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과학 칼럼니스트가 두 도시 사이의개화 시기 차이를 도시 간의 거리로 나눠 봄이 오는 속도를 계산했다고 해요. 그랬더니 봄꽃이 피면서 북상한 속도는 시속 1킬로미터였다고 하죠. 시속1킬로미터는 보호자가 아기의 유아차를 미는 평균속도 정도라고 합니다. 그렇게 너무 빠르지 않게,
그리고 조심스럽게 봄은 우리에게 오고 있네요." - P64

글을 잘 썼든 못 썼든 시작된 생방송은 반드시 끝이있고, 그날의 방송은 지나간다. 오늘의 원고가 성에차지 않으면 내일의 원고에 좀 더 열심을 다해보자는 마음을 갖는다. - P67

광고음악은 어떤 사람이 라디오 애청자인지아닌지를 판별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유독 라디오 광고로 유명한 CM송을 안다면 뭐 더 말할 것도없이 외칠 수 있다. "오! 라디오 좀 들으시는군요!
좋아요!" - P75

무려 전 세계 인구의 98퍼센트가 이 귀벌레 현상을 경험한다고 한다. ‘귀벌레 증후군‘이 생기는이유는 그저 뭐에 하나 꽂히는 우연일 수도 있지만긴장 상태에 있을 때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한 뇌의 작용이라고 전문가는 말한다. * 수능 시험 같은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다거나 일주일 중 월요일 같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단순 반복 구절이 많은 노래가 특히 우리 귀에 들어오고 주문에 걸린 것처럼 몇번이고 따라 부르게 된다는 것. - P77

뒤늦은 해명을 할 새도 없이 그 친구와는 멀어졌다. 맞는 말이었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도 너무 아픈 말이다. 이때의 교훈으로 나는 힘들어 보이는 것구에게는 충고를 하기보다 안아준다. 말로든 몸으로든.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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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날의 생명력만을 기억한다. 살아 있는 존재들. 따뜻한 봄날을 만끽하던 생명들. 죽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니,
내가 보지 못했다. 죽음은 드러나지 않았다. - P61

규정만 지켰더라도 침몰하지 않았을 것이다. 가만히 있으라는 반복되는 명령. 침몰하는 배를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었다. 모두 보았고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 - P62

이유가 무엇이든,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어떻게 생각해도말이 안 됩니다. 일어났으나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에요." - P63

기억한다는 말은 힘이 세다. * 기억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거짓말은 힘을 잃는다. 삶이 이어지듯 죽음도 이어진다

엄마, 기억해? 난 엄마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어. 엄마는내가 원하는 것을 모두 가진 사람. 그런 엄마가 거기 있어서 나도 엄마처럼 살아 있는 것만 같을 때가 있어. - P66

비는 소리가 없고, 비에 닿은 무언가는 소리를 냅니다.
비는 향기가 없고, 비에 닿은 무언가는 향을 뿜습니다.
나는 없는데, 나에게 닿은 무언가는 나를 드러냅니다.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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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말했잖아요. 디테일은 모든 것이라고 정말 그래요.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그게 전부예요. - P217

엄마를 쓰면서 글과 삶을 나란히 살아보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엄마여서, 엄마가 내 앞에 있어서 가능했다. - P220

마지막 문장을 쓴 지금, 나의 틀림과 실수와 오해를 꺼내놓는 일이 부끄럽지는 않다. 이 모든 것이 사랑을 연습한 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연습이라는 말이 좋다. 내가 사랑을 어떻게 완성하겠는가. 그냥 연습하는 시간을 살고 싶을 뿐이다. 틀린 걸 고쳐나가며, 실수를 줄이며 조금씩 나아지면서. - P221

내 것 위에 혹은 내 것을 지우고 당신의 사랑을 써보기를.
이 모든 시간이 연습이라 생각하면 무서울 것도 아까울것도 없다.
더 잘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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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달걀 먹을래?"
"괜찮아요, 엄마."
"뭐 좀 안 먹을래?"
"나중에 먹든지 할게요."
"너 먹을 것도 하나 올려둘게." - P12

당신이 기숙학교에 들어갈 차례는 결코 오지 않았다. - P16

이제 당신은 층계참에 서서 행복을, 좋은 날을, 즐거운 저녁을, 친절한 말을 기억해 내려 애쓴다. 작별을 어렵게 만들 행복한 기억을 찾아야 할 것 같지만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다. - P17

