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살자> 두 번 읽어도 좋을 책이다.
우리 막내가 미국 아이비리그 8개 대학을 둘러보는 행운을 잡았다고 자랑질한 페이퍼에 건조기후님이 추천해준 책이다. 당장 구입해서 한 꼭지씩 꼭꼭 씹어 읽었는데 너무 좋아서 다시 읽고 있다.


저자 송호창씨는 어린시절, 한쪽 다리가 없었던 할머니의 남은 다리 하나를 베고 누워 들었던 수많은 이야기는 기억하지 못해도, 이야기를 들려주시던 할머니의 모습과 냄새와 온기를 기억한다. 할머니 치마폭의 정서를 간직한 저자의 글에서도 아름답고 따뜻한 기운이 느껴져 좋다. 섬세하고 감성적인 저자의 웃는 모습도 좋고...

 

시민운동가 10년, 인권변호사 10년,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대변인을 거쳐 현재 19대 국회의원이 된 저자가, 2010년 코넬대학교 방문연구원으로 건너가 보고 겪고 들은 2년의 시간을 모아 놓은 책이다. 부인은 공부하고 자신은 전업주부로 지냈다는 것도 참 맘에 들었다.^^

 

저자는 가래떡의 허리를 뚝 자르듯 삶의 중반에 떠난 이타카에서의 생활은 많은 걸 바꿔놓았다고 말한다. 이타카는 미국 뉴욕주 '율리시스 타운'에 소속된 도시 중 하나였는데, 율리시스(오디세우스의 라틴어 이름)에 속한 동네니까 그의 고향인 '이타카'도 있어야 한다는 농담같은 이야기에서 이타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이타카 근처에는 '호머'라는 도시도 있어, 그리스의 '오디세이아'와 오디세우스의 고향 섬, 작가의 이름까지 모두 뉴욕에 옮겨왔단다.^^

 

매일 아침 정겨운 새소리에 눈을 뜨면 행복감에 슬며시 미소를 짓게 하는 아름다운 경관이 먼저 눈길을 끌었고, 그런 자연에 익숙해지고 내 자신이 풍경화 속의 일부가 되기 시작하면서 이 도시보다 더 아름다운 이타카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23쪽)

 

이 책은 <같이 살자>는 제목 아래 'pm 4:00 여기는 이타카'라는 소제목이 붙어 있다.

저자가 보낸 이타카에서의 2년, 오후 4시면 그가 마당에 빨래를 널어 햇살과 바람에 마를 동안 차 한잔을 즐기던 시간일지도 모른다. 예전에 우리집 2층에 살던 할머니가 마당에 널린 빨래를 보면서 "박속처럼 뽀얗게 해서 널었네"라고 하시면 뿌듯함이 넘실거렸는데, 이 책에도 그런 얘기가 나온다. '햐~ 이 사람, 빨래의 미학을 아는 남자구나' 싶어 더 호감이 갔다.^^

 

아직 따가운 햇볕에 살랑하고 부는 바람이 더욱 반갑다. 가볍게 흔들리는 옷가지들은 이제 가서 차라도 한잔 하라고 손 흔드는 것 같다. 뽀얗게 변한 속옷이 눈부시다. 하얀 빨래들이 햇살에 부서지는 모습에 가슴 한가득 포만감이 차올랐다.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46쪽)

 

송호창이란 이 남자 개인의 매력도 매력이지만, 이타카 사람들의 생각과 삶도 마음에 들었다. 어쩌면 우리가 꿈꾸는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타카 사람들은 이미 생활속에 실천하는구나 싶어 여러번 감탄을 했다. 특히 알라딘의 반대로 '도서정가제' 문제가 시끄러운 중에 읽었던 이타카 버펄로 서점의 사례는 머릿 속이 다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버펄로 서점은 이타카 대중의 교육수준은 물론이고 지식인들의 지적 성취도까지 높여주는 창구다. 서점은 지식인이 대중과 지속적, 직접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자 놀이터 역할을 한다"(99쪽)는 평가를 받던 버펄로 서점에 곤란이 찾아왔다. 온라인 서점의 등장 등 경영환경 변화와 경제 사정 악화로 위기가 닥친 것이다. 서점 주인은 경영난으로 더이상 서점을 운영하기 어려워 폐업한다는 소식을 서점 웹사이트에 올렸다. 버펄로 서점의 폐업 선언에는 지난 30년의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가득했다. 같은 시기에 전국 규모의 대형서점인 보더스도 파산하여 이타카 지점의 문을 닫를 정도로 사정이 어려웠다.

