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 - 제8회 푸른문학상 수상 청소년소설집 푸른도서관 39
김인해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제8회 푸른문학상 수상작가의 청소년소설집인데, 단편의 매력을 잘 보여준 작품이라 두 번이나 읽었다.  새로운 작가상을 수상한 김인해의 <외톨이> 이주현의 <캐모마일 차 마실래?> 6회 푸른문학상을 수상한 <살리에르, 웃다>의 문부일 작가의 <한파주의보>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단편적인 소재를 길게 늘려 장편으로 만든 작품이 있는가 하면, 짧으면서 강한 인상을 주는 단편 수작을 만나기도 쉽지 않다. 대부분 장편 위주의 청소년문학상인데, 단편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푸른문학상을 높이 평가한다.   

단편의 최고 매력인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솜씨가 신인작가답지 않다. 유은실 작가의 <만국기 소년>을 보면서 감탄했던 단편의 매력이<외톨이>에도 넘치고 있어 후한 점수를 주게 된다.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전개와 극적인 순간의 속 마음을 수선떨지 않는 내면묘사로 잘 보여주었다. 작가들은 심리학이라도 공부한 걸까? 작품을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때가 종종 있다. 청소년기를 거처온 작가라고 해서 청소년들의 마음을 다 알지 못하겠지만, 이 책에 묘사된 주인공들의 심리는 잔잔히 흘러가는 물결처럼 자연스럽다.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어색한 설정과 억지스런 장면 없는 개연성이 돋보인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강물에 합류하듯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이 된다. 

표제작인<외톨이>는 그림을 잘 그리는 시욱이가 같은 반 재민이를 '너'라고 지칭하며 관찰자 시점에서 이야기를 끌어간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에서도 '너'라는 지칭으로 이야기를 끌어갔는데, <외톨이>의 '너'라는 지칭에는 재민이를 업수이 여기는 시욱이의 마음이 들어 있다. 학급 회장으로 선출된 재민이가 '학급회장을 맡을 만큼 책임감도 많지 않고, 더구나 제 시간을 뺏기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폼나게 사양하며 아우라를 형성했기에 아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반면 시욱이는 조용히 공책에 만화만 그려 '샤프'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평범한 아이였다. 그저 외톨이만 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시욱이는 재민이의 부름을 입어 무리에 끼었지만, 한 순간 재민이의 뜻을 거스려 외톨이로 전락한다. 닭살스런 문자까지 주고받던 관계에서 철저하게 무시당한 시욱이는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주먹을 날려 허세뿐인 재민이의 실체를 공개한다. 재민이의 아우라에 기죽어 있던 아이들은 시욱이를 따르며 자신들의 속내를 대리만족하려 든다. 걷잡을 수 없이 휘둘려진 시욱이는 자신의 뜻과 다르게 재민이를 응징하는 주먹이 되었을 뿐이다. 외톨이가 되고 싶지 않았던 자신이 재민이를 외톨이로 만들어버렸지만, 자기야말로 철저한 외톨이가 되었다는 처절할 깨달음만 안겨줬다. 재민이의 아픈 비밀을 폭로한 시욱이는 자신이 진짜 용기가 뭔지 모르는 비겁한 겁쟁이라는 자괴감에 빠진다. 어쩌면 우린 모두 진실을 밝히기보다 속내를 감추고 비겁하게 숨어버린 외톨이들이 아닐까... 

아이들은 내 주먹을 믿고 나중에는 무얼 요구할까? 갑자기 움켜쥔 내 주먹이 외톨이처럼 느껴졌다. 손톱 밑에 낀 빨간 너의 피가 나를 비웃는 듯했다.(31쪽)

중학교 2학년 때 촌에서 도시 학교로 전학했던 나는, 짧은 순간이지만 '외톨이'로 지낸 적이 있다. 작은 키로 맨 앞자리만 고수하던 내가, 전학생에게 부여된 68번으로 맨 뒤 빈자리에 앉아야 했던 기억은 아직도 마음이 시리다. 조용한 관찰자로 지내며 마음에 드는 아이를 발견해 친구가 되고 싶다고 쪽지를 보냈는데, 내가 보낸 쪽지 뒷면에 친구되기를 거절했던 그 아이의 메모는 참담한 아픔이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난 한참을 친구 사귀는게 힘들었고 마음을 숨기고 사는 아이로 지냈다. 그 후 치룬 첫 시험에서 새까만 촌닭이었던 내가 그 친구의 눈에도 들었는지 가까이 다가왔지만, 나는 친구가 되고 싶던 간절한 설레임은 일지 않았다. 그 애는 제법 공부 잘하는 똑똑한 아이였기에 나같은 촌닭이 친구되자고 해서 자존심이 상했을지도 모른다고, 이제는 그럴수 있겠다고 이해하지만 내게는 오랫동안 딱지가 지지않는 상처였다. 그 아이는 나와 다른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영화 '타짜'에서 '나 이대 출신이야!'라고 말했던 김혜수처럼 그녀는 이대출신으로 잘 살고 있는지 지금도 궁금하다. 


