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동물을 잘 그려요 엄마 아빠와 함께 신나게 그리기 1
레이 깁슨 지음, 신형건 옮김, 아만다 발로우 그림 / 보물창고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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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유치원과 초등저학년 아이에게 딱 좋은 책, 그림에 자신없는 엄마를 위해서도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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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1 17: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12-21 19:05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
 
도서관 길고양이 - 제8회 푸른문학상 동화집 미래의 고전 21
김현욱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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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008년 제 6회 푸른문학상 수상 단편집이었던 <조태백 탈출사건>을 읽고, '일곱 가지 단편 샐러드'라는 제목으로 리뷰를 썼었다. 2009년 푸른문학상 수상작은 읽지 못했고, 2010년 푸른문학상 수상작인 <도서관 길고양이>를 읽고 같은 제목의 리뷰를 써야 될 거 같았다. 오늘 무등산 아래 사찰음식전문점 수자타(부처님께 최초로 공양을 올린 처녀)에서 신선한 샐러드를 맘껏 먹었는데, 이 단편집도 신선하고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해마다 여러 출판사에서 '00문학상 수상작'이라는 광고와 더불어 나오는 새 책을 덥석 물었다가 실망한 적이 종종 있었는데, 이 동화집은 453편의 응모작 가운데 문장력, 서사 구성 능력과 같은 기본적인 자질은 물론이고 발상의 새로움, 형식의 독특함, 사건 전개의 흡인력, 캐릭터의 생명력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을 심사해서 뽑아낸 일곱 편이라는 심사평에 믿음이 갔다. 

첫 번째 <겨드랑이 속 날개>는 가슴을 찡하게 울렸다.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문제아로 찍힌 욱삼이가 쓴 아버지의 '가래 끓는 소리'는 날마다 가래소리를 들으며 무심했던 아버지에 대한 연민을 갖게 한다. 독백으로 표현되는 욱삼이의 속마음은 귀가 아닌 마음의 소리를 들을 줄 아이로 그려진다. 당연한 걸 노래하는 시, 좋은 시는 상상력이 뛰어나다는 걸 알게 하는 선생님의 가르침과 결 고운 아이들의 마음이 읽힌다.    

두 번째 <일곱 발, 열아홉 발>은 쓰레기통을 자기 동 가까이 놓지 않으려는 어른들의 이기심 때문에, 아이들까지 덩달아 학원 차를 자기 동 가까이 멈추게 하려는 해프닝을 벌인다. 양보와 타협을 모르는 어른들을 그대로 답습하는 아이들 때문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른과 아이의 문제를 나란히 놓아 비교되게 한 구성이 돋보였다. 

세 번째 표제작인 <도서관 길고양이>는 역시 표제작으로 뽑힐 만했다.^^ 책읽기를 싫어하는 다미와 도서관 사서인 엄마와의 신경전이 재밌게 그려졌다. 무조건 '책 읽어!' 윽박지르지 않고 언젠가는 책에 관심을 갖게 될 거라는 엄마의 믿음을 배신하지 않는다. 일주일 간 도서관에 엄마와 같이 출퇴근하게 된 다미는 살짝 열어둔 창문으로 누군가 들어왔었다는 걸 알고, 마치 탐정이 된 것처럼 범인 찾기에 몰두한다. 과연 고양이가 도서관에 몰래 들어와 청구번호 808.9ㅊ 의 '미르와 얼음 마녀'를 읽은 것일까? 추리형식으로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주제를 잘 드러낸 수작이다.  

네 번째 <대장이 되고 싶어>는 미소를 머금게 한 작품이다. 아이의 순수한 동심을 맛볼 수 있어 즐거웠다. 대장이 되고 싶은 오빠 종유와 공주놀이만 하고 싶은 지유가 마지막에 찾아낸 보물은 정말 공감 백배였다. 하하하~ 그 보물이 무언지 궁금하다고?ㅋㅋ  

다섯 번째 <엘리베이터 괴물>은 두려움과 공포심을 갖는 영민이의 마음을 알아주거나 공감해주지 않는 엄마가 내 모습은 아닌가 뜨끔했다. 아이의 감정에 먼저 공감해주지 않고 남들과 다르다고 왕따시키거나 행동 발달 장애아로 만들어 버리는 건 아닌가, 독자를 살짝 반성케 한다. 엘리베이터 타는 걸 무서워하는 영민이가 귀찮은 준호는 영민이의 도움을 받은 후, 영민이 감정에 공감해주며 엘리베이터 괴물을 물리치게 도와 준다. 어른이 개입하지 않고 아이들 스스로 해결해서 좋았다. 

