허하게 인정한다. 내게는 윤리적 허영이 있다. 그걸 인정할 만큼은 내가 양심적이다. 윤리도 욕망이고, 그 욕망이 때로는 물욕이나 출세욕, 성욕보다도 강할 수 있다. 그것은 어쩌면 타인의 인정을 갈구하는 궁핍한 마음의 소산이며, 그저 럭셔리 브랜드의 가방과 의류로 몸을 두르고 싶은 욕망과 근원적으로 다를 게 없을지도 모른다. 그저 올바른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것이 아니라 정녕 올바른 사람이고 싶은 것이라고 스스로는 믿고 있지만, 그것을 자꾸 현시하려는 나의 욕망은 나조차도 진의가 의심스럽다. 그러나 어쨌든 윤리도 욕망이다. 욕망과 윤리는 상호 대립항으로 이해되지만, 윤리 혹은 윤리적 허영이 욕망의 사다리 제일 꼭대기에 있는 사람도 있다. 그런 욕망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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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혼 씨의 가족은 그의 전처의 친척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이혼에 동의하려 하지 않았다. 그 문제를 누구의 경우처럼 엄격히 따진다면, 아내가 네 명이었고, 그중 두 여인은 별거수당을 받고 있는 아인혼의 아버지, 즉 늙은 시 위원이어서는 안 될 것이었다.”

- 솔 벨로, 이태동 역, <오기 마치의 모험 1>, 펭귄클래식. p 108.

*위 문장이 무슨 뜻인지 아시는 분? ‘~여인은 ~아버지여서는 안 될 것이었다’라니?? 윌리엄 아인혼은 시 위원의 아들이다. 그리고 읽다 보니 아내가 네 명인 사람은, 즉 맨 처음 ’그‘라고 지칭된 인물은 시 위원인 아인혼-아들도 아버지도 성은 아인혼이고 시 위원인 아버지의 이름은 나오지 않음-인 것 같은데. 아버지 아인혼과 아들 아인혼이 구별이 되지 않고, 대명사가 누구를 지칭하는지도 헷갈리게 써놓고, 앞 페이지에서는 건장하다고 묘사된 사람이 다음 페이지에선 팔다리에 힘이 없다-사지마비니까. 그런데 사지마비인 사람이 건장하다는 게 가능한가? 움직일 수 없으면 근육이 줄어들어 어떻게 봐도 ‘건장’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고 하고. 아니 무슨 하버드 스탠퍼드 듀크에서 연구교수 경력에 서강대 영문과 교수로 30년 이상 재직하셨다는 분이 이런 말이 안 되는 문장을? 편집자의 게으름인가?

… 내 문해력을 걱정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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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6-02-23 0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덮으셔요. 이태동 씨가 잠깐 헷가닥 했을 때 번역을 했는지, 자기 조교들 시켜서 작업을 했는지, 조교들이 한 걸 한 번도 읽어보지 않고 그냥 출판사에 가져다 주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출판사 편집부 사람들도 낮술 거하게 때리고 교정 보았을 겁니다. 저도 이 책 아주 곤혹스럽게 읽었습니다.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습니다. 이태동이 번역한 벨로의 다른 작품 <허조그>는 또 괜찮습니다. 이래서 교수나 소설가가 번역한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meesum 2026-02-23 14:53   좋아요 0 | URL
헉 ㅠㅠㅠ 이 책이랑 훔볼트의 선물까지 읽어보려고 했는데 ㅠㅠㅠ

Falstaff 2026-02-23 14:58   좋아요 1 | URL
이 책만 그렇습니다. 제가 보장하겠습니다. ^^

meesum 2026-02-24 09:18   좋아요 0 | URL
책에 대한 Falstaff 님의 보험이군요! 믿고 드는 든든한 보장^^
 
[전자책] 네 시체를 묻어라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김연우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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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망 가마슈 시리즈를 드디어 -한국어로 번역된 것은- 다 읽었다. 며칠 전에 -5번 <냉혹한 이야기>까지 읽은 후- ‘인격적으로까지 완벽한‘ 아르망 가마슈가 맘에 안 드네, 작가가 결국 마콘도처럼 사라지게 할 거라느니, 플롯이 장황하다느니 투덭투덜하는 글을 썼었는데 바로 다음 권인 <네 시체를 묻어라>를 읽고 오, 내가 너무 성급했군 하고 조금 반성했다. 이후의 책들은 다행히(?) <네 시체를 묻어라>만큼은 아니었지만 나름 준수했다 (그래도 8번 <아름다운 수수께끼>는 다소 지루했다). 그래서 시리즈 중 최고이자 시리즈를 떠나서도 훌륭한 이 책에다가 -상도 가장 많이 받았음- 글을 쓴다.

이 소설에서는 세 가지 이야기-1)가마슈가 부하들을 잃고 몸과 마음에 큰 타격을 입고(그렇지만 물론 가마슈는 그 타격이 자기를 무너뜨릴 가능성을 용납하지 않는 인간) 장 기 보부아르는 회복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는 타격을 입은 얼마되지 않은 과거의 사건, 2)상심한 가마슈가 도서관에서 과거의 역사를 읽으면서 소일하던 중 맞닥뜨린 살인사건, 그리고 3)이전 책에서 개운치 않게 종료된 스리파인스의 살인사건을 장 기가 가마슈의 부탁을 받고 다시 수사하는 이야기-를 동시에 풀어가는데 각 사건으로의 전환이 아주 자연스럽게 잘 짜여져서 읽는 재미가 크다. 1번 사건의 충격의 여파에서 여전히 힘들어하는 가마슈와 장 기가 각각 2번과 3번 사건을 풀면서 회복된다는 뻔할 것 같은 이야기는 없다. 살인사건은 그냥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을 도울 뿐, 진짜 이야기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의 감정과 마음 속의 진실들이다. 모든 인물들이 이해되고 그만큼 나의 시야도 넓어지는 느낌. 그저그런 장르소설을 넘어서는 울림이 있는 소설이다.

시리즈 7번도 6번만큼은 아니었지만 괜찮았고, 8번은 좀 지루했지만 9번을 읽기 위해서는 필수였다. 9번은 흥미진진하게 밤샐 뻔하면서 읽었다. 그래도 6번만큼은 아니었다.

한국어로 번역된 것은 9권이지만 작가는 계속 써서 작년까지 전부 20권을 출간하였다고 한다. 소설 속에서는 대략 2권에 1년 가량의 시간이 지나는 것 같은데 최신작에서 가마슈는 거의 일흔이 되었겠네. 9권에서와 같이 거대한 음모를 파헤치는 일까지는 못하실 것 같고 장 기의 장인이자 카운슬러나 멘토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서있지는 않을까? 나는 9권에서 시리즈가 종료되었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가마슈가 은퇴해서 스리파인즈에 정착하고 장 기와 아니 가마슈가 결혼하는 것 이상의 괜찮은 결말은 생각하기 어랴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스리파인즈. 나는 정말 작가가 천국처럼 보이는 스리파인즈에 사실은 (잠재적) 살인자로 우글거리는 곳이었다… 같는 장르적 운명을 정해놓은 줄 알았다. 아니었다. 1권의 범인은 스리파인즈의 소위 ‘이너서클’ 주민이었고 5권의 범인도 그랬지만 그건 가마슈의 오판이었다(스포 죄송). 9권에서 스리파인즈 주민들은 가마슈와 장 기의 피난소이자 보호자가 되고 가마슈는 결국 그들의 일부가 된다. 스리파인즈는 겉과 속이 다른 곳이 아니었고 마콘도처럼 사라지지도 않을 것 같다. 오해해서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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