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1일, 아들에게 손편지가 왔다,

우와~ 완전 감동이다.

역시 남편보다 애인이 낫다는 게 증명됐다.^^

울남편, 결혼 전 내가 보낸 세번의 편지에 답장 같은 거 안했는데

아들은 엄마의 세번째 연애편지를 받고 13일 밤 답장을 썼으니, 어쨋든 남편보다 애인이 낫다는 거지.ㅋㅋ

 

편지 쓰는 거 별로 안 좋아한다면서 엄마, 아빠, 누나와 동생에게 3통이나 썼다.

비록 인터넷 편지는 엄마 혼자 열심히 쓰고 있지만,

엄마한테만 보내지 않고 가족을 다 챙긴 걸 보면 우리 아들이 뭘 좀 안다.

이런 걸 보면 제법 철이 들었고, 인정도 있고 사람노릇을 아는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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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보낸 편지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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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받는 게 고되긴 하지만, 하나하나 매일매일 해나갈 때마다 굉장히 보람차고 뿌듯해. 그래서 매일 훈련일지, 즉 일기 쓰고 있어. 그날그날 있던 일, 했던 훈련 다 쓰고 있지. 사실 편지 쓰는 거 별로 안 좋아해. 그냥 만나서 얘기하는 게 더 좋지. 하지만 엄마가 인터넷 편지 써주는 게 너무 반갑고, 고마워서 편지를 쓰게 됐어. 남은 훈현도 잘 끝내고, 다음에 또 편지 쓸게. 보고 싶습니다.   2013. 6. 13.  000

 

아빠에게 보낸 편지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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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화생방 체험을 했는데, 정말 독하더라. 끝이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면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아. 육군,해군보다 가스탄을 더 터트린다고 하더라고. 공기의 소중함을 배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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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나 헌병이었어.ㅜㅜ. 지정특기라고 들어올 때 특기가 정해진 건데, 내가 신청서 쓸 때 헌병 특기 체크한 것 같아. 이왕 된 거 그냥 열심히 해볼게. 안 다치고 재주껏 살아서 돌아갈게. 하하하

 

누나와 동생에게 쓴 편지에는~

안녕, 사회에 편안히 살고 있는 자들이여, 나는 입대 3차, 훈련 2주차 목요일 저녁에 편지를 쓴다네. 여긴 정말 군대라는 게 느껴진다. 일단 개인행동이 없다. 밥 먹을 때나 훈련 받을 때 발 맞춰, 구호나 군가 부르며 목적지에 가야 하고, 비타민 C로 간간히 버티고 있다. K-2 소총 들고 다니면 무겁다. 사회의 음식이 그립다. 치킨, 피자, 시원한 아주 시원한 음료수가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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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편지 좀 써 줘,한번만. 가능하면 친구들한테고 부탁하고, 친구, 후배, 모조리, 2년 뒤면 지금 고등학생들 대학생 된다. 여기 오니까 편지 많이 받고 싶다. 으아~ 00이는 공부 열심히 해라. 아무리 생각해봐도 공부가 짱짱맨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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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지나서 또 쓰고 있거든, 저녁 먹고 지금 금요일임. 저녁에 아이스크림 나왔음. 헤헷. 처음임. 기분 개좋음. 와~나왔음.ㅋㅋ 아무튼 여자로 태어난 걸 고맙게 여기길 바란다.

 

 

덧붙임, 친정엄마 생신으로 인천갑니다~~ 일욜 심야 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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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3-06-22 0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이렇게 받는 대상을 고려한 섬세한 내용 구성과 단어선택이라니요~~~~
아침부터 하핫! 즐겁게 웃습니다.
땡볕아래서의 훈련이 즐겁지만은 않을텐데, 너무 장하고 멋집니다.

오늘의 명문장:

아무튼 여자로 태어난 걸 고맙게 여기길 바란다. ㅋㅎㅎㅎㅎ
아멘~~~

순오기 2013-06-25 02:54   좋아요 0 | URL
오빠의 손편지에 감동받았는지 토욜에 집에 온 막내가 오빠한테 인터넷 편지를 보내고 들어갔네요.
엄마는 인천에 있어 지휘감독할 수 없었는데 말이죠.ㅋㅋ
여자로 태어난 걸 고맙게 여기며 살아요, 우리!^^

프레이야 2013-06-22 0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다감하고 유머러스한 최효종군ㅎㅎ
아이스크림도 나오는군요.
여자로 태어난 걸 고마워하라는 말에 빵~~~~~터져요.

순오기 2013-06-25 02:55   좋아요 0 | URL
아이스크림에 감동해 '처음임, 개좋음' 등등~ 느김이 생생합니다.ㅋㅋ
우리는 모두 고마워해야 하는 여자들이에요. ^^

숲노래 2013-06-22 0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는 많이 달라졌겠지만,
군인들은 '즐거움'이
텔레비전 보기,
축구 하기,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
'과자 담긴 소포(편지)' 받기랍니다..

훈련소에서는 '과자 담긴 소포'를 받을 수 없으니,
자대 배치를 받고 나서
한 주에 한 번씩 '아주 조금씩'이라도 보내 주면
되게 좋아하지요

..

저는 '과자 소포'를 한 번도 받은 적 없지만,
둘레에서 '과자 소포' 받는 녀석들은
'아무래도 뇌물 같은' 먹을거리가 있기 때문에
고참들한테 귀여움을 좀 받더군요

순오기 2013-06-25 02:56   좋아요 0 | URL
과자 담은 소포~ 잊지 않고 자대 배치 받으면 보내줄게요.^^
좋은 걸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소나무집 2013-06-22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드님 편지 읽다 보니 미소가 슬그머니~~

순오기 2013-06-25 02:56   좋아요 0 | URL
지우의 미래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