 

그러나 재정 곤란으로 문을 닫게 된 두 서점에 대한 지역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사람들은 보더스로 가서는 폐업 할인하는 싼 책을 살 뿐이었지만 버펄로 서점에 대해서는 구호책을 찾기 위해 모여들었다. 머리를 맞대고 독립서점을 살리는 방안을 모색했다. 그런 가운데 서점 직원 중 한 사람이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한 사람의 오너가 모든 재정적 어려움을 견디기는 어려우니 여러 사람이 부담과 이익을 나눌 수 있도록 협동조합 형식으로 지역 공동체가 서점을 인수하자는 것이었다. 서점의 잠정 가치는 20만 달러로 평가되었고, 250달러짜리 주식을 분할해 판매하기로 했다. 그 아이디어에 지역 공동체가 화답했다. 불과 며칠 만에 10만 달러 이상의 주식 인수자가 모이더니, 3주가 지나자 그 수는 1천 명으로 늘고 금액은 목표치를 넘어 23만 달러에 이르렀다. 지역 주민과 아이들은 쿠키를 팔아 수익금을 모았고, 책을 구입하는 행렬이 줄지었다. 지역 작가와 화가, 음악가들의 자선공연이 뒤를 이었고, 지역 언론과 대학이 힘을 합했다. 서점 주인은 폐업 결심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서점은 500명의 주주로 운영되는 협동조합으로 변신해 새롭게 단장한 모습으로 지역 주민들을 맞게 되었다.(98쪽)

 

 

중소서점을 살린다는 취지로 도서정가제를 내세우는 글을 보면서 과연 도서정가제로 중소서점들이 살아날까 물음표를 버릴 수 없었는데, 이타카 '버펄로 스트리트 서점의 기적'은 물음표를 떼어내기에 충분했고, 출판사나 서점이 같이 살기 위한 방법을 다각도로 연구해 독자를 늘려나가는데 집중해야 된다 고 생각을 정리했다. 도서정가제를 하면 대형서점들이 지역상권을 파고들어 중소서점들은 더 몰락할거라는 얘기도 들리고, 대형마트의 진출로 골목상권이 고사되는 걸 지켜보다 월 1.2회의 휴일을 강제하는 걸 보면 틀린 말도 아닌 것 같다. 우리구에서는 대형마트가 의무적으로 한달에 이틀은 문을 닫는데, 그날은 골목의 구멍가게도 매출이 올라서 '오늘만 같으면 장사할 만하다'고 말한다.

 

이타카에서는 대형 쇼핑몰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냈다. 대형쇼핑몰은 지역 소상인과 농장의 몫을 빼앗을 것이고, 판매수입은 지역으로 환원되는 것이 아니라 대형 쇼핑몰의 주인이 사는 맨하튼의 부호와 대기업의 주머니로 들어가 이타카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이타카 시장이 제일 먼저 쇼핑몰 터 앞마당에 가서 드러누웠고, 뒤를 이어 수백, 수천 명의 주민들이 팔을 걷고 불도저 앞에 누웠다는 장면에 가슴이 뭉클하며 뜨거움이 솟구쳤다.

 

미국은 전 지역이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블랙 프라이데이'에 초대형 할인 판매를 하는데, 미국인들은 1년에 한번 빅세일 기간에 필요한 물품을 왕창 산단다. 기업들은 빅세일 기간 매출을 높이는 것이 생존을 위한 전략이지만, 소상가 입장에서는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은 엄청난 재정적 타격을 주는 폭탄세일이다. 이타카 소상공인 연합회는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블랙 프라이데이' 쇼핑을 지역 소상가에서 하자는 운동을 벌였다. 이 운동의 성패는 주민들이 자기가 거주하는 도시에 얼마나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가에 달려 있지만 이타카는 성공한 지역으로, 이타카에서 쇼핑해야 하는 이유를 다섯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지역에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미국 노동자의 50퍼센트는 소상가에서 일하고 새일자리의 60퍼센트는 소상가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둘째, 소상가는 강한 커뮤니티를 만든다. 소상가의 주인들은 자신의 모든 삶을 지역 주민들과 공유하고 있다.

셋째, 소상가는 미국 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기업화, 대규모화는 경기 침체기에 위험을 더울 높일 수밖에 없으므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는 길은 소상업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넷째, 소상가는 지역경제 활성화의 핵심 역할을 한다. 소상업의 수입이 늘어날수록 지역개발, 주민 지원을 등을 위한 비용도 함께 축적된다.

다섯째, 지역 내에서 돈이 더 많이 축적되고 유통되면서 지역 전체가 풍요로워진다.(102쪽)

 

미국에서 세번째로 큰 규모의 북세일 행사도 부러웠다. 매년 5월과 10월 25만 권이 넘는 중고서적이 새주인을 만난다. 2011년에는 175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했고, 23만 권이 넘는 책이 팔렸으며. 방문객 1인당 20권 이상을 사갔는데 2만 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주민들이 1년에 최소한 50권의 책을 읽는다니 이타카 주민들의 교양을 짐작할 수 있다.

