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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의 비망록
주제 사라마구 지음, 최인자 외 옮김 / 해냄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전에 분명히 읽었다. 1998년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 후 번역출간된 문학세계사 책을 가지고 있다. ‘마술적 리얼리즘‘에 홀딱 빠져있던(지금도 물론 좋아한다!) 시기였으니 광고에 낚이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런데 정말 아무 것도 머릿속에 남아있지 않았다. 꽤 재밌었다라는 느낌 말고는.
거의 20년이 지난 후 다시 읽으면서 그렇게 까맣게 잊었던 게 말도 안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블리문다와 발타자르를, 바르톨로메우 로렌수 신부를, 파사롤라를, 마프라와 바위를 잊을 수 있었는지. 책이란 몸과 마음이 그것을 받아들일 만큼은 느슨해졌을 때만 제대로 만날 수 있다는 걸 또 한 번 확인한다. 특히 이야기가 그렇다. 무언가 마음이 불안하고 바쁘기만 할 때에는 그야말로 자기계발서 류의 독서 정도나 그나마 기억에 흔적을 남길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저 주제 사라마구가 내가 이 정도는 컸어야 받아들일 수 있는 작가인지도.
다섯 분의 공역으로 처음 출간되었던 것을 10년 후 최인자 님이 전체적으로 다시 손봐서 재출간한 것이라는데 특히 마지막 부분은 다른 사람이 번역한 것 아닌가 싶게 문장의 톤의 차이가 있다. 또 하나, 따옴표를 쓰지 않는 작가가 한 사람의 말이 이어질 동안에는 쉼표, 그의 밀이 끝날 때는 마침표를 쓰는 것에 <코끼리의 여행>, <눈먼 자들의 도시>, <눈뜬 자들의 도시>를 연이어 읽으면서 익숙해졌었는데 이 소설은 그보다 초기작이어서 그런지(?) 쉼표가 적다. 뭐 그렇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