여섯 번째 <슬픔을 대하는 자세>는 갑자기 세상을 뜬 아버지를 원망하고 미워하는 누나 정민이와, 그런다고 아버지가 돌아오는 것도 아니라며 제법 철들게 행동하는 동생 정우를 통해 제목 그대로 슬픔을 대하는 자세를 보여준다. 어린 동생이 더 어른스럽고 인생을 통달한 것 같아서 오히려 가슴이 짠하다.  

마지막 작품인 <하늘에 세수하고 싶어>는 편의점 미스 박 아줌마와 친구처럼 지내던 민주가, 그녀를 새엄마로 받아 들이기까지의 심리적 갈등을 그렸다. 재혼 가정에 흔히 생길 수 있는 문제를 '하늘에 세수하고 싶다'는 한 줄 시에 잘 버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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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톨이 - 제8회 푸른문학상 수상 청소년소설집 푸른도서관 39
김인해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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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8회 푸른문학상 수상작가의 청소년소설집인데, 단편의 매력을 잘 보여준 작품이라 두 번이나 읽었다.  새로운 작가상을 수상한 김인해의 <외톨이> 이주현의 <캐모마일 차 마실래?> 6회 푸른문학상을 수상한 <살리에르, 웃다>의 문부일 작가의 <한파주의보>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단편적인 소재를 길게 늘려 장편으로 만든 작품이 있는가 하면, 짧으면서 강한 인상을 주는 단편 수작을 만나기도 쉽지 않다. 대부분 장편 위주의 청소년문학상인데, 단편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푸른문학상을 높이 평가한다.   

단편의 최고 매력인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솜씨가 신인작가답지 않다. 유은실 작가의 <만국기 소년>을 보면서 감탄했던 단편의 매력이<외톨이>에도 넘치고 있어 후한 점수를 주게 된다.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전개와 극적인 순간의 속 마음을 수선떨지 않는 내면묘사로 잘 보여주었다. 작가들은 심리학이라도 공부한 걸까? 작품을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때가 종종 있다. 청소년기를 거처온 작가라고 해서 청소년들의 마음을 다 알지 못하겠지만, 이 책에 묘사된 주인공들의 심리는 잔잔히 흘러가는 물결처럼 자연스럽다.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어색한 설정과 억지스런 장면 없는 개연성이 돋보인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강물에 합류하듯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이 된다. 

표제작인<외톨이>는 그림을 잘 그리는 시욱이가 같은 반 재민이를 '너'라고 지칭하며 관찰자 시점에서 이야기를 끌어간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에서도 '너'라는 지칭으로 이야기를 끌어갔는데, <외톨이>의 '너'라는 지칭에는 재민이를 업수이 여기는 시욱이의 마음이 들어 있다. 학급 회장으로 선출된 재민이가 '학급회장을 맡을 만큼 책임감도 많지 않고, 더구나 제 시간을 뺏기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폼나게 사양하며 아우라를 형성했기에 아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반면 시욱이는 조용히 공책에 만화만 그려 '샤프'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평범한 아이였다. 그저 외톨이만 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시욱이는 재민이의 부름을 입어 무리에 끼었지만, 한 순간 재민이의 뜻을 거스려 외톨이로 전락한다. 닭살스런 문자까지 주고받던 관계에서 철저하게 무시당한 시욱이는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주먹을 날려 허세뿐인 재민이의 실체를 공개한다. 재민이의 아우라에 기죽어 있던 아이들은 시욱이를 따르며 자신들의 속내를 대리만족하려 든다. 걷잡을 수 없이 휘둘려진 시욱이는 자신의 뜻과 다르게 재민이를 응징하는 주먹이 되었을 뿐이다. 외톨이가 되고 싶지 않았던 자신이 재민이를 외톨이로 만들어버렸지만, 자기야말로 철저한 외톨이가 되었다는 처절할 깨달음만 안겨줬다. 재민이의 아픈 비밀을 폭로한 시욱이는 자신이 진짜 용기가 뭔지 모르는 비겁한 겁쟁이라는 자괴감에 빠진다. 어쩌면 우린 모두 진실을 밝히기보다 속내를 감추고 비겁하게 숨어버린 외톨이들이 아닐까... 

