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전망 좋은 방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8
E. M. 포스터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도로 가는 길>을 읽는데 세 번 정도 실패한 것 같은데 이 소설은 금방 읽혔다. 재밌는 소품. <오만과 편견>을 읽을 때의 느낌. 깔끔한 문장과 자신이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속물적인 소위 ‘사교계‘에 척을 지지 않기 위해 마음을 숨기고 어느 정도는 연극을 하고 그러면서도 자기 속 깊은 곳의 진실은 꺾이지 않았으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 100년 전 영국의 상류사회의 위선이 결국 ‘인간‘의 위선이니만큼, 100년이 지난 지금도 그 때 그 인물들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리고 마음의 진실을, 진실만을 따라가다 보면, 해피엔드가 당연한 결론이지 않겠는가?

남자 작가가 여자 주인공을 이렇게 그렸다는 것이 신기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저 한 인간인 작가가 또 다른 그저 인간에 대한 글을 쓴 건지도 모른다. 평소 그가 처한 억압적인 상황의 문제를 연민으로 꿰뚫어 보았기에 쓸 수 있는 그런 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수도원의 비망록
주제 사라마구 지음, 최인자 외 옮김 / 해냄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전에 분명히 읽었다. 1998년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 후 번역출간된 문학세계사 책을 가지고 있다. ‘마술적 리얼리즘‘에 홀딱 빠져있던(지금도 물론 좋아한다!) 시기였으니 광고에 낚이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런데 정말 아무 것도 머릿속에 남아있지 않았다. 꽤 재밌었다라는 느낌 말고는.

거의 20년이 지난 후 다시 읽으면서 그렇게 까맣게 잊었던 게 말도 안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블리문다와 발타자르를, 바르톨로메우 로렌수 신부를, 파사롤라를, 마프라와 바위를 잊을 수 있었는지. 책이란 몸과 마음이 그것을 받아들일 만큼은 느슨해졌을 때만 제대로 만날 수 있다는 걸 또 한 번 확인한다. 특히 이야기가 그렇다. 무언가 마음이 불안하고 바쁘기만 할 때에는 그야말로 자기계발서 류의 독서 정도나 그나마 기억에 흔적을 남길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저 주제 사라마구가 내가 이 정도는 컸어야 받아들일 수 있는 작가인지도.

다섯 분의 공역으로 처음 출간되었던 것을 10년 후 최인자 님이 전체적으로 다시 손봐서 재출간한 것이라는데 특히 마지막 부분은 다른 사람이 번역한 것 아닌가 싶게 문장의 톤의 차이가 있다. 또 하나, 따옴표를 쓰지 않는 작가가 한 사람의 말이 이어질 동안에는 쉼표, 그의 밀이 끝날 때는 마침표를 쓰는 것에 <코끼리의 여행>, <눈먼 자들의 도시>, <눈뜬 자들의 도시>를 연이어 읽으면서 익숙해졌었는데 이 소설은 그보다 초기작이어서 그런지(?) 쉼표가 적다. 뭐 그렇다고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눈뜬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82세의 노장이 쓴, 기름기라곤 없는 아이러니와 냉소로 꽉찬 소설이다.

‘눈을 뜨고 본다‘고 하는 건 ‘보이는 것을 보는 것(Seeing)‘을 넘어서 ‘관찰하는 것(Watching)‘, 망막에 비치는 것의 이면까지 꿰뚫어보는 행위이다. 그래서 그저 보이는 것을 보이는 대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것은 사실 ‘눈먼‘ 것과 같은 것이다.

<눈먼 자들의 도시>에 이어서 <눈뜬 자들의 도시>를 읽으니 <눈먼~>이 <눈뜬~>을 위해 쓰여진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선풍기 때문이 아니라도 소름이 돋는다. 우리나라의 작년 겨울부터 올 봄까지의 일들이 저절로 복기된다. 소설이 끝난 후 진짜 ‘눈뜬 자들의 도시‘에서도 그런 ‘축복‘이 일어나길, 아니 일어났음을 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뫼르소, 살인 사건 - 카뮈의 <이방인>, 살아남은 자의 이야기
카멜 다우드 지음, 조현실 옮김 / 문예출판사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술 취한 노인의 횡설수설 회고담이라는 형식 때문에 길지 않은 분량에도 집중도가 떨어진다. 까뮈가 <이방인>에서 말하고자 했던 바는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이유없이 죽였다는 사실보다 ‘엄마의 죽음 앞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는 것에 더 분개하고 그걸로 사형선고를 내리는 문명 또는 문화에 대한 비웃음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봤다. 살인보다 사기가 더 큰 죄라는 <걸리버 여행기>의 릴리푸트까지 떠올린 건 뜬금이었으려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코끼리의 여행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쉼표에서 쉬고 마침표에서 조금 더 쉬고 하면서 천천히 하나도 지루하지 않게 읽었다. 대가의 신랄함조차 따뜻하게 느껴지는 소설이다. 결국 그들은 모두 그들을 기다리는 곳에 이르렀다. 우리는 모두 우리를 기다리는 곳에 이르게 된다, 는 희망 같은 것.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