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은 여전히 무거웠고 침낭 속에 누워 있으면 그곳이 어디든 세계의 끝인 것처럼 생각됐다. 그러나 나는 더이상 두렵지않았다. - P262
오히려 더 허무하고 무기력할까봐 두렵다. 그렇지만 이런 건어떨까. 믿음이 거세된 믿음, 무가치한 것을 쌓아 만든 견고한성벽. - P266
처음 한두 방울은 그냥 흘려보내세요. - P268
창작자의 다른 이름은 ‘미래를 가진 사람들‘이 아닐까. 망가질 대로 망가진 세상에 그럼에도 무언가를 보탠다는 건 엄청난낙관의 소산이자 미래 증명 행위다. 쓰는 사람으로서 나는 이곳을 떠난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계속되는 삶의자리. 그리하여 열리는 미래. - P273
예술작품을 접하는 것만으로는 아무 소용이 없다. 삶을 변화시키려는 적극적인 의지 없이는 책 혹은 영화는 그저 영혼 없는사물이자 배경에 그치고 만다. - P274
길을 걷다 우연히 무언가를 발견했을 때, 그것이 쓸모 있거나, 진귀하거나, 간직할 가치가 있거나, 그저 눈에 띄었을 때 인간은 그것을 줍는다. 또는 지금껏 지녀왔던 것을 어딘가에 흘렸다는 것을 알았을 때, 사방으로 애타게 찾아 헤맨 끝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주워올리는 경우도 있겠다. - P290
너는 그런 기적은 내게 허락되지 않았다고 고개를 저으며, 흰 물감으로 또 한번 얼굴을 뭉갤 것이다, 반드시 흰 물감이어야하는 이유를, 스스로에게 수없이 설명하고 설명할 것이다-시,「덧칠」 부분 - P303
좋은 구경을 하며 왜 우느냐는 가이드의 말에 ‘몰랐어요. 몰랐어요‘라는 말만 반복했다. 지금껏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시야가 펼쳐져 있었다. 중력의 영향력 아래로 돌아왔을 때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 P3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