아이들은 내 주먹을 믿고 나중에는 무얼 요구할까? 갑자기 움켜쥔 내 주먹이 외톨이처럼 느껴졌다. 손톱 밑에 낀 빨간 너의 피가 나를 비웃는 듯했다.(31쪽)

중학교 2학년 때 촌에서 도시 학교로 전학했던 나는, 짧은 순간이지만 '외톨이'로 지낸 적이 있다. 작은 키로 맨 앞자리만 고수하던 내가, 전학생에게 부여된 68번으로 맨 뒤 빈자리에 앉아야 했던 기억은 아직도 마음이 시리다. 조용한 관찰자로 지내며 마음에 드는 아이를 발견해 친구가 되고 싶다고 쪽지를 보냈는데, 내가 보낸 쪽지 뒷면에 친구되기를 거절했던 그 아이의 메모는 참담한 아픔이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난 한참을 친구 사귀는게 힘들었고 마음을 숨기고 사는 아이로 지냈다. 그 후 치룬 첫 시험에서 새까만 촌닭이었던 내가 그 친구의 눈에도 들었는지 가까이 다가왔지만, 나는 친구가 되고 싶던 간절한 설레임은 일지 않았다. 그 애는 제법 공부 잘하는 똑똑한 아이였기에 나같은 촌닭이 친구되자고 해서 자존심이 상했을지도 모른다고, 이제는 그럴수 있겠다고 이해하지만 내게는 오랫동안 딱지가 지지않는 상처였다. 그 아이는 나와 다른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영화 '타짜'에서 '나 이대 출신이야!'라고 말했던 김혜수처럼 그녀는 이대출신으로 잘 살고 있는지 지금도 궁금하다. 


<캐모마일 차 마실래?>는 봉사시간을 채우기 위해 복지시설에 간 나(석이)와 왕재수(지연)의 갈등 구조다. 나는 왜 왕재수가 청소도 못하게 청소기를 빼앗고 걸레를 빼앗는지 알지 못한다. 그래도 생활지도 선생님 지시에 따라 화장실 청소도 하고, 시각장애 아저씨의 어깨를 주무르며 말동무도 해드린다. 첨예한 대립과 갈등은, 아이들의 연주회를 위해 부족한 악기(리코더, 탬버린)를 가져간 석이를 타박하면서도 거두는 것으로 해결된다. 연주회 자리에 함께 한 석이에게 지연은 캐모마일 차를 컵에 나눠주는 것으로 마음의 손을 내민다. 어쩔 수없이 억지춘양으로 하는 봉사활동의 문제점도 내비치고, 마음을 다친 지연이에게 인정받고 공감을 얻기까지 석이도 조금씩 여물어간다. 복지시설에서 지내는 사람들과 그들을 돕겠다고 나선 사람들 사이의 오해와 간극을 좁히려면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 지연이의 말은 봉사하는 사람을 움찔하게 만든다.     

소리가 잘 나는지 몰라. 다들 저런 쓰레기 갖다주고 생색내는 걸 보면 정말 웃겨. 우리가 무슨 거지인 줄 아나? 넌 청소도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봉사활동 확인시간 필요해서 하는 거잖아. 그깟 청소 내가 하면 되니까 다음부터 오지 마. 재수없어.(49쪽)

우리 막내도 올해는 2시간을 채우지 못했다. 작년에는 서둘러서 도서관이나 어린이집 봉사로 마무리 했는데... '남들 봉사활동 하러 다닐 때 뭐 했느냐고 화를 내는 엄마가 떠올랐다.'는 글을 보고, 나도 잔소리를 하려다가 그만 두고 대신 이 문장을 읽어줬다.^^ 


세번째 <한파주의보>는 한겨울에 얼어버린 수도관과 인간관계의 한파주의보가 해제되는 중의적 의미를 살려낸 수작이다. 2주 전에 아빠와 결혼한 새엄마 뽕미씨와 단둘이 있게 된 진오의 난감한 상황을 밀도있게 그려간다. 얼어버린 수도관을 녹이기 위해 뜨거운 물을 들이붓거나 가열하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인간관계도 급속하게 친해지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서로를 알아가며 소통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사춘기때 새엄마와 함께 지내는 게 괴로웠던 뽕미씨는, 자신이 진오의 새엄마가 되어서는 그런 아픔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배고픔을 겪어보고 새엄마와 힘들었던 성장기를 가진 뽕미씨는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다. 인간적인 소통과 공감으로 둘 사이의 한파주의보가 해제되는 순간,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공부는 열심히, 유흥은 틈틈히" 나봉미 여사의 멋진 어록은 청소년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한순간에 무장해제시킬 거 같다.^^  


