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자동차 운전을 배울 때만 해도 나를 비롯해 주변에 내비게이션을 쓰는 사람이 없었다. 이 이야기를 하면어린이들은 놀라서 "그럼 운전을 못했어요?" 하고 묻는다. - P228
언어가 진짜로 있는 것처럼, 지역도 진짜로 있다. 우리 자신이 구체적인 존재이듯이 우리가 밟고 선 땅도, 마을도 구체적이다. ‘시, 도, 군‘ 같은 행정 구역만이 아니라 지역의 특징을 꼼꼼히 살피는 것은 그래서다. - P231
어린이들은 쉬는 시간에도 쉬지 못한다. 노느라 쉴 틈이없는 것이다. 나도 어렸을 때는 ‘쉬는 시간‘과 ‘노는 시간‘을동의어로 썼던 것 같다. 독서교실 쉬는 시간, 교실은 갑자기놀이터가 된다. - P233
나는 이겨서 웃고 어린이들은 속아서 웃는다. 누구는 엄마가 머리를 초록색으로 염색했다고 하고, 누구는 자기도보았는데 잘 어울리시더라고 한다. 누가 외계인 언어를 할줄 안다며 "뿌릅빠삐쁘룹코"라고 하면 질세라 "앗띨우꾸삐빠랍" "뽀짜빠짜앗따리" 같은 말이 튀어나온다. 나는 차마대꾸를 못 하고 폭소를 터뜨리며 항복을 선언한다. 그러고책상 앞에 앉으면 우리가 한통속이 된 것 같다. 무슨 일을 은밀히 공모해서 도모할 만한 자인지 알아내는 데 웃음만 한게 없다. - P235
앙리 베르그송은 웃음의 사회적 기능에 주목하면서 웃음에 "일종의 공범 의식 같은 것이 숨어 있다"라고 말한다. 혼자서는 이만큼 웃을 수 없다. "긴장과 유연성, 이것이 바로 삶이 내거는 상호 보완적인 두 힘"이라고도 한다. - P237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어요." 첫 문장을 읽자마자 어린이들의 추리가 시작된다. "그림?" "소리?" - P244
출구를 나서서 나는 깜짝 놀랐다. 끝이 한눈에 들어오지않을 만큼 참가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조용할까? 무대에서 말하는 사람의 말을 들으려고. 쌀 한 톨도 흘리지 않으려는 모양새로, 사람들은 남의 말을 귀담아듣고있었다. 광화문에서처럼 온갖 깃발이 휘날렸다. 문득 앞으로 어린이들은 다양한 깃발이 소리치는 세상에서 살겠구나싶어 마음 한구석에 불빛이 켜졌다. 어떤 미래는 벌써 와 있었다. - P251
"어린이 주려고 가져오셨을 텐데......" ‘애들‘이 아니라 ‘어린이‘라고 하셔서 좋았다. "어린이한테 관심 있는 어른한테도 드려요." 그러고는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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