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더 주세요 - 중국집 요리사 일과 사람 1
이혜란 글.그림 / 사계절 / 201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약에 짜장면이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가끔은 이런 실없는 상상을 해본다. 우후~ ^^
짜장면 값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한다면, 우리나라에 짜장면이 없다는 상상만큼 끔찍한 일도 없을 것이다. 

주부들이 밥하기 싫을 때, 가장 만만한 음식이 짜장면이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손쉽게 불러주는 음식도 짜장면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급식을 하게 되면서 동네 짜장면집들은 울상을 지었다. 우리동네 짜장면집도 매출급락으로 문 닫은 곳이 서너 곳이나 된다. 그리고 아파트 앞 길가에서 부식 좌판을 벌인 아주머니도 있다. 급식으로 돈을 버는 납품업체도 있지만 어느 누군가에게는 가정 경제를 꾸리기 곤란할만큼 치명적이다. 이것도 일종의 나비효과가 아닐런지...

아이들이 좋아하는 짜장면, 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짜장면을 만드는 아저씨가, 일과 직업 시리즈 첫번째 주인공이다.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공존하는 세상이다. 귀하고 천한 직업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입과 비례하여 직업의 귀천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짜장면을 무지무지 좋아하는 아이가 이 다음에 짜장면을 만드는 사람이 되겠다 하면 그 부모는 좋다고 할까? 어쩌면 짜장면을 만드는 사람이 아닌 짜장면 집을 운영하는 사장이 되겠다 하면 좋다고 하지 않을까? 요즘은 요리사 혹은 셰프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졌지만, 서민 음식으로 등급이 매겨진 짜장면을 만드는 직업에 낮은 점수를 준다면, 우리 스스로 직업에 귀천을 그어놓고 있는 건 아닌가? 일과 사람 시리즈를 보면서 직업의 다양성을 생각해 보았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해주는 수많은 직업 때문에 오늘도 불편하지 않은 하루를 지냈음을 감사하며.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자장면'이라 써야 맞지만, 오랜 세월 우리 입에 붙은대로 '짜장면'이라 쓴 제목이 친근하다. 
중국집 주방장이라 부르는 짜장면 아저씨는 이혜란 작가의 아버지를 모델로 했다. 이 책을 쓰고 그린 이혜란은 바로 '신흥반점' 딸이었다. 그러니까 책 속의 강희는 작가 이혜란이고, 엄마 아빠 동생은 그의 가족이다. 신흥반점에서 짜장면과 함께 살아온 작가의 애정이 진하게 배어 있으니, 누가 이보다 더 짜장면 아저씨에 애정할 수 있겠는가?



'짜장면이 최고야!' 소리치고 싶은 어린이, '짜장면 없으면 난 못살아!' 투정하고 싶은 매니아들은 경건한 마음으로 짜장면의 세계로 풍덩 빠져보자. 무언가 가르쳐주고 싶은 사계절 정신이 배어있는 만화책이다.

표지를 들추면 짜장면에 들어가는 재료들이 짠~하고 펼쳐진다.
뒤에는 완성된 중국음식을 한가득 차려 놓아 꿀꺽~ 침을 삼키게 된다. 편집자의 센스가 돋보이는 장면이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풀어가기 전에 짜장양념을 만드는 리얼한 소리들이 압권이다.
그것도 글자 크기를 다르게 리듬감을 살려준 센스도 훌륭하고! "쓰읍!" 소리만 들어도 침이 꼴깍~ 넘어간다.ㅋㅋ 

 

다음엔 짜장면보다 훨씬 비싼 탕수육도 등장한다.^^
입가에 시커먼 짜장을 묻히고 탕수육에 열중하는 아이들~ 바로 우리 아이들 모습이 아니던가?ㅋㅋ
짜장면은 보통 때에도 먹을 수 있지만, 탕수육은 특별한 날에 추가하는 음식이다.
얼마 전 아버님과 큰형님집이 이사하던 날, 우린 짜장면과 탕수육을 대자로 시켜 포식했었다.^^





짜장면과 중국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 싱싱한 재료가 필수다. 새벽시장에서 장보는 아빠의 단골가게는, 신흥반점의 단골 손님이기도 하다. 아빠는 싱싱한 재료를 써야 음식 맛이 난다고, 척보면 맛있는 재료인지 아닌지 다 아는 진정한 달인이다. 싱싱한 채소, 살아 있는 해산물, 탱탱한 고기는 바로 중국음식점의 음식 맛을 결정하는 재료다.