청소년의 마음에 먼저 공감해주고, 그네들의 조용한 외침과 몸부림까지 들어주는 어른은 많지 않다. 부모와 자녀, 교사와 제자, 친구와 친구 사이의 소통부재는 결국 모두를 외톨이로 만들고 한파주의보로 얼어붙게 만든다. 외톨이가 된 사람과 사람 사이의 한파주의보를 해제시키는 힘은 따뜻한 캐모마일(꽃말-굴하지 않는 강인함, 고난 속의 강한 희망) 차를 나누는 것일지도... 이 단편집에 수록된 세 작품을 한 줄로 꿰면, 청소년들의 반항적 심리와 고민을 해결할 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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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12-21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수정 중인데, 저는 추천 눌러버렸네요. 아하하.
뒷부분이 좋아서 어쩔 수 없었어요. ^^

저두 학창시절에 외톨이인적 있었는데. 그런데 물어보면 다들
그럼 경험있대요. 아마, 누군가를 외톨이로 만든 적도 있고 제가 외톨이가 된 적도 있는데,
제 억울함만 기억나는걸까요?

순오기 2010-12-21 19:07   좋아요 0 | URL
으~ 수정중.ㅋㅋ
역시 책을 읽으며 감정이입이 돼야 좋은 책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을 갖고 있어요.^^
 
열네 살, 비밀과 거짓말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10
김진영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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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은 도벽을 소재로 비밀과 거짓말에 감춰진 '진실'에 대한 이야기다.
도벽은 단순한 절도가 아닌 '습관적으로 남의 물건을 훔치는 행위'로, 소질적인 것과 환경적인 요인으로 나뉘는데 책 속에 나오는 도벽은 두 가지 다 해당된다. 성장기에 부모님 몰래 용돈을 슬쩍했던 경험은 많이들 있지 않을까? 나 역시 어려운 살림을 꾸리는 엄마에게 손내밀기 죄송해서 엄마의 전대에서 슬쩍 했던 적이 있다. 이런 기억은 잊고 살다가 어느 날 불쑥 튀어 나오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이미 지난 일이라고 치부하기엔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겐 이런 가책을 갖지 않도록 슬쩍 할 기회를 주지 않으려고 생각하지만, 이미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런 경험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열네 살 장하리는 이름과 걸맞지 않게 장하지 않은 도둑질로 붙잡혀 망신도 당하고, 들킬까봐 마음을 졸이기도 한다. 우연히 누군가 화장실에 놓아 둔 음악시디를 보고, 좋아하는 친구에게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순간 잘못된 선택을 한다. 그걸 눈치 챈 같은 반 예주에게 꼼짝 못하고 그녀의 도벽에 동참한다. 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참담한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어정쩡한 나이 열네 살이 매순간 올바른 선택을 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든 결과는 순전히 자신이 감당해야 될 몫이다. 요즘 아이들은 남의 물건을 슬쩍하는 걸 '뽀린다'고 하면서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데, 이런 현상도 진지한 토론이 필요할 대목이다. 


하리의 도둑질도 비밀과 거짓말을 낳게 되지만, 하리를 괴롭히는 비밀과 거짓말은 엄마의 도벽이다. 열네 살 딸이 감당하기에는 벅찬 엄마의 도벽을 알고 있는데, 정작 엄마는 하리가 알고 있다는 걸 모른채 일하는 식당에서 계속 훔친다. 엄마의 도벽은 어디서 생겨났을까? 하리는 엄마의 고백을 듣기 전까진 이해할 수 없었고, 도둑의 딸이라는 사실만이 부끄럽고 괴롭다. 모녀의 비밀과 거짓말 속에 감춰진 '진실'이 드러나는 클라이막스는 가슴 아프다.