<캐모마일 차 마실래?>는 봉사시간을 채우기 위해 복지시설에 간 나(석이)와 왕재수(지연)의 갈등 구조다. 나는 왜 왕재수가 청소도 못하게 청소기를 빼앗고 걸레를 빼앗는지 알지 못한다. 그래도 생활지도 선생님 지시에 따라 화장실 청소도 하고, 시각장애 아저씨의 어깨를 주무르며 말동무도 해드린다. 첨예한 대립과 갈등은, 아이들의 연주회를 위해 부족한 악기(리코더, 탬버린)를 가져간 석이를 타박하면서도 거두는 것으로 해결된다. 연주회 자리에 함께 한 석이에게 지연은 캐모마일 차를 컵에 나눠주는 것으로 마음의 손을 내민다. 어쩔 수없이 억지춘양으로 하는 봉사활동의 문제점도 내비치고, 마음을 다친 지연이에게 인정받고 공감을 얻기까지 석이도 조금씩 여물어간다. 복지시설에서 지내는 사람들과 그들을 돕겠다고 나선 사람들 사이의 오해와 간극을 좁히려면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 지연이의 말은 봉사하는 사람을 움찔하게 만든다.     

소리가 잘 나는지 몰라. 다들 저런 쓰레기 갖다주고 생색내는 걸 보면 정말 웃겨. 우리가 무슨 거지인 줄 아나? 넌 청소도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봉사활동 확인시간 필요해서 하는 거잖아. 그깟 청소 내가 하면 되니까 다음부터 오지 마. 재수없어.(49쪽)

우리 막내도 올해는 2시간을 채우지 못했다. 작년에는 서둘러서 도서관이나 어린이집 봉사로 마무리 했는데... '남들 봉사활동 하러 다닐 때 뭐 했느냐고 화를 내는 엄마가 떠올랐다.'는 글을 보고, 나도 잔소리를 하려다가 그만 두고 대신 이 문장을 읽어줬다.^^ 


세번째 <한파주의보>는 한겨울에 얼어버린 수도관과 인간관계의 한파주의보가 해제되는 중의적 의미를 살려낸 수작이다. 2주 전에 아빠와 결혼한 새엄마 뽕미씨와 단둘이 있게 된 진오의 난감한 상황을 밀도있게 그려간다. 얼어버린 수도관을 녹이기 위해 뜨거운 물을 들이붓거나 가열하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인간관계도 급속하게 친해지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서로를 알아가며 소통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사춘기때 새엄마와 함께 지내는 게 괴로웠던 뽕미씨는, 자신이 진오의 새엄마가 되어서는 그런 아픔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배고픔을 겪어보고 새엄마와 힘들었던 성장기를 가진 뽕미씨는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다. 인간적인 소통과 공감으로 둘 사이의 한파주의보가 해제되는 순간,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공부는 열심히, 유흥은 틈틈히" 나봉미 여사의 멋진 어록은 청소년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한순간에 무장해제시킬 거 같다.^^  


청소년의 마음에 먼저 공감해주고, 그네들의 조용한 외침과 몸부림까지 들어주는 어른은 많지 않다. 부모와 자녀, 교사와 제자, 친구와 친구 사이의 소통부재는 결국 모두를 외톨이로 만들고 한파주의보로 얼어붙게 만든다. 외톨이가 된 사람과 사람 사이의 한파주의보를 해제시키는 힘은 따뜻한 캐모마일(꽃말-굴하지 않는 강인함, 고난 속의 강한 희망) 차를 나누는 것일지도... 이 단편집에 수록된 세 작품을 한 줄로 꿰면, 청소년들의 반항적 심리와 고민을 해결할 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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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12-21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수정 중인데, 저는 추천 눌러버렸네요. 아하하.
뒷부분이 좋아서 어쩔 수 없었어요. ^^

저두 학창시절에 외톨이인적 있었는데. 그런데 물어보면 다들
그럼 경험있대요. 아마, 누군가를 외톨이로 만든 적도 있고 제가 외톨이가 된 적도 있는데,
제 억울함만 기억나는걸까요?

순오기 2010-12-21 19:07   좋아요 0 | URL
으~ 수정중.ㅋㅋ
역시 책을 읽으며 감정이입이 돼야 좋은 책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을 갖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