주문이 들어오면 빨리 요리할 수 있도록, 직접 장봐온 재료들은 엄마와 같이 씻고 다듬어 알맞은 모양으로 썰고 다져 놓는다. 그리고 몇 가지는 배달을 시키기도 한다. 짜장면을 배달하기도 하지만, 그 짜장면을 만들 재료를 배달받기도 한다니 재밌다. 신흥반점 주방을 샅샅이 구경할 수 있는 리얼한 그림이다. 강희도 엄마 아빠를 도와 열심히 일하고, 동생은 아직 어려서 거들지는 못한다. 알고 보면 사실 그때가 좋은 것이다.ㅋㅋ 
 



두둥~ 20년 손맛, 강희 아빠의 짜장 양념 만들기! 세상에 이보다 더 맛있는 짜장은 없다!!

 

밀가루 반죽으로 국수 가락 뽑기의 진정한 달인 등극이다!
신흥반점 주인과 손님들은 따뜻한 인간미를 물씬 풍기고, 곳곳에 등장한 강희를 찾아보는 것도 이 책을 보는 재미다.^^
부모의 직업에 자부심을 갖는 아이가 점점 줄어드는 요즘, 아빠를 자랑스러워 하는 강희의 표정도 사랑스럽다.   




"뭐 먹고 싶어? 삼선볶음밥? 사천짜장? 난자완스? 깐쇼새우? 무엇이든 주문해. 우리 아빠가 다 만들어 줄거야."
아름도 어려운 중국음식을 자신있게 말하는 강희를, 아이들은 엄청 부러워했다. 우리 아빠도 짜장면 집 하면 좋겠다는 아이들도 있었을 듯.^^ 




중국음식은 3.3.3. 법칙이 적용된다. 신흥반점 짜장면도 3.3.3이다. 3분 국수 뽑고, 3분 요리하고, 3분 안에 배달 끝!
요리도 하고 배달도 하는 아빠는 오토바이 타고 3분 거리면 어디든 간다. 국수는 3분이 넘으면 불어서 맛이 없으니까, 3분 안에 배달해야 가장 맛나게 먹을 수 있단다. 신흥반점 아저씨 화이팅~~ ^^




짜장면을 배달시켜 먹은 사람들은 젓가락 껍질과 비닐 등 빈그릇에 쓰레기까지 얹어서 내놓는다.
빈그릇을 걷어 온 짜장면 집에선 산처럼 쌓인 그릇들을 반짝반짝 닦아내는 엄마는 설거지의 달인이다. 
자기 가족이 먹은 그릇만 설거지 하는 것도 싫을 때가 있는데, 짜장면집에서 설거지 하기 싫다고 미뤄둘 수도 없겠다.




드르렁 푸~ 드르렁 푸~ 푸푸 아빠의 별명은 누웠다 3초! 등만 닿으면 잠드는 고단한 아빠, 우리네 생활인의 모습이다.



인생의 주름이 모두 드러난 아빠의 손. ..... 가슴이 뜨겁게 뭉클하는 장면이다. 
이만하믄 잘 살았다,고 말하는 아름다운 아빠의 손!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이 손을 보면 저절로 알게 된다. 




짜장면집 아저씨의 고단한 하루가 끝나고, 들려주는 짜장면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이 책을 읽고, 아이들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왜 그 일을 하고 싶은지 직업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나눠보는 것도 좋겠다.

 

오로지 성적으로 한 줄 세우는 우리 교육현실에서 다양한 직업 세계를 제대로 가르쳐줄까?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처럼 다양한 직업이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가는데, 이런 책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어린이, 청소년, 부모 모두에게 유익한 책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양철나무꾼 2010-12-21 0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만하믄 잘 살았다,고 말하는 아름다운 아빠의 손!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이 손을 보면 저절로 알게 된다.

뭉클해서 눈물 나려고 했어요~^^

참 좋다 싶었는데,사계절 '일과사람'시리즈군요.

순오기 2011-01-07 20:39   좋아요 0 | URL
그러죠~ 이 책 보면서 뭉클하는 감동으로 눈시울이 촉촉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