 

'자신의 행동을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내가 한 행동이 들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면 사람들은 그 순간 작은 비밀을 만든다. 그때는 양심이 발바닥을 빠져나와 땅속으로 들어가 버린 뒤다.'(72쪽)  


작가는 '범의귀'라는 꽃에 독자의 시선을 잡아 이야기를 펼쳐간다. 우리가 흔히 바위취로 아는 식물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것이다. 우리집 화단에도 한두 뿌리 심은 것이 지천으로 퍼져 5월이면 꽃대를 피워 올린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왜 '범의 귀'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알아채기 어럽다. ^^ 


   

두 개의 꽃잎만 기형적으로 큰 것인지 아니면 세 개의 꽃잎이 기형적으로 작은 것인지 볼수록 알 수 없다. 내가 도둑질을 하다가 엄마한테 들킨 건지, 아니면 엄마 때문에 도둑질을 하다가 들킨 건지. 희한한 꽃 범의귀. 이 꽃처럼 내 머리도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그럴수록 내 눈에는 범의 귀가 나를 향해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난 다 알고 있어. 어쨋든 넌 도둑질을 했어! 너에게 도둑의 피가 흐른다고.'(76쪽)  


따뜻한 사랑을 받은 기억이 없는 친절하지 못한 아버지, 생활전선에 서는 일이 벅차 딸에게 관심을 갖지 못하는 엄마는 하리에게 상처가 된다. 에픽하이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에 마음을 열었던 성민이의 이중성에 실망하고,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사람취급도 하지 않는 담임선생님께 분노하는 평범한 여학생이다. 자기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던 하리가 선생님의 부당한 편애를 당당하게 지적하는 건 청소년들이 공감과 카타르시스를 느낄 명장면이다.  

 
열네 살의 비밀과 거짓말을 풀어낼 출구가 필요했던 장하리는, 잘못을 고치려는 아빠 엄마의 노력으로 행복한 가족으로 자리 잡는다. 도벽이라는 가볍지 않은 소재로 진실을 깨닫고 진정한 자아찾기라는 울림을 준다.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인식하고 바꿔가면서 범의귀를 새롭게 발견하는 플롯은 돋보이지만, 지극히 모범적인 결말은 작가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큰 것은 아니었나 싶어 아쉬웠다.  

어른들은 우리 중학생을 보고 덜 자란 것 같아 불안해 보인다는 말을 많이 한다. 어쩌면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아직 우리가 다 자란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이전에 난 꽃잎이 두 개인 범의귀가 불안해 보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꽃의 꽃잎 크기가 모두 같아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범의귀 자체로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다.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문제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를 불안하게만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처럼.(153쪽) 

 
교육학자들은 "문제아는 없고 문제의 부모가 있을 뿐"이라고 말하는데, 나도 동감한다. 아이들을 보면 그 부모가 보이고, 반대로 부모를 보면 아이가 보인다. 가정교육은 말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하는 것을 본대로 배운대로 하기 때문이다. 장하리의 문제는 엄마의 문제였고, 결국 엄마의 상처가 치료되어야 하리의 상처도 낫는 것이었다. 자식에게 의도적으로 상처를 입히는 부모는 없겠지만, 무심히 한 말 하나 행동 하나에도 아이들은 상처받을 수 있는 약한 존재라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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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0-12-21 0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쉽지 않은 소재인걸요.
저도 한번 찾아 읽어보고 싶어요.

순오기 2010-12-21 19:08   좋아요 0 | URL
쉽지 않은 소재를 잘 엮어냈어요.
예~ 중학생 아드님과 같이 봐도 좋을 책이에요.

마녀고양이 2010-12-21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일단 범의 귀라는 꽃 너무 이쁜데요.
사막 여우 귀처럼 뽈록 나온 꽃잎 두개가 너무 독특하고 맘에 들어요. 혹시
제게 선물하실 일 있으시면, '범의 귀'로 부탁드려요... 큭큭. (농담이예요, 아시죠?)

습관적 도벽 말이예요, 그건 애정 결핍의 결과물일지도 모른대요.
부모의 무관심으로 인해 자기를 좀 바로 잡아달라는 무의식일 수도 있구요, 또는
부모에게 받지 못 한 것을 다른 것으로 충족하고 싶은, 그리고 자기 것을 되찾고 싶은 욕망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럴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고나니 도벽증 아이들이 안 됐더라구요. ㅠ

순오기 2010-12-21 19:10   좋아요 0 | URL
하하~ 우리집 화단에 지천으로 났는데, 가까이 살면 한뿌리 가져다 심어도 좋으련만...

