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외우는 시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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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아 풀아 애기똥풀아 - 식물편, 생태 동시 그림책 ㅣ 푸른책들 동시그림책 3
정지용 외 지음, 신형건 엮음, 양상용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우리의 산자락과 들판에 핀 풀꽃을 어쩜 이리도 정감 있게 그려냈는지요. 버들강아지와 개구리, 제비꽃과 호랑나비, 민들레와 병아리, 할미꽃과 제비...... 한 장면 한 장면 풀꽃과 짝을 맞춘 것들을 숨은 그림 찾듯이 찾아보는 맛도 좋아요. 풀꽃시의 향기를 한껏 살려주는 그림을 보고 또 보며 그리신 양상용님께 감사하며 넙죽~ 절합니다.
엄마가 씌워 준 털모자를 쓰고 쏘옥쏘옥 얼굴 내민 버들강아지.
겨우내 들이 꾼 꿈 중에서 가장 예쁜 꿈 제비꽃.
"나도 어린시절이 있었단다" 읊조리는 할머니의 할미꽃.
이슬이 내려와 같이 자고, 햇빛이 입 맞추고 간 해바라기.
너도 엄마한테 혼났어 그래도 집에 가렴 꽃다지야.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 오래오래 서 있는 개망초꽃.
다닥다닥 밥풀을 달고 선 놀부네 밥주걱 꽃며느리밥풀.
작은 바람에도 가만 있지 못하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강아지풀.
지나가는 사람들에 화살 한 촉씩 쏘아대는 도깨비바늘.
철늦은 호박꽃에도 -이제 피면 어쩌지 언제 호박 열리게-
편편마다 스며 든 시인의 눈길이 어쩜 그리 곱고 예쁜지, 흔하디흔한 꽃에 애정의 눈길로 잡아낸 한 절 한 절에 감동이 밀려오네요. 같은 풀꽃을 아무 느낌 없이 바라봤던 나의 눈길이 부끄럽기도 하고요. 방학이면 탐구학습으로 집 뒤의 공원에서 자라는 식물과 나무 사진을 찍으며 학습의 장으로만 활용했지, 이런 감성을 키워주지 못한 엄마의 짧은 안목도 부끄럽게 하는군요.
아~~ 이렇게 다른 시선이 있기에 시인이 되고, 화가가 되겠지요! 그저 감탄하며 감동할 뿐이에요. 담장 밑 강아지풀과 사방으로 달음박질하는 아이들 그림이 어찌나 실감나는지...... 도깨비바늘을 떼어내는 아이들도, 내 유년기의 한 장면을 옮겨 놓으셨네요!
초등학교 교과서 1-2 읽기 '강아지 똥'에 나온 민들레꽃과 2-2 읽기에 애기똥풀과 강아지풀, 3-2 읽기에도 '소나기를 이긴 강아지풀'이 나오네요. 5-2 읽기 '풀꽃아기'에 강아지풀이, 사진으로는 개망초와 토끼풀, 민들레꽃이 나오지만, 아이들이 교과서에서 접하는 풀꽃도 사실 많지 않아요.
이런 생태동시집으로 풀냄새 물씬 나는 시와 그림을 보면, 시까지 외우고 풀꽃을 아는데 좋은 길잡이가 될 것 같아요. 물론 본문의 해설과 뒤쪽에 '더 알고 싶어요'가 있으니 확실한 풀꽃 공부도 할 수 있어 좋아요.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차례에만 시인의 이름이 있고 본문에는 시인의 이름이 없어서, 이렇게 멋지게 표현한 시인이 누구인지 다시 차례를 넘겨봐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네요. 자꾸 차례를 들춰보다가, 제 책에는 연필로 시인의 이름을 써 놓았어요. 시인을 알고 읽으니,
'그래 그분이라면 이렇게 쓸 수 있을 거야~ '라는 감동이 더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