오빠가 당신을 끌어안는다. 당신은 이런 식으로 안겨본 적이 없다. 수염 그루터기가 얼굴에 닿자 당신이 몸을 뺀다.
"미안하다." 그가 말한다.
"괜찮아."
"잘 가, 동생아."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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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 없는 글이 존재할 수 있는가? - P153

처음으로 돌아가 내가 엄마의 언어를 익히면서 누렸을기쁨 혹은 슬픔을 되찾고 싶었다. 나의 모어를 다시 알고싶었다. - P155

진실은 어떤 모양이든 가치가 있다. 하지만 담는 그릇에 따라 넘쳐흐르기도 하고 몇 프로 부족한 진실이 되기도 한다. 넘치거나 부족한 진실은 진실을 놓친다. 그것이진실을 담는 그릇, 언어를 정련해야 하는 이유다. - P157

주는 일을 생각한다. 나의 새로운 숙제다. 이전에는 글쓰기가 무언가를 주기 위한 행위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없다. 준다는 것 자체가 우월감을 표현하는 것 같아 거부감도 느껴졌다. 지금은 아니다. 어떤 어머니가 우월하기때문에 주겠는가. 그것은 육체적, 정신적 본능이다. 사랑의 본능. 반드시 행위로 이어져야만 하는 여성 안의 주체성, 용기. - P158

엄마.
기억하자. 내게도 당신에게도 그 환한 말이 있다는 것을. - P159

"나라면 이런 이야기를 절대 쓰지 않았을 것이다. 썼다고 해도 절대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을 것이다." - P162

엄마에게는 상인의 언어가 있다. 엄마에게 처음부터그런 언어가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자란 시장에서는, 특히 시장의 여자들은 다들 그런 말을 쓴다. - P165

그 남자애는 슈만을 좋아했다. 아홉 살에 슈만을 좋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내게는 조금 놀라운 일이었지만, 그 아이에게는 자연스러워 보였다.. - P166

집에 돌아와 《한 여자》를 펼쳤다. 아니 에르노는 어머니가 사망한 후에 쓴 그 글이 ‘말들을 통해서 가닿을 수있는 어머니에 대한 진실을 찾아 나서는 일‘이라고 했다." - P171

엄마는 다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진짜만 준다. 그것이 엄마의 언어이고, 자존심이다. - P117373

"야성이요. 여성이 가진 야성이요." - P177

어쩌면 엄마는 내가 쓸 수 없는 글을 쓰지 않았을까.
종이 위에 얌전히 누운 글자가 아닌, 야생마처럼 거침없이 달라는 글, 야성이 깨어 있는 여성의 글.
그러나 쓰레기통으로 사라진 그 말들은 이제 이곳에없다. 나는 더 이상 조력자나 목격자나 추적자가 될 수 없다. 이제 내게 남은 기회는 딱 하나다. 복원사가 되는 것. - P179

"안 다쳐. 나는 춤추는 사람이라 발이 나무토막처럼 단단해. 너희들도 벗어봐. 함몰과 융기를 반복한 땅의 기운을 오롯이 느끼려면 맨발이어야지." - P187

"여기가 내 인생의 순례길이야. 5분 순례길. 처음에는왜 이러고 살아야 하나, 그런 마음이었는데 이 길을 지나다니면서 다 없어졌어. 그냥 최선을 다해 사는 거야. 무엇을 하든 어디를 가든. 산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대단하고중요한 일이니!" - P191

오래 응시한 것을 말할 때, 나는 그것을 에둘러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 번은 꿰뚫어야 한다.
온몸으로 통과해야 한다. 핵심으로 향해 갈 수밖에 없다.
비비언 고닉은 브롱크스 다세대주택에 사는 여성들을 창가에 놓인 예쁜 화분처럼 말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 P197

"그래도 어느 정도 시간을 채워야 가능한 것들이 있어" - P200

"매일 똑같은 길을 걸으면 그 길을 잘 아는 것 같지? 절대 아니야. 잘 봐야지. 뭐가 있는지, 구석구석 봐야지, 누가 있는지, 매일 뭐가 달라졌는지, 잘 봐야 알지. 마당도똑같아."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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