아이들 도벽이나 기타 등등의 문제도 결국은 사랑받고 싶은 몸짓으로 이해하면 되겠지요.
 
짜장면 더 주세요! - 중국집 요리사 일과 사람 1
이혜란 글.그림 / 사계절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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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짜장면이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가끔은 이런 실없는 상상을 해본다. 우후~ ^^
짜장면 값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한다면, 우리나라에 짜장면이 없다는 상상만큼 끔찍한 일도 없을 것이다. 

주부들이 밥하기 싫을 때, 가장 만만한 음식이 짜장면이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손쉽게 불러주는 음식도 짜장면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급식을 하게 되면서 동네 짜장면집들은 울상을 지었다. 우리동네 짜장면집도 매출급락으로 문 닫은 곳이 서너 곳이나 된다. 그리고 아파트 앞 길가에서 부식 좌판을 벌인 아주머니도 있다. 급식으로 돈을 버는 납품업체도 있지만 어느 누군가에게는 가정 경제를 꾸리기 곤란할만큼 치명적이다. 이것도 일종의 나비효과가 아닐런지...

아이들이 좋아하는 짜장면, 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짜장면을 만드는 아저씨가, 일과 직업 시리즈 첫번째 주인공이다.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공존하는 세상이다. 귀하고 천한 직업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입과 비례하여 직업의 귀천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짜장면을 무지무지 좋아하는 아이가 이 다음에 짜장면을 만드는 사람이 되겠다 하면 그 부모는 좋다고 할까? 어쩌면 짜장면을 만드는 사람이 아닌 짜장면 집을 운영하는 사장이 되겠다 하면 좋다고 하지 않을까? 요즘은 요리사 혹은 셰프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졌지만, 서민 음식으로 등급이 매겨진 짜장면을 만드는 직업에 낮은 점수를 준다면, 우리 스스로 직업에 귀천을 그어놓고 있는 건 아닌가? 일과 사람 시리즈를 보면서 직업의 다양성을 생각해 보았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해주는 수많은 직업 때문에 오늘도 불편하지 않은 하루를 지냈음을 감사하며.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자장면'이라 써야 맞지만, 오랜 세월 우리 입에 붙은대로 '짜장면'이라 쓴 제목이 친근하다. 
중국집 주방장이라 부르는 짜장면 아저씨는 이혜란 작가의 아버지를 모델로 했다. 이 책을 쓰고 그린 이혜란은 바로 '신흥반점' 딸이었다. 그러니까 책 속의 강희는 작가 이혜란이고, 엄마 아빠 동생은 그의 가족이다. 신흥반점에서 짜장면과 함께 살아온 작가의 애정이 진하게 배어 있으니, 누가 이보다 더 짜장면 아저씨에 애정할 수 있겠는가?



'짜장면이 최고야!' 소리치고 싶은 어린이, '짜장면 없으면 난 못살아!' 투정하고 싶은 매니아들은 경건한 마음으로 짜장면의 세계로 풍덩 빠져보자. 무언가 가르쳐주고 싶은 사계절 정신이 배어있는 만화책이다.

표지를 들추면 짜장면에 들어가는 재료들이 짠~하고 펼쳐진다.
뒤에는 완성된 중국음식을 한가득 차려 놓아 꿀꺽~ 침을 삼키게 된다. 편집자의 센스가 돋보이는 장면이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풀어가기 전에 짜장양념을 만드는 리얼한 소리들이 압권이다.
그것도 글자 크기를 다르게 리듬감을 살려준 센스도 훌륭하고! "쓰읍!" 소리만 들어도 침이 꼴깍~ 넘어간다.ㅋㅋ 

 

다음엔 짜장면보다 훨씬 비싼 탕수육도 등장한다.^^
입가에 시커먼 짜장을 묻히고 탕수육에 열중하는 아이들~ 바로 우리 아이들 모습이 아니던가?ㅋㅋ
짜장면은 보통 때에도 먹을 수 있지만, 탕수육은 특별한 날에 추가하는 음식이다.
얼마 전 아버님과 큰형님집이 이사하던 날, 우린 짜장면과 탕수육을 대자로 시켜 포식했었다.^^





짜장면과 중국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 싱싱한 재료가 필수다. 새벽시장에서 장보는 아빠의 단골가게는, 신흥반점의 단골 손님이기도 하다. 아빠는 싱싱한 재료를 써야 음식 맛이 난다고, 척보면 맛있는 재료인지 아닌지 다 아는 진정한 달인이다. 싱싱한 채소, 살아 있는 해산물, 탱탱한 고기는 바로 중국음식점의 음식 맛을 결정하는 재료다.





