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발을 맞추면 어느새 어제의 나도 내일의 나도사라진다. 어쩌면 그런 게 다시 태어나는 게 아닐까싶다. 어제 만난 나는 어제에 두고, 내일이 되어야만날 수 있는 나는 내일에 맡기고. 그렇게 오늘 다시태어난다. 오늘의 나로. 오늘 새로 태어난 나와 당신에게, 오늘 죽고 내일 다시태어날 나와 당신에게 시 한 편을 선물하고 싶다. - P96
카뮈는 이런 여행을 ‘우리의 마음속에 있던 일종의내면적 무대장치를 부숴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가면을쓰고 연기해야 할 무대(일상)를 잠시 떠나는 순간, 비로소 진짜 순수한 자신의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불안하고, 외롭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쁨을 갈구하는존재. 나는 그 바다 앞에서 내 안에 침잠해 있던 존재가표면 위로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 P101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기 전에 엄마와 나는 급하게 우동 한 그릇을 먹었다. 나는 사는 게 무서운 날, 뜨거운 국물에 얼굴을 박고 후루룩후루룩 면발을 삼키던 엄마의 얼굴과 새벽 시장의 칼바람과 피로에 누렇게뜬 상인들의 얼굴을 떠올린다. 그 서글픈 장면이 어째서내게 위로가 되는지 모르겠으나 살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이 누군가의 성공담보다 더 힘이 될 때가 있다. 삶은 그냥 애쓰는 것이고, 피로한 일이고, 그럼에도 살아볼 가치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을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나 역시 그들처럼 해볼 수 있을것 같다. - P112
그 방에서 버려졌던 마음이 다시 태어났다. 부서졌으나 아주 망가지지는 않겠다는 각오로, 상처 입었으나 병들어 죽지 않을 마음으로, 오래 가난하지 않을 희망으로,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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