작년 11월 우리구 작은도서관 연합회에서 처음으로 '잠자는 책 세상에 나오다'라는 주제로 지하철 역에서 '제1회 책나눔 교환장터'를 마련했는데 5천여 권의 책이 장터에 진열됐고 500여명의 주민이 참여했었다. 광주에는 약 300개의 작은도서관이 있으며 2018년까지 500개를 목표로 매년 50개씩 늘린다는 방침이다. 우리구에는 현재 84개의 작은도서관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이 책은 제목처럼 이타카 주민들이 같이 살기 위해 최대한 개발을 막고 생태환경을 보존하며 사슴을 당당히 마을주민으로 받아들여 함께 사는 아름다운 공동체를 잘 보여준다, 이타카 주민들은 삶의 만족도도 높고 행복하게 지내는 것 같아 부럽기도 하다. 내가 사는 지역도 주민 70%가 만족할 정도로 괜찮은 도시다. 특히 작은도서관 활성화와 협동조합 조성에 앞서가는 등 'Together Gwangsan'이라는 구정 방침이 곳곳에 스며들어 만족도가 높은 것 같다. 지도자의 마인드와 주민의 참여도에 따라 도시가 달라진다는 걸 체감하는데, 송호창씨가 경험한 이타카의 아름다운 공동체가 우리 지역구 내가 사는 동네에서도 실현될 수 있다는 희망이 꿈틀대게 한 책이다. 어머니독서회의 2월 토론도서로 선정했고, 구청 작은도서관팀에 찾아가 2013년 광산구 도서로 추천도 했다. 가능하면 만나는 이들에게 <같이 살자>는 책을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선물도 하면서 자칭 '같이 살자' 홍보대사 역할도 담당한다.^^

 

우리구에서 송호창씨를 강사로 모셔와 구민을 위한 강연회를 가지면 그보다 큰 기쁨이 없겠다.^^

평생교육팀에서 주관하는 월 1회 명사특강이나 주경야평 프로그램에서 섭외해보라 부탁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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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3-01-31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번 글 보고서 저도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중고로 등록된 것 보고 주문해야지 했는데 어느새 품절되었네요. 하핫, 이럴 줄 알았어요. ㅎㅎㅎ
순오기님의 작은 도서관이 빛고을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공동체 역할을 할 테지요. 광주에도 알라딘 중고서점이 있던데 혹시 가보셨어요? 막내는 언제 돌아와요?

순오기 2013-01-31 16:34   좋아요 0 | URL
좋은 책은 중고에 뜨면 바로 결제해야 차지할 수 있어요.ㅋㅋ
막내는 7박 9일이라 벌써 돌아왔어요~
광주 중고서점은 아직 못 가봤어요,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애용하는 듯해요.
출판사의 알라딘 응징에는 중고서점 확장이라는 이유도 들어 있을 거에요.
나도 사고 싶은 책 중고에 뜨면 새책보다 중고를 사게 되더라고요.ㅠ

잘잘라 2013-01-31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협동조합 서점!!! 우오우~~~ 우리마을에도 생겼으면!!! ^^

순오기 2013-01-31 16:39   좋아요 0 | URL
광주 중심가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대형서점이 지난해 폐업했어요.
우리지역 서점도 위기라서 가까운 학교독서회 엄마들은 인터넷 서점보다 그 서점에서 주문하기도 하죠.
협동조합 서점이 생긴다면 책읽는 독자가 늘어나겠지요.^^

2013-01-31 1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3-01-31 23:00   좋아요 0 | URL
옙~ ^^

건조기후 2013-01-31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좋죠? 저도 빨래하는 모습에 반했어요 ㅎㅎㅎ 애벌레 눈사람도요. 아효^^
이런 사람이 이런 도시로 가게 된 것도 참 인연이다 싶었고요.

순오기님께서 실제 살고 계신 동네와 이타카가 많이 닮은 것 같네요.. 그래서 더 각별하게 다가오셨을 듯 ^^
송호창씨의 강연이 꼭 성사되기를 빌어요! ^^

순오기 2013-01-31 23:01   좋아요 0 | URL
정말 님 아니었으면 이 책을 모르고 지나쳤을거에요.
고맙습니다~~~~~~~ 송호창 강연회 꼭 성사되도록 힘써 볼게요.^^

2013-02-02 1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3-02-03 12:58   좋아요 0 | URL
님 서재에 답글 남겼어요.^^

2013-02-03 1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2-03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3-02-03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담아갑니다.^^
협동조합, 서점뿐만 아니라 여러곳에서 이런 걸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네요.
강사협동조합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구요.

순오기 2013-02-04 07:06   좋아요 0 | URL
점점 살기 팍팍해지는 세상이라 협동조합이 대세!!
다양한 협동조합의 탄생을 기다리며...

같은하늘 2013-02-08 00:07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의 강사협동조합이라는 말에 눈이 땡글해져서...
그런것도 있군요. 제가 관심가져야 할 부분...ㅎㅎ

순오기 2013-02-08 09:03   좋아요 0 | URL
오~ 같은하늘님, 강사로 활동하시나 봐요!^^