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인근 중학교에서 백화현 샘 강연회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다른 일정을 접고 참석했다.
<책으로 크는 아이들>을 읽고 가정독서운동의 좋은 모델이라 생각했다.
2000년부터 아이들 학교독서회와 마을독서회 활동을 하고 있어 공감하고 도움도 되었다.
특히 가정독서모임 아이들과 함께 하는 문학기행은 내가 꿈꾸는 활동이라 더욱 반가웠다.
80년대에 교회에서 고등학생들과 시작한 독서모임이 내 생애 첫독서회였다.
그때도 가르치는 입장이 아니고 같이 배우고 생각을 나누는 소수정예의 모임으로 나름 애정을 갖고 참여하는 아이들이 이뻤다. 30년도 훌쩍 지난 지금... 그들도 같이 나이를 먹었으니 지천명을 바라볼 텐데,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때 함께 읽고 토론했던 책을 기억은 하고 있을까? '
아무것도 모르면서 무작정 독서모임을 시작해 애들러의 <어떻게 책을 읽을 것인가?>로 책읽기에 대한 공부를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지금도 갖고 있는 그 오래된 책...
1984. 8. 9. 木. 대한서림이라고 적혀 있다. 동인천역 앞에 있는 단골서점이었는데...^^
밤 7시가 조금 넘어 시작된 백화현 샘의 열정적인 강의는 기본 3시간은 해야 된다는데
돌아가는 KTX 시간 때문에 9시엔 끝내야 한다고 했지만, 15분이 지나 마무리하고 급히 나가셨다.
사인을 받고 싶었던 나도 살그머니 빠져나와 잠간 인사를 나누고 사인을 받았다.
공부를 잘했던 엄마아빠에게서 어떻게 저토록 공부를 못하는 아이가 태어날 수 있는가?
큰아들을 키우며 도서히 인정할 수 없었던... 그래서 아이를 다그치고 몰아세웠던 그많은 일들에 아이는 하얗게 질리고 주눅들어 자존감이라곤 없는 아이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지금도 눈물을 찍어냈다. 남의 이야기일 때는 쿨하게 인정할 수 있지만, 내 자녀 문제가 되면 결코 객관적일 수 없는 부모마음을 왜 모르겠는가?
두번도 생각지 않고 바로 공부가 싫다는 아이를 위해 중학교까지는 마쳐다오, 당부를 하고 독서모임을 시작했다고 한다.
아이는 수학의 세계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상상과 동화속에 머물며 시를 짓고 글쓰기를 좋아했고.... 나중엔 스스로 대학에 가고 싶어 공부를 했고 00대학교 문예창착과를 졸업했다고 한다.
좋은 대학에 가는 걸 목표로 휘몰아가는 가정과 학교와 사회의 잘못으로 아이들은 공부가 즐겁지도 학교생활이 행복하지도 않다. 앞으로 100세가 넘도록 살게 될 아이들은 직업도 몇 번은 바꿔야 하고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할 평생학습 시대를 살게 된다. 그러자면 배우는 걸 좋아하고 배움의 기쁨을 알아야 행복한 에너지가 넘치게 된다고... 열정에 차서 말씀하셨다.
배움이나 독서의 기쁨은 자신이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일, 좋아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는 나침반이 될 거라고 하셨다. 도란도란 책모임은 지식과 정보가 목적이 아니고, 정서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책과 친구가 될 수 있도록 자기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스스로 이끌어간다고 하셨다. 단지 울타리교사로 출석을 확인하고 간식을 챙겨주며 아이들이 주체가 되는 독서모임으로, 책과 친구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스스로 배움의 즐거움을 깨닫게 된다고 했다.
<도란도란 책모임>은 학교에서 책모임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했던 사례를 소개한다.
독서모임을 꿈꾸는 교사나 부모들이 읽고 아이들을 바르게 키워갈 독서운동에 동참하면 좋겠다.
선생님은 독서운동을 더 잘하기 위해서 내년엔 학교도 그만두고 뛰어들 예정이라고 하셨다.
강연장 입구 벽에 붙은 학생들의 합동작품이 멋지고, 솜씨가 놀라워 몇 장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