주문이 들어오면 빨리 요리할 수 있도록, 직접 장봐온 재료들은 엄마와 같이 씻고 다듬어 알맞은 모양으로 썰고 다져 놓는다. 그리고 몇 가지는 배달을 시키기도 한다. 짜장면을 배달하기도 하지만, 그 짜장면을 만들 재료를 배달받기도 한다니 재밌다. 신흥반점 주방을 샅샅이 구경할 수 있는 리얼한 그림이다. 강희도 엄마 아빠를 도와 열심히 일하고, 동생은 아직 어려서 거들지는 못한다. 알고 보면 사실 그때가 좋은 것이다.ㅋㅋ 
 



두둥~ 20년 손맛, 강희 아빠의 짜장 양념 만들기! 세상에 이보다 더 맛있는 짜장은 없다!!

 

밀가루 반죽으로 국수 가락 뽑기의 진정한 달인 등극이다!
신흥반점 주인과 손님들은 따뜻한 인간미를 물씬 풍기고, 곳곳에 등장한 강희를 찾아보는 것도 이 책을 보는 재미다.^^
부모의 직업에 자부심을 갖는 아이가 점점 줄어드는 요즘, 아빠를 자랑스러워 하는 강희의 표정도 사랑스럽다.   




"뭐 먹고 싶어? 삼선볶음밥? 사천짜장? 난자완스? 깐쇼새우? 무엇이든 주문해. 우리 아빠가 다 만들어 줄거야."
아름도 어려운 중국음식을 자신있게 말하는 강희를, 아이들은 엄청 부러워했다. 우리 아빠도 짜장면 집 하면 좋겠다는 아이들도 있었을 듯.^^ 




중국음식은 3.3.3. 법칙이 적용된다. 신흥반점 짜장면도 3.3.3이다. 3분 국수 뽑고, 3분 요리하고, 3분 안에 배달 끝!
요리도 하고 배달도 하는 아빠는 오토바이 타고 3분 거리면 어디든 간다. 국수는 3분이 넘으면 불어서 맛이 없으니까, 3분 안에 배달해야 가장 맛나게 먹을 수 있단다. 신흥반점 아저씨 화이팅~~ ^^




짜장면을 배달시켜 먹은 사람들은 젓가락 껍질과 비닐 등 빈그릇에 쓰레기까지 얹어서 내놓는다.
빈그릇을 걷어 온 짜장면 집에선 산처럼 쌓인 그릇들을 반짝반짝 닦아내는 엄마는 설거지의 달인이다. 
자기 가족이 먹은 그릇만 설거지 하는 것도 싫을 때가 있는데, 짜장면집에서 설거지 하기 싫다고 미뤄둘 수도 없겠다.




드르렁 푸~ 드르렁 푸~ 푸푸 아빠의 별명은 누웠다 3초! 등만 닿으면 잠드는 고단한 아빠, 우리네 생활인의 모습이다.



인생의 주름이 모두 드러난 아빠의 손. ..... 가슴이 뜨겁게 뭉클하는 장면이다. 
이만하믄 잘 살았다,고 말하는 아름다운 아빠의 손!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이 손을 보면 저절로 알게 된다. 




짜장면집 아저씨의 고단한 하루가 끝나고, 들려주는 짜장면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이 책을 읽고, 아이들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왜 그 일을 하고 싶은지 직업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나눠보는 것도 좋겠다.

 

오로지 성적으로 한 줄 세우는 우리 교육현실에서 다양한 직업 세계를 제대로 가르쳐줄까?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처럼 다양한 직업이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가는데, 이런 책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어린이, 청소년, 부모 모두에게 유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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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0-12-21 0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만하믄 잘 살았다,고 말하는 아름다운 아빠의 손!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이 손을 보면 저절로 알게 된다.

뭉클해서 눈물 나려고 했어요~^^

참 좋다 싶었는데,사계절 '일과사람'시리즈군요.

순오기 2011-01-07 20:39   좋아요 0 | URL
그러죠~ 이 책 보면서 뭉클하는 감동으로 눈시울이 촉촉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